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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그 까다롭다는 미국입국심사

겨우겨우 항공권구입하고 전자여권을 발급받았다. 혹시라도 해외관광객이 많은 시기라 여권발급이 늦어지면 어쩌나 우려했었다.

전자여권발급받자마자 핸드폰으로 ESTA신청서를 작성한다고 서두르다 또 실수해버렸다.

정신 못 차린다.  ESTA라는 명칭만 보고 사이트 들어가서 어렵게 신청서를 작성하고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어라, 83달러?'

분명히 딸이 ESTA발급신청금이 14달러라했는데 이건 뭐지 하며 다시 접속해서 신청여부를 확인하는데 신청이 안되어있단다. 또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개인정보와 카드정보를 입력했는데 신청이 안되어있다면 털린건가?'

사이트 맨 위에 적힌 문구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법적 책임 부임: 이 웹사이트는 미국 정부와 연관없는 사적 정보 웹사이트입니다.'

'허걱!'

처음엔 못봤는데 이걸 어쩌나~~~

일단 ESTA발급이 중요하니 다시 사이트를 찾아 ESTA공식사이트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니 14달러 지불하라고 한다. 결제 후 한시간내로 '허가승인'이라고 사이트 상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미 83달러 결제된 것은 카드회사에 문의하여 취소요청을 했다. 근데 이미 털린 개인정보는 어케하나~~~

드디어 1월 4일 내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시어머님께서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고 공항으로 출발.

모바일로 체크인하고 부칠 큰 짐은 없어서 그냥 출국장으로 나가려다 대한항공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서 대한항공 발권부스에 가서 항공권 두 장을 받았다. 보안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여 자동출국심사 게이트로 들어갔는데 역시나 지문을 못 읽는다. 결국 다시 나와서 일반출국심사 게이트로 갔더니 다시 지문등록을 해준단다. 별로 의미없는 걸.

대한항공이라 탑승게이트가 가까이에 있다. 일반적으로 공항마다 자국 항공사의 탑승게이트를 가까이에 배치하게 되어있으니 인천공항도 당연히 대한항공이 먼저다. 탑승을 기다리다 대한항공임직원인 듯한 여자에게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인사를 하는 것을보고 갑자기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마카다미아 갑질사건이 생각났다.

분주할 것으로 판단하고 일찍 나섰더니 한시간이나 남았다. 그렇다고 면세점에서 살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라 창가에 앉아 가만히 공항을 바라보았다. 여러 항공사의 비행기들이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타게 될 비행기도 일찌감치 탑승객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내의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탑승통로를 연결하는 모습, 분주히 수화물들을 실어나르는 모습, 수많은 수화물들을 비행기에 올려 싣는 모습 등 많은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탑승시각 15시35분. 우선순위인 승객들부터 입장하고 나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륙시각이 16시 5분. 갑자기 승객을 찾는 방송을 하더니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탑승하지 않은 승객이 있어서 그 승객의 수화물을 내린 후에 이륙할테니 양해해달라고... 그 많은 수화물 중에 어찌 찾아낼 까 걱정했는데 이내 출발한다. 또 걱정이 앞선다.

'환승시간이 두시간 정도 주어지는데 늦게 출발한다니 그러다 환승 못하면 어쩌지?'

승무원에게 물으니 일반적으로는 두시간이면 환승이 가능한데 내릴 때 서둘러 내리란다. 다행히 좌석이 비상구근처라 금방 나갈 수 있다고...

운에 맡겨야지. 내가 동동거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

양 옆의 승객들은 잘도 자는데 난 항상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잔다. 눈이 아플 정도로 힘들어도 잠을 잘 수가 없다.

옆자리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냄새를 풍긴다. 신문본다고 팔을 내 자리까지 뻗는다. 진상이다. 뭐라하려다 참는다. 좁은 좌석에 열시간 넘게 앉아 가야하는데 이런 승객옆이라니...뒤늦게 항공권 남은 것을 구입한 탓이지, 뭐.

좌석간 간격은 유럽갈때 이용했던 루프트 한자보다 좀 더 넓다. 그런데 제공되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이 숫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루프트한자항공사보다 형편없이 부족하다. 화장실도 갯수가 부족해 보였다.

기내식은 맛있겠지 했는데 제공되는 기내식메뉴판도 없다. 그냥 승무원이 세가지 메뉴 중 무엇을 먹을 건지 말로 물어본다. 기내식서비스가 별로다. 물론 승무원의 친절도는 문제가 없지만...

옆자리 아저씬 기내식 먹고 간식먹고 그것도 모자라 컵라면도 먹고 계속 먹어댄다. 진짜 진상이다.

계속 앉아있으려니 먹는 것도 불편하구만...

샌프시스코 현지시각으로 아침 열시에 도착했다. 예정 도착시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서둘러 입국심사장으로 뛰어갔다.

심사관들이 많이 있어서 심사진행은 빠른 편이었다.

드디어 긴장의 시간이다.

일단 왜 왔냐고 묻는다.

관광왔다고하니 갸우뚱한다.

그래서 애틀란타로 환승하러 가야한다고 급한 듯 말했다.

누구랑 왔냐고 묻는다.

혼자왔다고 하니 또 갸우뚱한다.

다시 묻는다. 왜 왔냐고...

애틀란타는 관광도시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혼자 관광왔다고하니 영 미심쩍은가 보다.

애틀란타에서 4일, 뉴욕에서 4일 머무르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딸이야기랑 학회이야기랑 꺼내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단순하게 대답했더니 못 믿는 눈치다.

'나 환승해야해요. 제발'하는 눈빛으로 심사관을 바라봤다.

지문확인한다고 스캐너에 손가락 올리란다.

역시나 갸우뚱한다.

양손을 다 해보더니 다시 해보잔다. 또 갸우뚱한다.

그러다 마지못해 "Have a good trip!"인사한다.

고맙다 말하고는 또 뛰었다.

내가 환승할 델타항공 타는 곳을 적어둔 안내판을 만났다. 

안내판의 터미널을 확인하고 뒤에 출국시간표에 적힌 탑승게이트를 본 후 화살표방향을 보고 오른쪽으로 갔는데 에스컬레이터로 2층 올라가니 내가 들어갈 탑승게이트 숫자가 안보인다.

다시 내려가 확인해보니 반대방향에 있다.

'뭐야 저 화살표는...'

투덜투덜거리며 델타수속코너를 찾았다.

친절한 여직원이 자동탑승권발매기를 알려줬는데 사용법을 몰라서 친절하게 생긴 남자직원에게 물었더니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외국나올 때마다 느낀 거지만 여기저기 일하는 노인들이 많다.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보면 할 소린 아니겠지만 비행기승무원도, 항공사 직원도, 수속밟는 곳의 직원들도 노인들이 많이 보인다. 

노령층이 늘어나는 우리나라도 곧 흔한 모습이 되려나?

친절한 미국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델타항공으로 탑승수속을 마치고 삼십분의 여유가 생겼다.

역시 미국인가보다. 공항에서부터 와이파이가 빵빵하다. 가족과 동료들에게 SNS로 실시간 나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었다.

딸과도 약속장소를 정확하게 정할 수 있었다.

탑승시각 11시 30분. 안내방송으로 뭐라뭐라하고 우선 순위인 사람들이 들어간 다음 이제 들어가도 되겠지 하는데 앞의 아저씨가 안움직인다. 이 사람 안타나? 하고 앞서려는데 아저씨가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방송내용을 잘못 들었나 생각하면서 기내에 들어오니 국내선이라 그런지 상당히 비좁다.  세시간 반 이상 타고 가야하는데 좌석도 가운데 끼인 좌석인데 통로또한 상당히 좁았다. 화장실을 참아야할듯.

그런데 비행기내에서 이륙한 동안 와이파이를 이용한 SNS활동이 가능했고 영화나 TV프로그램 등의 오락서비스를 와이파이를 통해 나의 핸드폰으로 볼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져있었다. 지루하지 않은 여정이 되도록 기내서비스로 와이파이를 해주다니 좋은걸!

그러나 이륙하자마자 이내 곯아떨어져버렸다. 승무원들이 뭔가 먹거리를 주는 듯 한데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저절로 눈이 떠졌을 때는 이미 기내식서비스 종료직전, 겨우 커피 한 잔 얻어마셨다.

도착시각까지 남은 시간이 아직도 두 시간이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낮12시에 출발하여 세시간 반 비행하는데 애틀란타 도착하면 저녁 7시 반이다. 미국이란 땅이 넓긴 넓은거다. 같은 나라 안에서조차 시차가 다르게 작동하니 말이다.

딸이 공항으로 마중나오기로 했다. 딸은 대한항공으로 도착하니 입국심사도 까다롭고 지하철타는곳까지 너무 멀어 셔틀타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난 국내선이라 입국심사는 없다. 그리고 델타항공이 애틀란타항공의 본산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타는 곳까지 찾아가는데 멀리 있진 않아 찾는게 힘들지않았다. 지하철타러 내려가는이정표를  지나쳐버려서 친절한 흑인아가씨의 안내를 한 번 받긴 했지만...

세계 제1의 국제공항이라는 평가를 받는 애틀란타 공항의 국내선 통로는 의외로 한산했다. 양쪽의 무빙워크사이에 조각상들이 심심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낮에 비행기탔는데 애틀란타 도착하니 밤이다. 마중나온 딸과 함께 Marta라고 불리우는 지하철을  타고 애틀란타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 밤풍경은 그저 도시의 풍경일 뿐. 특별함이 보이지 않았다. 

들어오는 길에 맛난 것을 사달라고 딸이 말하는데 우리가 내린 Peachtree 역 지하의 음식점들이 벌써문을 닫았다. 저녁 8시면 특히 지하의 상점들은 이미 문을 닫아버리는 곳이 많단다. 사흘동안 먼저 살아본 딸의 설명이다. 다행히 CVS Pharmacy(사전적 의미는 약국인데 실제로는 우리의 수퍼마켓?)가 24시간 문을 열고 있어서 간단한 저녁거리와 마실물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왔다. 이곳 역시 역과 연결된 지하통로는 일찌감치 문을 잠근단다.

애틀란타에서 묵게 될 호텔이 레지던스라는 형태로 우리의 콘도미니엄이랄까? 커피머신, 오븐기능을 가진 전자렌지, 약간의 그릇과 개수대 등이 있다. 전기렌지를 갖춘 객실도 있는데 우린 전기렌지는 없는 객실이다.

사 온 인스턴트 음식을 전자렌지에 데워먹으며 호텔의 아침먹는 이야기, 학회에서의 프로그램 참석이야기, 이 애틀란타에서의 볼거리 이야기 등을 조잘거리며 나의 생일 48시간(한국에서 4일 출구하여 미국으로 4일 입국했으니)을 마무리했다.

나는 또 시차적응을 못해 새벽 두시에 잠을 깨어 새로운 학교로 함께 갈 동료들과 SNS로 의견을 나누고 여행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