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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방과후학교와 방과후활동

공교육(公敎育): 공적 준거와 절차에 따라 공적 주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교육

공적(公的):공익을 위하여 공적 주체가 공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성격을 가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공교육의 제도화를 위해 공교육을 운영하는 원칙과 기준, 절차를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일까?

방과후학교가 드디어 수면으로 올라와 논쟁거리가 되려나 보다. 조만간 방과후학교 조례와 관련한 사람들이 만나 토론의 장이 열릴 수도 있겠다. 조례가 제정되기 전 마련되었어야 할 자리였는데 좀 아쉽다.

나는 그동안 학부모들을 만나 방과후학교에 대해 토론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방과후학교가 왜 필요한 것인지, 방과후학교에 왜 아이들을 참여시키려고 하는지, 방과후학교 강좌수를 왜 늘려달라고 하는지, 방과후학교가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물어봤다.

학교에서 정규수업이 끝나고 그냥 막연하게 놀게 놓아두면 신변안전이 우려스럽고 놀이터에 나가봐도 함께 놀 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으로 보내야하는데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 방과후학교 강좌를 수강하면 좀 안심이 된다고 대답한다. 또한 자녀가 많지 않다보니 집에서 막연하게 놀게 두는 것도 아이에게 안 좋을 거라 생각된단다. 부모가 놀아주는 것이 한계가 있기도 하고...

그러나 방과후학교에 참여시켜 본 학부모들은 중학년이 지나면 아이들이 방과후학교 수강에 시들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매년 신입생 학부모들과 방과후학교에 대한 토론을 되풀이해야한다.

어떤 학부모는 방과후학교 강좌수가 많은 것이 좋은 학교의 지표가 되고 그 좋은 학교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인근 아파트 단지의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 강좌 수에 대해 타학교들과 비교해서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방과후학교의 강좌 수가 좋은 학교의 기준이 된다니 말이다.

초등학교에서의 방과후학교는 보육의 개념에 가깝다. 그렇기에 박근혜정부는 돌봄이라는 보육까지 방과후학교로 추가한 것이다.

초등돌봄교실이란 1,2학년 학생들 중 맞벌이가정이나 저소득층가정에 해당하면 학교에서 부모들 퇴근시간까지 무상으로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기능을 말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 돌봄교실에서의 역할을 보육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돌봄인력을 뽑을 때 교사자격증이나 보육교사자격증을 요구하는데 마치 방과후학교처럼 무언가 가르쳐주는 것까지 학부모들은 요구한다. 그것도 한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서 돌봄교실에 들어오는 학생 중 일부는 한두 시간 머물다가 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돌봄교실에서 배우는 게 없다고 학부모들이 결국은 학원을 선택한 것이다. 아이들은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그런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를 부모맘대로 하는 것이다.

어느 신문사의 기자가 방과후학교 조례논의의 방향은?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신의 아이에게 학교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방과후학교 강좌를 수강시켜줄 수 있어서 믿음이 갔다는 내용이다. 아이와 부모에게 아주 반갑고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벌써 십여년 넘게 실시되어온 방과후학교를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호응하고 있고 학교현장의 교사들도 방과후학교 운영을 중단하자고 요구하지 않는데 왜 조례제정 후에 전교조가 반대하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전교조가 조례의 법적미비, 교사들의 업무부담, 사교육 치부 등이 명분으로 조례폐기 주장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궁금하다. 이 기자는 방과후학교 조례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을까? 지난 십여년 간 방과후학교를 운영해 온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은 침묵하고 있었을 거라 믿고 있는 것일까?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호응하고 있다는 근거자료는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각 이해당사자들을 찾아가 취재를 하고 특히 조례폐기를 주장하는 전교조를 찾아가 이해할 수 없는 주장들에 대해 궁금한 내용들을 취재는 했을까?

잠시 다른 이야기하나, 며칠 전 공범자들영화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대답을 듣지 못하면서도 취재를 하려고 애쓰는 참언론인들을 만났다. 카메라를 가리고 취재기자를 밀치는 상황들이 위험해보이는데도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쫓아다니는 취재근성을 가진 그런 기자들을 만나고나니 이 나라의 많은 기자들이 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각본없는 질문 하나 하지 못하던 기자회견 모습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바뀌어갈거라 믿는다.

 그 기자의 말처럼 방과후학교의 다양한 강좌가 아이들에게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학교현장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해왔다.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하고 특기를 신장시킬 수 있는 그런 방과후학교가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일주일 내내 여러 강좌를 선택해 꼼짝할 수 없는 시간표를 작성해놓고 이교실저교실 아이들을 배회하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 줄까?

또한 아이들의 즐거움, 특히 저학년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고학년은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교실들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교육제도하에 있는 정규교육은 이렇게 방해를 받아도 괜찮다는 것일까?

 

방과후학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만난 아이들과의 대화 

 

#1

**강좌를 수강중인 1학년 아이가 무거운 악기가방을 질질 끌며 투덜투덜

방과후학교 가기싫어요.”

? 재미있는 거 배우잖아.”

그래도 싫어요. 엄마가 강제로 가라고 한거예요.”

엄마는 네가 하고 싶다고 신청한건데 무슨 소리야?”

아마도 처음엔 아이가 하고 싶다고 신청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딱딱한 책상과 의자를 벗어나 운동장에서 놀고 싶은데 시간에 맞춰 가야하니 짜증스러워진 것이다. 악보를 읽기 힘들텐데 그 조그만 손으로 현을 짚는 것도 힘들 터...

 

#2

방과후학교 **강좌 강사가 사고로 결강하게 되어 그 사실을 알리러 방과후학교 수업교실로 갔다.

강사를 기다리고 있는 1,2학년 아이들에게

얘들아, 선생님이 갑작스런 사고로 오늘 수업 못하신대.”

만세!”

? 너희는 재미있는 **수업을 못하게 되었는데 왜 만세를 불러?”

하기 싫단 말이예요. 엄마가 억지로 시킨거예요.”

사고를 당한 강사를 걱정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물론 걱정하는 아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시간에 수업받을 고학년 학생들은 오히려 보강을 언제하느냐를 물어왔다. 학부모도 마찬가지. 언제 보강하느냐를 묻는다.

 

#3

방과후학교 강좌가 끝나고 교실을 나오면서 아이는 들고 있던 작품을 내게 준다.

선생님, 이거 선물이예요.”

? 예쁘게 만들었는데 집에 가져가서 엄마께 자랑해야지. 왜 날 주는거야?”

엄마가 이런 거 가져오면 다 버려요.”

아이의 말에 씁쓸했다. 왜 아이가 재미있게 만든 작품들을 버린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쓸데없이 돈주고 방과후학교 강좌를 듣게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난 우리 아이들 키울 때 방과후학교 같은 건 없었지만 동아리활동하면서 만든 작품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데...(사실, 반쪽이 잡동사니들을 모두 끌고다닌다고 이사때마다 면박을 줬지만)

 

아이들이 그냥 놀면서 배우게 하면 안될까? 잘 노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한다고 하는데 왜 자꾸만 학부모들은 인위적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 걸까? 정규교육과정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선행학습이 가능한 방과후학교가 과연 아이들의 배움에 어떤 도움을 줄까? 

난 아이들과 방과후활동을 하고 싶다. 함께 놀이를 하고 싶고 가끔은 요리도 해보고 마을길도 걸어보고 가끔은 산에도 오르고 싶다. 정규수업시간에 해도 되지만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아이들과 활동을 하려면 방과후시간이 좋은데 수업끝나기 바쁘게 방과후활동이 아닌 방과후학교 수업교실로 아이들을 내몰아야한다. 가기싫어하는 아이들 등을 떠밀어야 한다. 그런 방과후학교가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유익한 것인가!

네덜란드의 문화역사가 Johan Huizinga는 인간의 본원적 특징이 놀이이며,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낸 것도 놀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그냥 놀면 되는 우리 아이들.

그냥 놀게 놔두면 안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