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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다

누군가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그리고 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세계3대 박물관이라고 했다는데 뉴욕에 왔으니 아이들교육용으로 쓸만한 자료를 찾아보러 가봐야겠다.

박물관 둘러보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 딸을 달래서 아침 일찍 서둘러 박물관을 향해 5번가를 따라 걸었다. Trump Tower라는 이름이 쓰여진 건물 주변에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럼프라는 이름탓에 느끼는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신호등에 보행신호가 들어오면 경찰이 바리케이트사이에 쇠사슬을 열었다가 보행신호가 끝나면 닫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맨해튼 거리를 걸으면서 본 적이 없으니 새삼스레 보행자를 돕는 건 아닌 듯하고 무슨 일있나 싶더니 방송국 중계카메라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단순히 주변에 무슨 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숙소로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내가 본 건물이 트럼프의 건물이 맞고 트럼프의 건물들이 여기저기 많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뉴욕에서 가족이 거주하겠다는 트럼프때문에 뉴욕시가 해결해야하는 보안비용이 만만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트럼프 건물을 뒤로 하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센트럴파크 북쪽 끝부분쯤에 위치하고 있어 한참을 더 걸어야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도 지나고 아이들이 언덕에서 눈썰매타는 모습도 보였다. 즐거운 비명소리들도 들렸다.

우리의 여행에서 걷는 것이야 일상이니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데 숙소가 있는 곳과 사뭇 다른 풍광이 보인다. 주거지역인 듯 싶은 건물들이 나타나는데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저택의 느낌. 알고보니뉴욕의 부유층이 모여산다는 UPPEREAST SIDE라고 부른단다. 아마도 우리나라 서울의 강남인 모양이다.

왼쪽의 센트럴파크를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한시간만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이 곳을 줄여서 The MET라고 한다는데 이름을 줄여서 애칭을 부르는 미국인들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리라.

전날보다 날씨는 많이 포근해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추운 날씨에 박물관입구의 계단에 사람들이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다. 개관시간이 아직 안되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우리와 다르게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 추운 겨울날 햇볕이 따사로운 것도 아닌데 왜 밖에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25달러, 학생 12달러.

그러나 MET는 어느 때나 도네이션입장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Donation이란 기부라는 뜻인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주일 중 하루쯤 무료입장을 허용하면서 기부금형식으로 관람객이 내고 싶은 만큼을 내고 관람할 수 있게 한단다. 이 MET는 아무때나 도네이션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어찌보면 아무때나 쉽게 드나들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하루 중 드나듦이 허용된다하니 박물관 관람하다 지치면 센트럴파크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들어가도 좋을 듯하다. 시간이 많다면 천천히 며칠을 봐도 좋고...

딸과 나 둘이 10달러를 도네이션으로 냈다. 옷에 부착하는 스티커형식으로 표를 준다.

이 박물관은 1870년 처음 개관했고 지금의 이 자리로 온 것은 1880년. 일반적으로 대규모 박물관이 관주도로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는데 이 박물관은 민간주도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전세계, 전시대의 예술작품을 모아놓은 곳이라는 평을 듣고 있어 한국관도 아주 작게 자리하고 있다한다. 그래서 한글로 된 박물관지도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예술품을 생각하면서 비교감상하기로 했다. 많은 것을 보려고 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품과 이야기하듯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하룻동안 다양한 시대,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모두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다. 이미 유럽여행을 통해서 보았던 작품들도 꽤 있었고 미국의 박물관이라고 미국의 예술품만 소장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역사가 짧은 미국의 예술품들이 많을 리도 없지.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건물을 통째로 옮겨다 둔 것처럼 전시해놓기도  했고 개인 수집가에 의한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었다.  이 박물관에서는 개인적 필요에 의한 사진찍기는 허용을 하고 있었고 간혹 스케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보고싶은 것과 딸이 보고싶은 것이 달라서 각자 볼거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삶의 모습은 비슷하다. 사는 곳이 어디인지, 살아온 시대가 언제인지 관계없이 삶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문화의 표현은 비슷하다고 느낀다. 다만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표현의 예술적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겠지.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작품들 하나하나에 담겨있을 땀방울과 고뇌의 산물들

때로는 웃음으로 감추어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누구를 모델로 돌을 깍아내어 저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며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미국미술품들을 만났다.

자유의 여신상. 뉴욕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밖으로 내려다보였던 이 여신상은 1886년 미국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위해 프랑스가 선물했다는구리조각상이다. 원래 붉은빛을 띠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되어 푸른빛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오른손에는 횃불을, 왼손에는 독립선언서를 들고있는 모습을 보니 박근혜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있는 우리 국민들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한 손에 촛불들고 한 손에 헌법책들고 있는 조각상이라도 하나 마련해볼까~~~

메트로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미국여행을 마쳤다.

그동안 절약한 돈으로 저녁만찬을 먹기로 했다. 맛집 검색을 통해 꽤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해두고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딸이 먹고싶다는 뉴욕 스테이크를 미디엄레어로, 거기에 곁들여진 평생 처음 먹어보는 랍스터꼬리(해산물을 좋아하는 터라 랍스터먹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면 나의 반쪽이 민물가재를 잡아다준다ㅜㅜ)

레스토랑에서 세프의 추천메뉴인 Seared Tenderlion with butter poached Lobser tails(53달러)

스테이크는 딸이 먹고 나는 랍스터 꼬리.

랍스터 씹히는 식감이 정말 좋다.

돈없어서 와인은 생략.

샤벳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디저트로 주문한 것은 11달러짜리 Seasonal fruit Sorbet(Sherbet인 줄 알았는데 메뉴판에 Sorbet이라 적혀있어서 찾아보니 둘이 같은 디저트가 아니었다. Sherbet은 일종의 소다수라고 한다)

달지 않고 레몬그대로의 맛이다. 입안에 넣고 살살 녹여먹는데 정말 새콤하다.

서승호세프님의 음식이야기가 떠오르는 저녁만찬시간이었다. 식재료를 알고 음식을 음미할 수 있다면...

기분좋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출국하는 항공권을 웹체크인하려했더니 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에러메시지가 뜬다. 짜증이 밀려온다.

'이건 또 뭐야? 이러다 출국 못하는 거 아닌가?'

염려스러운 일이 또 발생했나 보다. 공항에 일찌감치 서둘러 가봐야겠다. 입국심사도 제대로 했는데 왜 추가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미리 계획되었던 여행이 아니고 딸의 학회참석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추진되었다보니 이러저러한 우여곡절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