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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코타키나발루 여행 2일차-판단판단섬, 카와카와 강, 나나문해변

아침 7시 20분에 숙소로 픽업차량이 왔다. 서둘러 준비해서 차량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대형버스로 옮겨 타야했다. 함께 판단판단섬 액티비티를 할 관광객이 많다고 했다.

대형버스 안에서 가이드책임자 애디는 섬에 들어가기 전 여러가지 사항들을 안내했다.

베이트캠프와 레크레이션캠프, 그리고 섬에서의 액티비티 등을 안내하면서

섬에 대해 소주아일랜드라는 별칭을 이야기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섬이라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나보다.

한시간 반가량을 버스로 이동해야 목적지에 도착한단다.

번화한 곳을 벗어나 한적한 시외로 나가며 길가에 보이는 열대의 빽빽한 나무들과 야자수들.

습지에 지어진 수상가옥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보던 수상가옥들과는 또다른 모습이다.

도로에 나와있는 소들의 행진도 보인다.

운전하는 차량들이 빵빵거리지도 않고 소들을 피해가는 모습들이 자연스럽다.

이곳에선 로드킬은 없을 듯하다.

드디어 도착한 베이스캠프에서 차와 간식을 챙겨먹고 나서 스쿠버다이빙 팀과 스노쿨링 팀이 나눠졌다.

다이빙팀은 우리 모자를 포함하여 열명.

다이빙복장과 오리발과 스노클링 물안경 등을 챙겨 다이버인 잭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다섯가지 들었다.

가장 중요한 수중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 수신호를 알아두라고 했다.

다이빙자켓의 공기조절, 물안경으로의 물유입시 대처방법 등을 이야기듣고

보트를 타고 판단판단섬으로 향했다.

맑은 바닷물빛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적도 부근의 에메랄드빛 바다.

잔잔한 물결 속에 풍덩 들어가고픈 욕망이 밀려들 무렵 섬에 도착했다.

책임다이버인 잭이 세 명, 보조다이버 각각 세 명, 네 명, 나누어 다이빙을 안내하기로 했다.

커플로 온 사람들을 위해 나와 아들은 헤어져서 각기 다른 다이버와 행동해야했다.

출발이 불안했다.

우선 산소마스크를 통해 호흡하면서 물 속에 들어가는 연습을 좀 했는데

자꾸만 물안경 속으로 물이 들어와 눈이 따가왔다.

그로 인해 물 속에서 눈을 뜨기 힘들어 다이버에게 불편함을 호소했더니 호흡이 잘 안되냐고 묻는다.

호흡이 아니라 물안경에 물이 들어와서 조절을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못알아듣는다.

계속 "엄마, 괜찮아요?"라고만 묻는 다이버에게 괜찮다 할 수 없어서 결국 깊은 물로의 다이빙을 포기했다.

아깝지만 나의 준비성부족으로 물안경착용법을 잘 모르겠으니

혼자 스노쿨링이나 해야겠다 생각하고 다이버에게 커플만 데리고 가라고 이야기했다.

스쿠버다이빙 팀도 떠나고 스노클링 팀도 보트타고 다른 곳으로 가버려서

결국 나혼자 섬 부근의 바닷물 속에서 첨벙거리며 놀아야했다.

햇볕은 따갑지만 물빛은 너무 예뻤다.

다이빙하고 돌아온 아들이 물 속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해주는데 부럽기도 했지만 뭐 어쩌랴...

바나나보트타고 섬을 한바퀴 돌고 점심먹으러 들어가는 길에 스노클링 장소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바닷물 속에서 예쁜 열대어들이 화려한 춤을 추듯 돌아다니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물안경에 또 물이 들어차 다시 나무보트위로 올라오는데

다이버 중 한 명이 니모에게 물렸다며 피흘리는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저런 예쁜 물고기들이 물기도 한다니...

점심먹으러 돌아가는 보트 안에서 젊은 부부의 눈가에 물안경을 눌러쓴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기에

자국났다고 했더니 물안경을 꼭 조여야 물 속에서 바닷물이 안들어온다고 말해줬다.

좀 더 조였어야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어야했는데 에궁...

사실 니모라는 물고기 이름은 애니메이션때문에 유명해지게 된 흰동가리속의 열대어라고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앞으로 이 니모를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다이버 잭이 찍어준 니모사진)

레크레이션캠프라는 곳에서 말레이시아식 점심을 먹고

식사가 좀 부실할 것 같해서 가져간 컵라면 하나와 그 곳에서 파는 타이거맥주 한 캔을 마셨다.

320ml 맥주 한 캔이 15링깃, 시내 편의점에선 8.9링깃인데 관광지라고 더 받는다.

여유를 즐기며 바다에 세워진 해먹에 잠시 누워보기도 했다.

가이드가 갑자기 불러서 가보니 Coral planting(산호심기?)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망에 산호 한줄기(?)씩을 끈으로 묶어 바닷속에 던져두면 나중에 산호가 자라는가보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자 가이드는 철수를 서둘렀다. 역시 세시쯤 밀려든 비구름이다.

베이스캠프에 와서 간단한 샤워를 하고 카와카와 강으로 이동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비는 멈췄다.

이 곳에선 맹글로브 숲에 살고 있는 긴코 원숭이와 이름모를 새들, 그리고 도마뱀 등을 만날 수 있다.

보트를 타고 왔다갔다하며 가장 많이 보이는 친구들은 원숭이였고

등만 보여준 채 가만히 앉아있는 커다란 새 한 마리, 강가 풀 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도마뱀도 보았다.

연신 사진기를 눌러대는 사람들 틈에 중국인 아기를 만났다.

나와 아들에게 자꾸만 손가락을 내밀더니 내모자를 달라기에 주려고 했는데 아기의 부모가 주지 말란다.

아무데나 던져버린다고... 아기는 짜증이 나는지 자꾸만 칭얼거리는데 아기의 엄마는 풍경을 보여주려고 했다.

카와카와 강의 유람을 마치고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하루종일 먹기만 한 듯.

오후 5시 40분, 새로운 가이드 하피는 나나문해변의 일몰을 보러 가자고 했는데

한 가족이 십분만 시간을 더 달라는 바람에 일몰보는 장소에 좀 늦게 도착했다.

수평선 한 쪽에서 화려한 일몰이 진행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선 폭풍우가 쏟아지는 시커먼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적도부근의 날씨변화를 직접 보니 신기했다.

일몰이 진행되는 중에 아들이 불러 뒤를 돌아보니 무지개가 떠있다.

또 하나의 일몰장관을 실컷 감상하고 반딧불투어를 위해 또다시 이동했다.

청정지역이라 반딧불이 많아서 밤에 보면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이 깜박이듯 신비롭게 보인다고 한다.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하는데 가이드가 '원, 투, 쓰리' 를 외치라고 하면

관광객들은 '원, 투, 쓰리'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그에 반응하듯 반딧불무리가 반짝 불빛을 자랑한다.

'반딧불이들이 영어로 말하는 걸 알았듣나' 싶었는데

가이드 중 한 명이 전등으로 반딧불의 불빛을 유인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수많은 반딧불이 캄캄한 물길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장관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가이드 하피는 아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반딧불 한마리를 잡아주었다.

하피는 스무살이라고 아들에게 말했단다.

그렇게 반딧불의 향연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운전기사가 엄청 밟는다.

우리를 빨리 데려다주고 싶은 것인지 서둘러 운전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근사한 야경을 보이는 곳을 블루모스크라고 하피가 말해줬다.

블루모스크는 시티모스크의 별칭이다.

찬란한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같아선 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우리말고도 또 다른 일행이 있었기에...

9시가 조금 못 되어 우리 숙소에 도착했다.

하피와 작별인사를 했다.

줌빠라기(Jampa lagi).

1일차 여행에서 캘리베이가는 길에 운전기사가 가르쳐준 말로 인사를 했다.

정겹게 악수를 건네는 하피와 헤어져 숙소에 들어오니 잠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