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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설렘과 두려움 가득했던 브리즈번 공항

해외여행도서를 탐독하며

여행사 호스텔팩키지 상품으로 호주로의 모든 준비가 착착!

여권, 비자, 항공권, 바우처, 장거리버스이용을 위한 NOMAD카드구입, 호주달러로 환전 그리고 여행가방 챙기기.

(2006년 항공권)
(노마드카드)
(호주화폐)

심지어 국제운전면허증까지(의욕뿜뿜 ㅎ) 

(국제운전면허증)

휴대폰로밍은 그 당시엔 공항에 있는 통신사부스를 찾아가 출국 전 즉석에서 신청했고 통화만 가능했던 기억.

해외유심이나 와이파이도시락같은 서비스는 생각도 못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상상초월이다.

그마저도 로밍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 폰 하나만 로밍신청하다보니

일주일 뒤에 반쪽이 호주로 우릴 찾아  혼자 들어올 때는 

휴대폰 없이 브리즈번 공항에서 만날 시각만 출국 전 미리 약속했다.

항공권은 지금도 그렇지만 호주로 가는 직항은 짧은 비행시간 대신 항공료가 비싸서

일본 오사카를 경유하여 호주 브리즈번으로 들어가는 경유항공권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비용절감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었고 여행사도 그렇게 추천했다. 

또한 다른 나라를 경유하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추가로 하나 더 경험하리라 착각했었다. 

JAL 카운터로 가서 여권과 항공권을 제시하고 우리의 여행가방을 수화물로 먼저 들여보냈다. 

공항까지 배웅 나왔던 반쪽과 일주일 뒤의 만남을 기약하며

우리 셋은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휘황찬란한 면세점들을 둘러보면서 말로만 듣던 명품의 세계를 경험하며

그저 적도 반대편,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로 간다는 상상만으로 즐겁기만 했다.

생애 첫 비행기 탑승했던 2006년 1월 13일.

오후 7시 출발하여 오사카공항에 오후 8시 40분도착(실제 도착은 좀 더 늦었음)

오사카에서 오후 9시 25분 비행기로 환승하면 호주 브리즈번에 다음날 아침 7시 도착예정.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을 나서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는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지금은 공항에서 옷을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있지만(물론 그 때도 옷보관서비스가 있었을 수도)

그 당시 우리나라는 겨울인 탓에 무거운 겨울코트와 점퍼를 입고왔었기에  

기내에서 가벼운 여름옷으로 갈아입으며 바로 다음날 닥칠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들떠있었다. 

난생 처음 비행기에서 제공받는 기내식과 음료를 실컷 먹고 미지의 세계로 벌써 떠나있었던 나는

오사카에서 환승통로를 찾을 때도 한국어로 설명해주는 JAL승무원들이 있어서 어려움을 몰랐다. 

청바지 벨트에 부착된 금속 버클이 오사카공항의 금속탐지기를 시끄럽게 만들었지만 그리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비행기에서 해외여행 첫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던 브리즈번 공항.

호주입국수속을 마치자마자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인들은 각자의 갈 길로 뿔뿔이 흩어졌고

공항터미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내 주위에선 온통 낯선 언어들만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마치 난생 처음 듣는 듯한 그런 언어들이...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어쩌나~'

'괜히 왔나 봐!'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이

오히려 커다란 여행가방 두 개와 아들 딸을 데리고 덩그러니 낯선 땅에 서있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발길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중학교부터 나이 사십이 되기까지 배워서 알고있었던 영어는 브리즈번 공항 어느 곳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영단어나 문장을 찾을 수단인 딕플(전자사전)하나,

통화수단으로만 로밍을 했었던 휴대폰만으로는 별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곧 고등학생이 될 아들이 어설프나마 영어를 구사했던 탓에 

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씩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말이 통하든 안 통하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맞닥뜨려야지.

공항밖으로 나와 택시에 올라탔고

"브리즈번 버스 스테이션, 플리즈"

택시기사가 뭐라뭐라 하며 말을 걸었지만 대꾸도 못한 채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내려줬다.

일단 한 고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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