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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도대체 왜?

2015.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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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갑작스레 생각나는 아이가 하나 있다. 3년 전 담임했던 여자 아이다. 우리 반 학생 수가 고작 열두명인데 그 여자 아이는 한달에 3~4일, 길게는 일주일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가끔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가위로 자른 듯 학교에 오기도 했다. 아버지가 집에서 직접 잘랐단다. 그 아인 뭐든지 잘했다. 독서수준도 높았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는 것도 많았다. 시골학교에 어울리지 않게 도시적 이미지를 보이는 얼굴이기도 했다. 전부터 있었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니 전학 온 지 2년째인데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그 아이 이렇게 셋이서 남의 집에서 살고 있단다. 그 전 해에도 결석이 자주 있었고 현장학습이나 야영, 수학여행 등에 전혀 참가하지 않았다고했다. 이년 터울인 오빠도 인근 중학교에 다니지만 결석일수가 보름정도로 길었던 날도 있었단다. 이렇게 잦은 결석을 하는 이유가 기가 막혔다.

아이의 아버지는 이혼을 하고 이 곳으로 이사왔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폭음을 하고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버지가 보내지 않는게 아니라 아버지가 술병으로아프시기 때문에 간호하느라고 오지 않는다고 했단다. 아이가 학교를 오지않아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동료들은 원래 그랬다며 신경쓰지 말란다. 어찌 나의 반 학생인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담임을 맡은 지 한 달 여 시간이 지나고 그 아이의 엄마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었다. 이상하게도 학교로 올 수 없으니 학교부근의 다른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이 엄마를 싫어하고 있고 엄마를 싫어하게 된 까닭은 아이 아버지의 모함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전의 화려했던 가족사를 말해줬다. 둘 다 엘리트출신이었고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으며 아이들도 학교에서 촉망받는 재능을 보였다고 했다. 물론 나와 만났을 당시 이혼을 한 상태고 아버지가 알콜중독이라 가정폭력에 시달려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노라며 아이들을 자신이 키우려 했지만 아버지의 모함으로 아이들은 엄마가 바람을 피워 가정이 파괴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사진 출처:충청매일)

 

아이 엄마를 만나고 난 얼마 후 그 아이의 아버지와 통화가 되었고 그 아이 오빠의 담임과 함께 가정방문을 가게 되었다. 원룸의 집 안에 들어서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장식물들이 있었다. 그 아버진 엄마와 마찬가지로 화려했던 옛집을 그리워하며 그 집에서 장식했던 장식물들이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아이의 아버진 기초수급권자가 되게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기초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아직 젊은데 직장을 찾아볼 방법을 찾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몸이 아파 일을 할 수가 없단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이는데 일을 할 수 없다니 이해가 안갔다. 두어시간가량 이야기를 하고 나오는데 도대체 부모의 잘못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 둘은 무슨 죄냐 싶었다.

알고있던 군청(당시는 행정구역이 군이었음) 직원을 통해 기초수급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 했고 지방의회 의원을 만나 자세한 정황을 이야기하고 함께 도움을 요청했다.  군청 직원을 통해 물품지원을 약속받았고 복지센터와 연계하여 가끔 상담도 해주겠노라는 반가운 약속도 들었다.

그리고는그 해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운동회를 하게 되었다. 갑작스레 그 여자 아이의 엄마가 등장했고 운동회에 즐겁게 참여했던 그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욕을 하며 도망가게 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모두 놀라 교장과 함께 그 엄마를 설득해 학교 밖으로 내보내고 아이와 이야기했다. 아이는 그 엄마가 집을 나가게 된 이야기며, 아버지가 저렇게 아프게 된 원인과 가족의 삶이 산산히 부서지게 된 이야기를 울며 털어놓았고 아이가 알아선 안 될 내용까지도 서슴지 않고 털어놓았다. 겨우 9살의 2학년에 경험한 이야기를 어른의 시각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 엄마에 대한 증오심도 깊었다. 엄마가 모든 걸 잘못 했다고 시인하고 들어와 살면 된다고 말하는 그 아이는 어떤 말로도, 누구의 설득도 듣지 않았다. 마치 아버지가 교주인 듯 두 아이는 아버지의 말에 맹종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학교로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와서 내게 욕을 퍼부어댔다. 만취한 목소리로 '네가 전교조 교사면 뭐하냐, 참교육을 부르짖으면 뭐하냐 아이의 가정문제 하나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등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퍼부어댔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해대며 아이의 엄마를 데려오란다. 연락처도 모르고 어디있는지도 모를 아이 엄마를 내가 무슨 수로 데려오라는 건지... 퇴근도 못하고 전화통 붙잡고 씨름을 하다가(당시 학교에 교장, 교감 둘 다 없었기에) 아이 아버지가 잠이 든 것 같아 전화를 끊었다. 그 사건 이후로 아이는 전학을 갔다.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청과 군의원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작은 임대아파트로 이사도 했고 기초수급권 혜택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벌써 오빠는 고등학생이고 그 아인 중학생이 되었다.

부모 둘 중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모의 다툼으로 가정파탄이 난 것을 서로 상대방을 음해하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또한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보여지는 부적응 행동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금도 가끔 음주 후 전화를 거는 또다른 학부모가 있다. 그 아이의 학교 생활이 불안정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함을 이야기할 때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기르고 했다고해서 부모맘대로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제발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그 인격을 존중해주는 그런 부모가 되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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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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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5.08.25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아이에게 이런 상처를 준 부모가 원망스럽습니다.
    언젠 시간 나시면 한번 만나보셔야겠습니다. 제가 이야기 안해도 그러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