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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반기문씨와 함께 귀국?

웹체크인하는 과정에 딸의 항공권은 모바일발행을 받았는데 내 여권정보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에러메시지를 받았다.
'에효. 귀국하는 것도 쉽지않군'

한밤중에 일어나 씻고(다른 투숙객이 있다면 민폐겠지만) 여행가방정리하다보니 해가 뜨나보다. 
27층 라운지로 올라가서 과일과 에너지바로 간단한 아침해결

숙소주변의 아침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체크아웃하며 숙박비용확인하고(미국 호텔들이 체크인할 때 보증금을 받기 때문에 보증금환불 확인은 필수) 뉴욕인들의 바쁜 출근인파 속을 함께 걸었다. 출근길을 자세히 살펴보니 맨해튼의 도로들이 대부분 일방통행인데 짝수거리와 홀수거리의 차량방향이 규칙적이었다. 이제서 보다니ㅎㅎ

LGA공항에서 들어올 때 이용했던 NYC버스를 타면 JFK공항까지도 한 번에 갈 수 있는데 혹시 출근시간대라 차가 밀릴까 싶어 급행열차라는 LIRR(Long Island Rail Road)로 타고 Jamaica 역으로 간 다음 에어트레인으로 JFK공항에 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공항가는 게  그랜드 센트럴 역 앞에서 직통버스타는 것과 비교할 때 비용면에서는 약간 싸고 시간상으로 좀 더 빠르다. 숙소에서 25분정도 걸어가야하고 Jamaica에서 한 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LIRR을 탈 수 있는 Penn staion을 찾아 길을 걷다보니 영화 '킹콩'탓인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낯익게 보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부근에 역이 있다고 들었는데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고 눈 앞의 역을 두고 지하로 내려갔다 올라왔다를 반복한 후에야 출입구를 찾았다.

LIRR은 맨해튼 동쪽에 위치한 롱아일랜드 지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철도노선을 말하는데 맨해튼은 업무중심지구라면 롱아일랜드는 주거중심지구라고 볼 수 있는 곳으로 맨해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유용한 이동수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LIRR 티켓은 Peak요금(출퇴근시간대 요금)과 Off Peak요금(30%할인된 요금)이 다르다. 사이트에서 확인해보거나 역무원에게 티켓을 살 때 확인해도 된다. 미리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경우 열차안에서 승무원에게 구입할 수도 있으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단다.

8시 11분인데도 Off Peak라고 7.25달러 내고 티켓을 사고보니 삼분 후 출발이었다. 게이트를 찾아 또 헤맸다. 두 개 게이트에 하나의 출구인 것을 게이트마다 출구가 있는 줄 알고 헤맨 것이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틈을 비집고 겨우 탔는데 좌석간 거리가 좁아 큰 가방을 둘 곳이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옆자리에 두었다. 다행히 외곽으로 나가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열차승무원이 티켓 검사를 하고는 편도티켓이라 가져가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시 되돌아나오는 승무원에게 수집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되돌려달라하니 흔쾌히 돌려준다. 

이십여분만에 환승할 Jamaica 역에 도착했다. 예전에 좋아했던 'Sun of Jamaica'가 갑자기 생각나는군 ㅎㅎ

에어트레인 표를 구입하려고 자동판매기 앞에 서니 한국어서비스가 있네 ㅎㅎ

근데 티켓 비용이 5달러인데 수수료가 1달러 붙는단다. 뭔 수수료씩이나... 

에어트레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미국인 아줌마가 내게 뭐라뭐라 했다. 알고보니 내가 모자를 떨어뜨려 그걸 알려주는 친절함을 발휘한 것이다.

JFK공항을 한바퀴 돌아나오는 에어트레인은 노선에 따라 공항터미널 들르는 순서가 약간 다르다. 세가지 노선이 있다는데  내가 타는 에어트레인은 다행히 내가 내려야 할 1 터미널에 먼저 도착한다. 

에어트레인을 타고 달리는 동안 보이는 바깥 풍경은 고층빌딩들이 아니었다. 역시 주거중심지구라 그런가!

1터미널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니 바로 눈 앞에 대한항공카운터가 보인다.

내 여권에 무슨 문제가 있어 웹체크인이 안되었는지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뭐야~~ 혹시라도 미국에 억류될까 밤새 노심초사했건만...'

아무 일없으니 다행이다만 넘 일찍 공항에 나와버려 할 일이 없었다. 들어가서 면세점이라도 구경할까하고 출국수속을 밟는데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OOO선생님 아니세요?"

"어라. 너네 여기 무슨 일?"

2006년에 졸업시킨 제자아이들을 뉴욕의 공항에서 만나다니...

뉴욕에서 유학중인 친구찾아 한달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이란다. 서로 이런 곳에서 만날 줄 몰랐다면서 반가운 인증샷찍고 수다떨다 같은 비행기로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면세점 쇼핑 후 다시 만나자했다.

뉴욕 JFK공항이 워낙 넓어서인지 대한항공을 이용할 1 터미널에는 면세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내가 사야할 물건이 많은 건 아니지만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한 반쪽의 담배를 살 곳도 없고 두 어머님 드릴 선물을 사기 좋은 면세점이 보이질 않는다. 남은 달러를 다 써버려야해서 초콜릿을 사게 되었다. GODIVA라는 브랜드의 초콜릿을 뉴욕의 번화한 거리에서 본 적이 있어서 뉴욕의 대표적 상품인 줄 알았는데 사고보니 세계적인 명품 초콜릿 중의 하나인 GODIVA는 1926년 벨기에의 드랍스가의 가업으로 시작되었으나 1966년 미국의 캠벨회사에서 고디바의 지분을 1/3이나 인수하면서 미국에 본사를 두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GODIVA 이름의 유래가 흥미롭다.(GODIVA공식사이트 참고)

GODIVA 라는 명칭은 11세기경 영국의 코번트리 지역을 통치하고 있던 레오프릭의 아내, GODIVA 부인에서 따왔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레오프릭은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을 책정하여 지역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보고 GODIVA 부인이 세금을 낮추어달라고 요청을 하자 남편 레오프릭은 계속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레오프릭은 아내 GODIVA에게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행진한다면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했다. GODIVA 부인은 백성들을 위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행진했으며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GODIVA 부인을 위하여 한 명도 길에 나오지 않고 집의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알몸을 보지 않음으로서 부인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물론 남편 레오프릭은 약속을 지켰고...그 후 GODIVA 부인은 유럽 전 지역에서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금수저일텐데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인가!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초콜릿 회사에서 GODIVA의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일까에 대한 답은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GODIVA의 상표에는 말 위에 알몸으로 앉아있는 여인이 그려져있다. 갑자기 말탄 여인을 보고 정유라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더군 ㅎㅎ 

남은 달러를 다 털고 나오려고 초콜릿을 샀는데 그래도 2달러 27센트 남았으나 남은 돈으로 살만한 물건이 하나도 안보인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2500원정도인데 말이다. 

둘러볼 곳이 없으니 시간이 남아도 너무 남는군.

게다가 탑승수속시간이 30분씩이나 지연된다는 방송까지...

'아~, 돌아가는 길이 왜이리 지루하단 말인가!'

비행기안의 좌석들이 많이 비었다. 누워도 되겠다. 화장실도 넉넉하다. 같은 대한항공인데 출국할 때 이용했던 비행기보다 훨씬 좋다. 귀국한다는 편안함 때문일까?

인천공항 도착하여 수속밟고 나오는데 비행기기장같은 사람의 가방에 파업관련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있었다는군.

인천 공항 곳곳에 환영인파와 언론사 카메라들이 보였다. 해외여행객이 많은 시기라 특별취재나온 줄...

공항철도표를 사는데 참 불친절한 직원을 만났다. 항공권이 있으면 철도비용이 1100원 할인되는데 결제하면서 보니 할인금액이 아니기에 왜 할인 안해주냐했더니 항공권을 안보여줘서 그렇단다. 그럼 결제전에 보여달라고 해야지 묻지도 않고 결제부터 하다니 참 불친절한 아가씨군. 취소하고 다시 구입했어야 하나 7분뒤에 열차가 들어온다니 다투기가 귀찮아졌다.

공항철도 개표구를 들어가는데 반기문 환영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서있었다. 

'아하, 그래서 마중나온 사람들과 카메라들이 있었던 것이군. 반기문씨때문에...'

같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 줄 알았는데 아시아나 항공으로 들어왔단다. 물론 나와 도착시간은 비슷.

공항철도타고 서울역으로 들어오니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반기문씨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현수막과 태극기를 흔들면서 승객들 드나드는 출입구를 빼곡히 막고 있었고 2층에서도 태극기를 손에 들고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함은 아랑곳없이...

반기문씨는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코스프레를 한다고 해서 오히려 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하겠다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정치해본 경험도 없는 분 아닌가!

유엔규정도 못지키는 사람이 이 대한민국에서 대권을 노려보겠다는 건가?

어쨌든 반기문씨 덕분에 난 많은 사람들의 환영 현수막과 언론사 기자들의 카메라 사이로 당당히 귀국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