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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다시 찾은 방포항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일교차도 점점 벌어져가는 가을, 다시 한 번 방포항으로 차박을...

처음 방문했을 때, 아무 준비없이 갔기에 반쪽이 재도전을 제안한 것이다. 

어린시절, 친정아버지의 근무지였던 탓에 격포에서 자라면서 항구에 나가놀았던 기억때문인지

바다를 유난히 좋아했고 물놀이를 좋아했던 나와 달리

바다로의 여행을 싫어하는 반쪽이 유일하게 바다로 가고 싶어할 땐 가장 큰 목적이 해루질이다.

지난 번에 우연히 방문했던 방포항에서 사람들이 해루질하는 모습을 보더니

즐거운 체험기회를 놓쳤다고 준비없이 찾아갔던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계약직 업무가 종료되고 열흘의 여유시간이 생겨서 다시 찾아간 방포.

이번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방향을 잡았다.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태안으로 가는 길이자 아이들과 바다여행을 할 때 많이 이용했던 길, 

그리고 나의 초등학교 마지막 추억이 담겨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한 곳을 통과하는 길로 달렸다.

방포항은 한 번 가보았던 곳이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고 평일인지라 한산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바닷물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녁 8시쯤에 완전히 물이 빠진다고 하니 늦은 점심부터 우선 해결.

물이 빠져나가고 있을 때 따라나가야한다며 반쪽은 해루장비를 챙겨들고 서두른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반쪽의 겉옷을 못 챙겨왔다. 

하지만 반쪽은 생각보다 찬 바람에 몸을 떨면서도 해루질할 생각에 들떠 바다로 갔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바지락을 캐고 있었다. 

반쪽은 일년 먹을 바지락을 캐겠다면서 정말 열심히 갯벌을 파냈다.

양식이 아니다보니 씨알은 작지만 바지락을 캐는 재미는 실컷 느낄 수 있었다. 

바지락캐는 반쪽 옆에서 난 굴까먹느라 입이 바빴다.

아들딸도 바닷가에서 까주는 굴을 정말 좋아했었다.  커다란 양식굴보다 자연산 작은 굴이 더 맛있다며...

무튼 즐겁게 해루질을 할 수 있어서 반쪽은 뿌듯해했다.

(그런데 너무 신나게 해루질하더니 일주일넘게 테니스엘보로 고생중이다 ㅋ)

10월의 바닷가에서 차박을 하기엔 많이 추웠다.

추위를 많이 타는 반쪽을 생각해서 두툼한 침구를 가져왔는데도 한기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눈을 뜨자 마주하는 아침풍경은 선물이다.

태안 해변길 중 노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제5코스 노을길.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바삐 돌아와야했기 때문에 맑은 날씨에 반해 피톤치드향만 실컷 맡고 내려왔다.

우리가 찾아간 이틀동안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다녀온 다음날부터 비가 내렸다.

아쉽지만 올해의 차박은 이것으로 마지막. 

차박하기에 춥기도 하고 곧 시어머님의 수술일정이 잡혀있어서 당분간은 놀러다닐 여유는 없을 듯.

다시 돌아오는 길에 서산AB지구 방파제 위를 달리며 눈에 들어오는

무심히 떠있는 구름떼와 분주히 왔다갔다하는 새들, 그리고 작은 배들.

늘 바다풍경에 취해서 살고싶은 나의 마음을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달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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