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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중서부유럽여행 다섯째날-Jungfraujoch

스위스는 지역에 따라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위스지방어 이렇게 4개 언어권으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는 유로가 아닌 스위스프랑을 화폐로 사용하고 있었다.

전날 늦은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베른에서의 모든 일정은 취소하고 유스호스텔에서 베른 중앙 역까지 걸어나오며 시계탑과 크람 거리, 마르크트 거리만 둘러보았다.

인터라켄 Interlaken. 단어에서 보듯이 호수사이의 마을이다. Thuner호와 Brienzer호 사이에 구성된 마을이며 주로 리조트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융프라우요흐를 가기 위해 인터라켄 동역에 짐을 보관해두고(5프랑) 등산열차를 탔다. 융프라우요흐를 오르기 위한 코스는 두 가지. 어느 쪽으로 가든 마찬가지다. 우리가 탄 열차는 라우터부룬넨을 거쳐 클라이네샤이텍을 지나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다가 그린델발트를 통해 쉬니케플라테를 지나 인터라켄 오스트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이미지:구글에서 퍼옴)

라우터브룬넨(울려퍼지는 샘이라는 뜻)에는 알프스 만년설에서 녹아내리는 72개의 폭포가 있다는데 슈타우바흐폭포는 그 높이가 300m에 이른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두번째로 높은 폭포이며 괴테는 이 폭포를 보고 '물의 영혼에 관한 노래'를 지었다고 하는데 그 노래 찾는데 실패했다.

등산열차를 타고 오르며 깎아지른 절벽과 넓은 초원, 만년설쌓인 알프스, 노천풀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초원의 소, 형형색색의 작은 풀꽃들이 정겹게 보였다. 대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사는 듯 보여 부러웠다.

 

융프라우요흐는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울 만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기차역이란다. 도대체 누가 이 험준한 알프스의 능선을 타고 단단한 바위를 뚫어 터널을 만들어 3,454m높이의 이 곳에 기차를 달리게 했을까? 여행 전 TV에서 철로를 놓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융프라우 철도는 클라이네 샤이덱(2,061m)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운행하는 산악철도를 말한다. 푸른 초원과 하얀 만년설덮인 빙벽의 조화.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1896년에서 1912년까지 16년 걸려 완공된 철도기술이 낳은 걸작품으로 철도 엔지니어였던 아돌프 구에르첼러에 의해 탄생했다는 톱니바퀴 산악열차 덕분에 알프스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융프라우요흐까지 나같은 저질체력의 소유자도 오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아이거 글래시어 역까지 2km는 산악지역을 운행하지만 그 이후에는 암반을 뚫은 터널을 통하여 산을 오른다. 터널 중간에 전망대에서 잠시 내려주어 알프스의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열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걸어올라오는 등산객을 곳곳에서 심심치않게 보았다. 열차타는 재미도 좋겠지만 저렇게 트래킹하면서 알프스를 실컷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열차덕분에 올라오게 된 융프라우요흐. 한 여름에 밀려오는 추위가 장난 아니었다.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하면 12년에 걸친 공사를 해서 1996년 완공된 스핑크스 전망대(3,571m)로 초고속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360도를 돌며 알프스의 전경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있어 이 곳에서 엽서를 보낼 수 있다. 또한 그 곳에서 제공하는 우리 나라 컵라면ㅎㅎ 동신항운을 통해 융프라우요흐 패스를 구입했더니 신라면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후루룩~ 이렇게 컵라면으로 몸을 좀 데웠으니 정상까지 가볼까 하는 생각에 한발한발 오르는데 갑자기 심장이 멎을 듯 아픔이 밀려왔다. 현기증이 나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심장의 통증. 아들딸은 별 이상이 없다는데 난 도저히 갈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아들딸만 올라갔다. 난 아들딸이 찍어온 사진으로만 볼 수 밖에 없는 이 저주받은 저질체력 ㅜㅜ  이런 게 고산증이라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융프라우요흐 패스 셋이서 254프랑 썼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인터라켄으로 내려와 밀라노 가는 기차를 예약하고 숙소를 찾아 나섰는데 전통의상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원래 이 동네 사람들은 저런 복장으로 살고 있나 했는데 스위스의 날이어서 특별히 관광객을 서비스라고 했다. 역 앞에 반갑게도 COOP가 있어 먹거리를 사들고 숙소를 찾아 한참을 헤매다 호스텔들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우리의 숙소를 발견. 아담하고 이쁜 방을 배정받았다. 3층이라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가야하는 수고로움은 있었으나 하늘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는 방이어서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밀렸던 빨래하는데 세탁비 4프랑사용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콘센트 모양이 달라 어댑터를 하나 구입해야하는 상황이 발생.

저녁이 되자 투숙객 모두 정원에 모여달라는 종소리가 들리기에 무슨 일인가 했다. 호스텔 사장이 스위스의 날을 맞아 손님을 위한 이벤트를 했다. 공연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마지막으로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집주소를 적어주면 보내준다고 했는데 우리 가족은 안 받기로...

밤이 되니 불꽃놀이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예쁜 불꽃쇼가 진행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마무리.

스위스의 날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1291년 8월 1일에 우리, 슈비츠, 운터발덴 등 3주에 의해 스위스 연방이 건립되었고 세 주의 대표자들은 당시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합스부르크에 대항하기 위해 상호간의 협력과 원조를 약속하는 영구적인 연맹을 서약하였다고 한다.  이 연방이 오늘날의 스위스를 만든 중점적인 요소가 되어 1891년부터 8월 1일을 건국기념일로 삼아 경축하고 있다고 한다.

융프라우 철도 이야기

어느 날, 아돌프 구에르첼러라는 엔지니어가 딸과 융프라우요흐 근처를 산책하다가 '이 곳까지 열차를 연결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이 들었단다. 곧 바로 호텔방에서 밤새우며 기본 설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감히 상상조차도 못했던 일을 구에르첼러는 아이거봉의 바위를 뚫고 묀히봉 암반속을 거쳐 융프라우봉과 묀히봉 사이에 있는 융프라우요흐까지 오르도록 코스를 설계했다. 암반 동굴 속 가파른 철로를 오르기 위해서 톱니레일도 설치한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스위스 알프스의 상징적 봉우리인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중 아이거와 묀히의 봉우리를 뚫고 철로를 놓는 것에 대해 스위스 의회에서 논의가 되었고 의회에서 통과되자 1896년 역사적인 철도건설이 시작되었단다.

1912년 8월 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에 유럽 최고의 철도 개통식을 가졌다. 전체 길이 5천km로 스위스 최고의 융프라우철도가 건설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