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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메트로폴리탄 애틀란타에서의 첫날

동료들의 텔방수다가 이어지기에 잠에서 깼다.

현지시각 오전 두시.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오후 네시. 우리나라와의 시차는 14시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날짜변경선을 지나 14시간 전으로의 시간여행을 떠나온 셈이다.

시차적응이 되기엔 아직 무리다. 이시각이면 한참 일하고 있을 바쁜 생활일텐데 잠이 올 리 없다. 아마도 시차적응이 될 즈음엔 한국으로 돌아가있겠지ㅎㅎ

새로운 학교로 움직일 우리 동료들은 열심히 특별실에 사용할 가구를 선정하느라 밤늦은 시각까지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시각은 한밤중이라 어디 나갈 수도 없고 하여 글을 쓰다가 책을 읽다가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며 아침을 맞는다.

딸이 아침식사하러 부지런히 가야한다고 서두르기에 문을 열기도 전에 식당앞에 도착했다. 딸이 혼자 지낸 이틀동안 투숙객이 너무 많아서 자리를 찾지 못해 아침먹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릇들도 일회용을 사용한다고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몇 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뚱뚱한 흑인 아줌마(뚱뚱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나 어울리는 표현이고 이 곳에서는 대부분 뚱뚱하다보니 평범하다고 해야할 듯)가 굿모닝을 외치며 식당의 불을 밝혀준다.

우선 진한 커피를 가득 내리고 씨리얼과 토스트한 빵,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푸짐하게 담아 자리로 왔다.

딸이 혼자 있었던 이틀동안의 호텔아침풍경과는 전혀 달리 한산했다. 아무래도 단체 투숙객이 있었나보다. 그러니까 아침에 북적북적 했던 거고 일회용 그릇들을 사용했던 거겠지.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푸짐하게 먹고 커피 한잔을 추가로 내려 숙소로 올라왔다.

딸이 참석하는 학회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단다. 그런데 프로그램 하나당 등록비용이 상당해서 딸만 등록했다. 사전등록이 필수고 등록비에 따라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 수가 다르다. 눈치봐서 아무나 들어가도 되면 나도 따라들어가볼까 생각했었지만 굳이 그럴 것까지...

무튼 딸이 학회프로그램 들을 동안 뭐할거냐고 묻는다. 걱정말라고 했다.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볼거리를 찾으면 되니까...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서 점심먹을 장소를 고른 후 딸과 헤어졌다.

내가 머무는 애틀란타의 다운타운 부근에는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있다고 들었다.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빠져나와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건물들 중에 American mart라고 쓰여진 곳이 있었다. 여러건물에 빌딩1, 2, 3라고 쓰여진 것을 보니 우리나라 마트와 같아 보이진 않고 아침엔 이른 시각이라 문을 열지 않았기에 못 들어가봤는데 오후에 딸과 함께 다시 한 번 들러봤더니 빌딩1, 빌딩2, 빌딩3 각각 개별적인 주제를 가지고 물건을 전시하고 파는 곳이란다. 이 번화한 빌딩숲 사이를 빠져나오다보면 길거리 여기저기에 흑인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는데 옆에 서서 연신 몸을 흔들어대는 흥겨운 흑인 아가씨가 있었다. 묻고 싶은 걸 참았다. '인생이 왜그리 흥겹냐고.."

사실 외국에서 돌아다니다보면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흑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의 선입견으로는 그들의 삶이 그리 경쾌할 거 같지 않아보이는데도 흥겹게 흐느적거린다.

센테니얼 공원 곳곳에 놓여진 철제 벤치에서 아침부터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1996년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공원인데 테러공격으로 인해 1998년에 2단계 공사를 통해 공원이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올림픽을 상징하는 여러 조형물들이 놓여져 있었고 작년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여전히 놓여져 있었다.

쿠베르탱 동상과 올림픽 오륜을 형상화한 음악분수 등이 보이고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눕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햇살이 맑은 날씨임에도 오전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앉아있기도 쉽지 않아서 눕는다는 건 지나친 낭만일듯.

센테니얼 공원을 가로질러 걷다보니 'CNN'센터가 보였다. 24시간 뉴스방송으로 유명한 'CNN'방송국을 들어가볼까 하다가 어차피 오후에 딸과 함께 관광을 해야하니 오전에는 어떤 볼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보기만 해야겠다.

시가지를 둘러보니 '미국인으로 살아가기'체험을 하기에는 여러가지 생활체험거리들이 있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고 삶의 체험, 특히 도심체험을 하기에는 좋겠다. 그러니 입국심사때 심사관이 애틀란타에 관광목적이라고 말하는 나를 갸우뚱하면서 바라봤겠지. 

걷는데 정말 춥다. 맑은 햇살이 차갑다.

딸과 만나기로 약속한 Peachtree Center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역으로 가는게 아니라 딸의 학회가 진행되는 하얏트 호텔과 연결되는 역광장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의 중심거리이름이 Peachtree다. 내가 근무하는 세종의 특산물이 복숭아인데 이 거대도시의 옛날모습이 복숭아나무들로 가득한 농원이었을까 상상해본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지하역광장 곳곳에 놓여진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도시락이란 것이 집에서 가져온 게 아니라 이 광장 곳곳에 마련된 푸드코트들이 판매하는 것이다. 이 광장의 음식점들은 손님이 주문한대로 도시락에 담아서 정해진 무게에 따라 가격을 정한다.

딸이 왔다. 학회를 하는 하얏트 호텔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 다들 점심먹기위해 곳곳에서 줄을 선다. 딸이 먹고 싶은데 비싸다고 걱정하는 메뉴를 파는 곳으로 갔다. 여러 가지 음식들이 담겨있고 먹고 싶은 종류를 말해주면 음식의 양은 알아서 담는다. 아시아인들로 보이는 세 아줌마가 호객행위를 한다. 먹어보라는 권유를 하는데 좀 기다려보라고 했다.

음식 고르는데 오래 걸리는 편이라 좀 더 둘러봤다. 사실 난 과일을 먹고 싶은데 싸진 않아보인다.

1인분의 도시락을 채워 테이블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양이 장난아니게 많다. 물론 나와 딸의 시각에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와보니 햇살이 따스해졌다. 오전에 궁금했던 빌딩들을 지나서 센테니얼 공원을 통과하여 세계 최대의 수족관이라는 찬사를 듣는다는(혹시 미국 최대가 아닐지) 조지아 아쿠아리움에 갔다. 배모형의 건물조형물에 물고기모양으로 이니셜을 새겨넣은 간판만으로도 수족관임을 알기는 쉬웠다. 옆에는 코카콜라 전시관이 있다는데 콜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서 수족관만 보고 나올 생각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43.15달러.(티켓판매서에 쓰여져있는 일반적인 금액은 35.95달러지만 세금포함하면 실제가격이 상승함) 또한 시티패스를 구입하면 78.63달러로 애틀란타의 더 많은 볼거리를 찾아다니기에는 저렴하다. 아무튼 미국에서는 비용계산할 때 주의해야한다. 제시한 가격과 지불하는 가격은 다르다. 제시한 가격은 공급원가이고 지불할 때는 세액이 포함되어 실제 가격은 올라간다. 딸과 두사람의 입장료 86.30달러를 지불하고 들어가는데 가방검사와 보안검색을 한다. 그리고 놀이시설 이용할 때 채워주는 팔목띠를 해주고 나서 사진을 찍는다고 위치에 서라기에 입국심사과정이 떠올랐다.

'참 어렵게도 들여보내는군'라고 생각하는데 사진찍는 아가씨가 나와 딸에게 두가지 포즈를 추가로 요청하는 것이다. 이건 뭐?

딸이 아마 구경끝나고 나올 때 사진뽑아주나보라고 말했다. 그랬다. 나오는데 팔목띠의 바코드를 읽더니 찍은 사진으로 이미지편집해서 만든 포토북을 가지고 나와 35달러 내란다. 날강도다. 안 살까 했는데 딸이 우리 사진이 버려지면 기분나쁘니까 기념으로 그냥 사잔다. 결국 수족관관람을 위해 나와 딸은 121달러 넘게 지불한 셈 ㅜㅜ

어쨌든 수족관을 들어가서 관람하는데 이게 과연 세계 최대의 찬사를 받을 만한가 싶었다. 이만한 수족관은 우리나라도 충분한데... 꼬마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좋겠지만 관광을 와서 볼만한 건 아니다 싶다. 더구나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관광객을 위해 조련되는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딸과 4D영화를 보려고 찾아갔는데 잘못 들어가서 물개쇼를 보게 된 것이다. 피곤한 눈을 껌벅이며 먹이를 주는 손을 바라보면서 조련사들의 요구에 따르는 그 물개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생을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족관을 떠나왔다.

오후 세시. 오늘 관광은 여기까지... 시차적응을 못한 탓에 점점 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