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새벽부터 서둘러야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이 있는데 오전에만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숙소 뒷편으로 나오니 즐비하게 천막이 쳐있다. 코타키나발루의 가야 스트리트에 펼쳐진 시장. 우선 아침으로 먹을 바나나 한다발을 2링깃주고 샀다. 그리고는 마실거리로 과일을 통째로 갈아서 생과일주스를 파는 곳이 있기에 바나나값의 6배나 주고 파인애플 주스를 샀다. 

전통시장답게 이것저것 만물상이 열려있었다. 맑은 종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돌려 찾아간 곳에서는 노인 두 분이 말레이시아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두 분이 잠시 고개를 돌렸을 때 사진을 찰칵.

깔링땅안이라고 하는 이 악기는 마치 우리나라의 징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9개의 악기를 두 개의 나무채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맑은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수공예품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열대과일들이 종류가 다양하게 있었지만 먹고싶었던 망고스틴은 안보였다. 열대과일의 왕이라고 하는 두리안이 많이 보였으나 과일향이 장난아니게 독하다기에 살짝 얼려 막대아이스크림으로 팔고있는 것을 한 입 맛보았다. 미묘한 맛이다. 냄새도 꾸리꾸리하고...

시장을 한참 둘러보다 정교한 솜씨들로 만들어진 악기나 장신구가 사고 싶었으나 여행 마지막날이고 말레이시아 현금이 별로 없는 탓에 1링깃에 7개의 열쇠고리를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들은 여자친구에게 줄 현지의 의상을 한 벌 샀고 딸에게 줄 히잡을 사고 싶다고 둘러보다 결국 맘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멋진 손글씨로 책갈피를 써주는 할아버지를 찾아 5링깃으로 정성을 담은 선물을 샀다. 동유럽의 류블라냐성에서처럼...

정성껏 글씨를 적어준 이 할아버지는 동생선물이라고 하니 한글로 '사랑'이라는 글씨를 봉투에 써서 덤으로 주었다. 

"뜨리마 까시, 바냑 "인사를 정중히 했다.

걷다보니 땀이 절로 흐르는 듯하다. 그동안은 물 속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이 곳 날씨가 정말 덥다. 10시밖에 안되었는데 더 이상 걸을 수 없겠기에 숙소 체크아웃하기 전에 낮잠을 잠시..

점심시각이 되어 맛집 탐방을 하잔다.

꼬치구이가 맛있다는 집에서 꼬치를, 전통음식이 유명한 집에서 국수를 먹어보자고 하여 식당을 찾아갔더니 사람들이 빼곡하다. 겨우 다른팀과 합석을 하면서까지 자리에 앉아서 전통국수와 밥을 먹으려 주문했는데 일요일이라고 밥은 없단다. 결국 국수와 양상추샐러드로... 국수는 양이 많은 것이라고 9링깃인데 별로 많아 보이진 않는다. 양상추샐러드는 6링깃.

국수 위에 올려진 라임을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지 모르고 그냥 국수를 후루룩 먹고 있는데 앞에 앉은 중국인 청년들이 라임즙을 짜서 국수에 뿌리고 있었다. 아하...

 점심을 먹고 우버택시를 불러 시티모스크로 출발했다. 시에서 지어놓은 모스크인데 호수의 가운데에 지었고 지붕이 파랑색이어서 관광객들은 블루모스크로 부른다고 했다.

블루모스크 앞에서 호수에 비친 모스크를 보려고 했는데 물결이 일렁이는 바람에 제대로 보기는 어려웠다. 바깥쪽에서 둘러보다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던 주름잎꽃을 만났다. 우리의 것보다 꽃송이가 좀 더 작아보였다. 습지에서는 바삐 줄행랑치는 도마뱀 한마리도 보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슬람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모스크사원 안에 들어가려면 이슬람 복장을 입어야한다나 뭐라나...

아들만 5링깃에 옷을 빌려입고 들어갔다 왔다. 성당의 내부와는 다르게 깔끔해보이는 모스크 내부의 사진 몇장을 찍으러...

첫날 찾은 줄 알았던 필리피노 마켓을 찾아 다시 한 번 워터프론트로...

망고스틴이 많이 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망고스틴 가격이 싸진다.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싼 건 아니지만...

결국 1Kg에 45링킷을 주고 망고스틴을 샀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아껴먹어야지 ㅎㅎ

옷가게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고 도로쪽에는 가게마다 재봉사가 한 명씩 앉아있었다. 모두 남자였다. 이 곳에서는 재봉사를 남자만 할 수 있나보다.

이제 마지막 볼거리를 향해 숙소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 탄중아루 해변으로 향했다.

그동안 워터프론트의 일몰과 나나문해변의 일몰을 보았는데 마지막으로 탄중아루해변에서 제대로 된 일몰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먹구름이 잔뜩 하늘을 가리고 있더니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졌다. 마지막 날인데 운이 없다 했다.

잠시 후 빗방울이 멈추고 빠알간 해가 나왔다. 서쪽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태양이 수평선 가득히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태양이 물에 빠져들 듯 사라지고 난 이후까지의 감흥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황홀경.

그렇게 코타키나발루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에 담고 마지막으로 찾은 탄중아루 식당가에서 신용카드는 안받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며 한국돈으로도 지불이 가능하니 '먹어,먹어' 외치던 말레이시아의 청년에게 바가지를 된통 쓰면서 해산물요리를 먹었다. 어느 정도의 환전수수료를 생각하긴 했지만...

멋진 풍광으로 눈호강하고 맛있는 해산물요리로 입을 호강시킨 반면 바가지 상흔으로 가벼워진 주머니를 만지작만지작거리며 씁쓸하게 뒤돌아서야했던 탄중아루.

저녁을 먹고 딱히 갈 곳이 없어 밤 1시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어물쩡거리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입국수속없이 들어왔던 코타키나발루 공항의 출국수속은 항공권을 구입하기전부터 수하물검색을 통과해야하는 과정이 있었고 보안검색대를 두 번이나 통과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행기탑승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 일찍 들어간 탑승대기실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대기실로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 다녀올 걸 ㅉ

뜻하지 않게 여행하게 된 코타키나발루. 적도가까이에서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앞으로 경험하기 어려울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접는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