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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걱정거리

어머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지 벌써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어머님 병문안이라고 해봐야 하루 면회객 수를 제한하는 병원규정 상 예약이 쉽지 않고

면회예약이 성공해도 기껏 15분의 시간동안 투명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나누는게 전부.

코로나시국이라 병원에 계신 어머님찾아뵙기도 쉽지않다.

성격급한 어머님께선 빨리 낫지 않는 상황에 대해 속상하셔서 눈물이 그렁그렁하신다.

어머님께서 치료가 빨리빨리 진행되지않는다고 병원에 짜증을 내시는 경우도 여러번이었다.

늘 건강을 자신하셨던 어머님께서 누구보다도 가장 자신있게 하셨던

농삿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조바심을 내신다.

병원에 누워서도 지금쯤 무엇을 수확하고 무엇을 파종해야 하는지 걱정하고 계신 어머님이시다.

그 농삿일 외에 또하나의 걱정은 반쪽의 먹거리.

어머님께선 아직도 나의 음식솜씨를 못 미더워하신다.

아들과 딸 키우며 직장생활까지 해냈던 주부로서의 능력을 늘 걱정하셨다.

결혼하고 시부모님을 찾아뵐 때마다 여전히 어머님께선 반쪽이 뭘 먹고 사는지 물어보신다.

그도 그럴 것이 반쪽이 살이 찌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먹는 대로 정직하게 살로 가는 체질이나

반쪽이 살찌지 않는 건 유전적 영향이 강하기도 하고 먹는 것보다 움직임이 더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무튼 반쪽이 살찌지 않는 것에 대해 결혼 이후 어머님께 늘 서운한 말씀을 들었던 나지만

삼십 여 년 지켜보시고도 여전히 반쪽의 먹거리 걱정을 하시니 야속하기도 하다.

어쩌랴. 시어머님과 며느리사이인 걸...

그나저나 의사와의 진료상담을 받아보니 병세가 호전되기까진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듯.

사실 구순이 넘으셨으니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보인다.

치료는 더디지만 어머님께서 걷지를 못하시니 집으로 모셔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병원들러 어머님뵙고 돌아오는 날은 마음이 더 무겁다.

어머님 돌아오실 때를 대비해서 시골에 있는 집을 처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동체활동을 시작한 이 시점에서 아파트를 처분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이 상황이 또한 답답하다.
예전에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9월을 맞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