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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햇살 머금은 크리스탈나무

딸의 선배들에게 침대를 내주고 의자에 앉아서 졸다가 글쓰다가 그렇게 날밤을 지샜더니 온 몸이 찌뿌둥하다. 물론 시차적응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긴 하지만 불켜고 책을 읽는 것도 잠자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불을 끄고 있었더니 아침에 가볍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게다가 옆방 투숙객들이 밤새 소리지르며 싸우고 문을 세차게 닫아버리는 소리때문에 짜증스러운 밤을 보냈다. 이 도시는 밤새 싸이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대체 밤마다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시끄러워서 어디 살겠나 싶은 생각에 갑자기 '서울쥐와 시골쥐'이야기가 떠올랐다. 시골스러운 내가 이 거대한 도시에 적응 못하는 까닭이리라.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먹으러 내려갔다가 주말이라 식당문을 좀 늦게 연다는 말에 다시 올라왔다. 먹던 시각에 먹을 것을 못 먹으니 배가 고프다. 딸 선배들이 과자와 과일조각을 내민다.

기다리던 아침먹을 시각. 다시 내려갔더니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평소와 달리 주말이라 투숙객이 많아졌나보다. 그래서인지 그릇들이 일회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주말시간 주방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일회용을 쓰는 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부터 한잔 가득 채우고 빵과 과일들을 접시에 담아 자리를 잡았다. 평소 아침보다 시끄러운 아침식사시간이었다.

딸의 선배들은 숙소를 정하러 나갔고 딸과 나는 밤에 못잔 잠을 자기로 했다.

창문으로 맑은 햇살이 비춘다.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햇살이 화창해보였다.

기온은 영하 5도라하니 옷을 따뜻하게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밤사이 쌓인 눈때문에 제설작업을 열심히 했나보다. 염화칼슘이 뿌려진 흔적이 도로에 가득하다.

세찬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햇살에 반짝이는 나무들이 보였다. 숙소 옆 작은 공원에서 반짝이는 나무들이 유혹하는 손짓을 하기에 가보았다. 눈이 쌓여서 반짝이는 줄 알았는데 작은 고드름들이 가지마다 매달려 마치 크리스마스장식용 전구를 휘감아놓은 듯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4월에 우리나라 곳곳을 장식하는 벚꽃향연 같기도 하고...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햇빛을 바라보고 찍어야 했다. 햇빛을 머금은 상태로 바라보았을 때가 가장 예쁜 상태라서...

딸아이가 기념코인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함께 기념코인을 만들려고 CNN으로 갔다. 그곳에 51센트를넣으면 동전을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맑은 고드름이 매달린 풍광들을 보았다 .

햇살은 따사롭지만 바람은 정말 차가웠다. 이곳에 도착한 이후 가장 추운 날씨를 만났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못하고 종종 걸음을 걸어 CNN센터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곳곳에 놓인 카툰 네트웤 매장앞에서 코인을 만들었다. 코인을 뽑고 보니 우리가 넣은 51센트중에 1센트짜리를 펴서 기념코인을 만들어주는 것 인가 보다. 앞면은 우리가 원하는 모양이 새겨져있지만 뒷면엔 1센트짜리 코인의 그림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린 50센트를 주고 기념코인을 사온 셈이다.

CNN센터에서 기념물을 살까하고 이것저것 들여다보던 딸이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그안의 푸드코트 들을 둘러보며 무엇을 파는지 우리의 점심은 무엇으로 할 지 하릴없이 돌고 또 돌았다.

늦잠을 잔 탓인지 둘 다 배고픔을 모르겠기에 결국 푸짐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원래 애틀란타에서 태어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관이 가까이 있기에 찾아가볼까 했다. 날씨가 너무 차갑고 딸이 가고 싶지 않다하니 혼자 가기 싫었다. 물론 그 기념관을 가봐야만 인권운동가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곳에 왔으니 한번 가볼까 했는데 사실 돌아다니기엔 너무 춥다. 그리고 도시적인 분위기가 별로 돌아다니고 싶게 만들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를 할 지 모르겠지만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CNN을 나오는 길에 전날 만난 캐릭터와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