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페친의 글을 읽다가 격하게 공감하여 교포(교장승진포기)의 길을 걷게된 까닭을 써보련다. 교단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연수를 들을 때나 회식자리에서나 승진이야기를 듣게 된다.
학교는 진즉부터 교목집단(교장승진이 목표인 집단)과 교포집단으로 나뉘어져 업무를 맡는다. 특히 나같은 전교조 조합원 대다수는 교포를 선택하게 되는데 관리자들이 회유하고자할 때 "승진해야지, 언제까지 평교사만 할거야? 승진해서 바꿔보면 되잖아."라고 부추긴다.

전교조출신이었다가 승진한 장학사를 포함한 관리자들이 전교조 두둔하기보다 전교조 욕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자신들이 전교조조합원일 땐, 보다 합리적으로 참교육을 지키기위해 노력했었다며 "요즘 전교조 많이 퇴색했어."라고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창립 당시 암울했던 교단에서 참교육하겠다고 나섰던 선배들의 뜻을 받들겠다 다짐했으나 지금은 그 때보다 조금 나아진 현장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제자리다. 그러니 오히려 퇴보한 듯 보인다. 교장의 말한마디에 꼼짝 못하고 순응하며 좋은(?) 학부모의 자녀 맡으려고 학년말마다 선물들고 교장실 기웃거리는 일은 이젠 드물다. 학습부교재 팔려고 업체에서 접대하려는 노력도 덜 하다. 보충수업(지금은 방과후수업)도 안하면서 관리수당 달라는 교장,교감, 행정실장도 별로 보이질 않는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1989년 전교조출범당시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기에 전교조의 참교육 기치는 여전히 높이 평가받아야한다. 다만 지금의 전교조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잠시 이야기가 딴 길로 샜다. 교육계의 승진구조에 대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손질을 못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이 젊은 교사들의 과도한 승진열풍때문에 교감자격연한을 20년이상으로 상향조정했을때 젊은 교사들 특히 15년 경력 교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교육감에게 말한다]게시판을 도배하듯 반발했고 공청회자리에서 대놓고 반항했다. 교장단에서조차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교사들을 손안에 넣고 흔들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결국 세종시교육청은 한 발 물러섰고 교감자격 경력을 교육부수준으로 낮춰버렸다. 학교는 경쟁가도를 달리고자 하는 젊은 교사들이 많이 보인다. 승진을 꿈꾸며 세종으로 오고자 하는 타지역 교사들이 늘었다. 그야말로 기회(승진기회)의 땅으로. . .

교사ㅡ교감ㅡ교장 또는 교사ㅡ장학사ㅡ교감1년ㅡ교장. 이렇게 승진하는 구조가 교육을 위해 바람직한가? 예전에 한 교육감이 예비교사들 모아놓고 "전교조교사의 말로가 비참하더라."라고 말해서 쫓아가 항의한 적이 있다. 전교조 조합원으로 평범한 교사로 한평생을 보내면 비참할까? 실제로 교장으로 퇴임하면 노년이 훨씬 더 행복할까?

승진을 위한 노력을 차라리 아이들을 위해 투자한다면 노년에 제자들이 찾아오는 기쁨이 더 크지않을까 싶다. 화려한 명패와 혼자 쓰기엔 넓다란 방을 차지하고 지내다 퇴임하고는 이전보다 초라한 노년을 견디지못하는 교장출신들을 더러 본다.

프레네연수때 만난 스웨덴 교사 Mia는 교장하다가 교사로 재직중이라고 했다. 유럽의 교장은 교사보다 업무도 많고 가끔 수업도 한다고 들었다. 우리도 그럼 안되나? 교장, 교감, 교사가 그저 하나의 보직으로 존재하는 그런 구조 안될까? 경기도교육감이 교장도 수업해야한다고 말했을 때 교장들이 반발했다는데 교단에 있다면 수업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야 하지않을까?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신규교사들에게 수업을 공개하는 멋진 교장이 보고싶다.


임용되자마자 승진을 위한 경쟁대열에 참여하는 신규들에게 말하고싶다. ㄷ교사는 아이들과의 삶 속에서 행복하다고. . .항상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라고. . .그래서 난 교포집단이 되었다고. . . 이 삶이 행복하다고. . .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전교조 선봉에 서서 늘 이끌어주시던 선배님의 명예퇴임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참교육을 하겠다며 평교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다 퇴임하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전교조 창립즈음해서 뜻이 맞는 동지들과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맞이하겠다 굳게 약속했건만 교감으로 승진해서 퇴임하게 되어 억울함을 토로하셨다. 정년퇴임과 달리 명예퇴임을 선택하는 평교사에게 교감의 호칭을 붙여주는 관행이 있단다. 이유인 즉, 교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교감으로 퇴임하면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퇴임식장에서 교감이라고 어깨 으쓱하게 해주겠다는 것인지...

독재와 억압의 암울한 교육현장을 당당히 싸우며 지켜주신 선배님들의 헌신하신 뜻을 후배들에게 이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늘 죄스럽다. 퇴임을 선택하시는 선배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음이 사실이기에 축하해드리지도 못하고 떠나는 선배교사를 원망하기도 해본다. 여러가지 사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런 상황들이 전교조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다. 집회때마다 자리를 지켜주시던 선배님들께서 명퇴를 선택하게 되니 해가 갈수록 집회현장이 썰렁해진다. 보다 더 강해지고 젊어졌어야 할 전교조가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자리매김으로 교육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은 더없이 씁쓸하다. 그래서 늘 선배나 후배 모두에게 죄스러운 마음이다.

1989년 파면과 해임을 불사하고 지켜내고자 했던 전교조의 깃발을 남은 우리가 기필코 지켜내야하는데 법외노조 시비가 붙어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날 위기에 처해있다. 물론 법외노조가 된다해서 공중분해가 될 전교조의 저력은 아니다.  그러나 합법화로 당당하게 활동하고자 했던 이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까봐 죄스러울 따름이다. 이 땅에 전교조가 없었다면 투명하고 인권적이며 민주적인 교육현장으로의 길이 요원하지 않았을까?

통일을 염원하며 국토순례를 마다않고 세월호참사규명을 위해 앞장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선배님 퇴임을 축하드리는 의미로 동료조합원의 시낭송이 있었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 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박노해 시선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사실 어찌보면 선배님들이 우리들보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의 삶이 더 각박하고 해학과 풍자가 부족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시낭송을 듣고 나서 선배님께선 들뢰즈의 철학을 이야기해주며 '죽창가'를 들려주었다. 전교조의 방향에 대한 안타까운 조언도 했다. 앞으로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전교조를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나 역시 당당하게 퇴임을 맞고 싶다. 전교조를 지켜내기 위해  온 몸으로 맞서왔던 선배님들의 헌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나를 단련한 후 멋지게 퇴임을 맞이하고 싶다. 선배들의 노고에 비할 만큼은 안되겠지만 오늘도 열심히 지켜내야지. 전교조.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