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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CNN에서 생각해 본 언론의 생명력

지금은 현지시각 1월7일 오전 두시.

한국에서는 11차 촛불집회 소식이 들려온다.

1월 9일이면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이 된다는데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심판을 받고있는 박근혜의 오만함과 그 안하무인의 막무가내식 간담회에 참석했던 기자들의 어이없는 행태가 촛불을 지피는 기름이 되어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국민을 지켜야 할 공무원으로서의 대통령행적이 중요할 수 밖에 없음에도 여전히 청와대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했음에도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 변명하고 수구세력들은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대통령은 할 일을 다했다는 말을 믿으며 공무수행중이어야 했을 2014년 4월 16일에 대통령의 사생활을 보장해줘야한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의 변호인이라는 사람조차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게다가 10차에 이르는 동안 천만의 촛불시민이 모여 박근혜퇴진을 외쳤음에도 국민의 촛불이 민심이 아니라며 막무가내 우기기까지한다. 저들은 어쩜 하나같이 무조건 종북이고 무조건 박근혜인지...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깨어나야 이나라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을텐데 친일행적으로 살아남은 거대언론의 기득권지키기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위한 언론의 눈치살피기가 한심스러워 오늘은 24시간 뉴스전문 방송인 CNN을 들러봐야겠다.   

딸아이는 선배들과 프로젝트를 발표하러 나가고 난 숙소를 나서 CNN센터를 찾았다.

CNN본사가 마침 이 애틀란타에 있었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 충분했다. 비예보가 있기에 가방에 우산을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현관을 나서자 찬바람이 거세게 얼굴에 스친다. 전날과는 또다른 바람이다. 예보를 듣고 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왔는데도 타국이라 그런지 더 춥다. (저녁시간에 다시 들렀을 땐 경비원이 이런 날씨 탓에 문을 일찍 닫는다며 미안하다 말했다)

혼자 걷는 이국인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인삿말을 건넨다. 나도 가볍게 웃으며 인삿말에 대꾸해주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숙소 뒷편에 있던 극장(문화공간이라고 해야할까?)에서는 다양한 공연일정들이 적힌 포스터들로 유리창마다 장식되어있었다.  영어가 유창하고 시간이 넉넉하면 지역의 문화체험도 해보면 좋겠다 싶지만 ...

CNN본사 정문으로 들어서자 CNN 글자가 새겨진 벽면이 맞이한다. 계단을 올라가니 통로가 있고 통로 한쪽편에 CNN스튜디오 체험부스가 마련되어있었다. 예약제인지 운영되지는 않고 있었고 안내문을 읽어보니 25달러체험료가 있단다. 유에스비나 시디에 체험장면을 담아가면 좀 더 추가되지만 아이들이 직업체험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인지 ...

벤치에 앉아 유혹하는 술병 든 아저씨랑 사진 한 컷 찍어볼까 하다가 남들을 좀 의식하는 편이라 ㅎㅎ


좀 더 안으로 들어가보니 넓은 광장이 있었고 Peachtree 역에서 본 것처럼 테이블에 앉아 차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광장 한 켠에 놓인 차량은 취재를 위해 사용했던 장비를 싣고다닌 것으로 보인다. 종군기자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한때는 나도 기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위쪽으로는 CNN임을 알리는 사인물들이 있고 CNN관람을 위한 티켓부스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 틈으로 한국 남학생들이 보였다.

1980년 테드터너에 의해서 창립되었다는 CNN. 그 당시까지만 해도 뉴스는 정해진 시간대에만 볼 수 있었던 때라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세계 최초의 뉴스전문채널을 설립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당시 사람들은 뉴스전문채널이 필요하겠냐고 반문하며 CNN이 실패할것이라 예견했었다는데 그런 예견이 무색하게 24시간 뉴스편성을 통해 CNN은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방송국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는 YTN이 뉴스전문채널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명박정권하에서 시작된 언론탄압이후 해직된 언론인들이 복직하지 못한 채 뉴스전문채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명박정권이 들어서고 곧바로 언론장악을 노린 보수세력들의 계획대로 지금의 공영방송은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하고 있고 취재한 사실을 올바르게 정의롭게 보도하고 있는 언론인들은 마구잡이로 해직시켜버렸다. 2011년 12월부터 시작된 종합편성채널, 종편이라고 부르는 방송들 또한 자본의 입맛대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열악한 언론환경에서 양심과 정의가 살아있는 대안언론들이 생겨나고 목숨을 건 사실보도를 해오고 있다. 또한 최근 시청률이 높아지는 JTBC는 종편으로 유일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손석희라는 유명 아나운서의 사장영입으로 시작된 공정성확보였지만 그나마 종편에서 그렇게 자리매김을 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대학시절 손이 묶인 채 푸른 수의를 입고 환하게 웃던 청년 손석희 아나운서가 지금은 희끗희끗 노년의 종편 보도본부 사장으로 시청자들을 마주하지만 여전히 멋진 아나운서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CNN같은 뉴스전문채널이 공정성을 담보로 성공하기를 바래보면서 잔뜩 지푸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글을 쓰는 이 시각, 우리나라는 11차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 추운 날씨에 촛불을 들기위해 광장으로 나오는 시민들의 숫자보다는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진심을 헤아렸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당일, 공무원인 대통령 박근혜는 무엇을 했더란 말인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퇴진을 부르짖으며 청와대 홈피에 글을 올리고 신문에 퇴진시국선언을 했던 동료들의 검찰조사 결과가 속속 올라온다. 박근혜 퇴진이 당연해진 이 시점에서 퇴진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집행을 고집하겠다는 것이 정의로운 것일까? 아직도 법정의는 요원한 일인 것인지... 

답답한 마음을 남의 나라 땅에서 전해본다.

우산을 쓸 수없을 만큼 바람이 심하고 빗발이 굵어졌단다. 눈예보까지 있어서 갑작스럽게 애틀란타 공항의 미국국내선 항공기들이 모두 결항이라고 딸의 선배들이 하룻밤 재워달란다. 둘이 자던 침대에 넷이 잘 수가 없어 세 아가씨를 재우고 난 책상에서 밤새 이러고 있다. 11차 촛불집회를 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글로 대신하며 어차피 밤마다 잠을 못이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