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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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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의 마지막밤 한국에 돌아가서 지인들께 드릴 선물들을 숙소에 내려놓을 즈음,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아버린 시각이었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 지파이를 찾아서 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이번엔 화시지예 야시장 야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뱀을 파는 곳들이 여럿 보였다. 설마 식용? 다리 품 팔며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는 곳을 발견하고 무턱대고 줄부터 섰다 ㅎㅎ 줄을 먼저 선 후 뭘파는지 봤는데 후자오빙이라는 빵이었다. 검색해보니 후추빵이라고 한다는데 화덕만두라고 해도 무방할 듯. 분위기상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같은 두 여성분이 바쁜 손놀림으로 반죽하고 소를 넣어 화덕에 먹음직스럽게 구워내고 있었다. 화덕에서 갓 구워낸 후자오빙은 생각외로 입맛에 딱! '좀 더 살 걸!' 입 안에 여운이 남는 그런 빵이었다. 그렇게 입맛에 맞..
임가화원을 거닐다 마지막 남은 하루! 임가화원으로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찾다보니 조금 늦었다. 11시 정각에 임가화원 내부에 있는 저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했는데 표를 구입하고 화원입구에 발을 들여놓자 해설사를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였고 이내 문이 닫혔다. 시간 칼같이 지키네 ㅜㅜ 임가화원을 임본원저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임본원저택은 저택과 정원을 함께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곳은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임씨일가가 1800년대 중반에 조성한 공간이며 대만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있고 조경가치가 높은 정원이라고 들었다. 연못과 정자와 복도, 자연물 등의 조화로운 배치를 통해 당시 임씨일가의 위용과 세력을 실감하며 나의 반쪽이 꿈꾸는 정원의 모습이 먼 미래에 저렇게 되려나 상상해본다. 한참을 둘..
황금광산인데 황금은 어디에(진과스~지우펀) 예-스-진-지 여행코스의 오후일정으로 진과스가는 길!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가는데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있다. 유명해서 차들이 이렇게 많은가 했는데 유명관광지이기도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예-스-진-지 관광한 그 날이 주말이었다. 잠시 어느 곳에 들렀다가는 차량행렬에 끼어들기도 어려울 지경이어서 진과스 황금박물관으로 곧장 직행. 일제강점기에 황금채굴이 많았다는 진과스. 물론 지금은 폐광이다. 이곳에서도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건물들이 여럿 보였다. 이곳에서 황금박물관을 관람하고 광부의 도시락을 맛보기로 했다. 위험천만한 채굴장에서 광부들이 허겁지겁 먹었을 것 같은 도시락이 별미라고 하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 올라가며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은 나무 한그루를 만나고 태자빈관..
자연미술관 예류에서 기찻길마을 스펀까지 하루종일 버스투어가 예약되어있다고 아침일찍 서둘렀다. 전날 호텔조식에서 내가 좋아하는 패션후르츠가 나왔었는데 실컷 못 먹어서 또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가 ㅜㅜ 다른 과일이 나와버렸다. 과일을 대체로 좋아하는데 그 좋다는 구아바도 내겐 별로였다는... 타이베이 외곽에 있는 관광명소들이 여럿 있는데 대만에 오면 필수 코스라며 미리 예약해 둔 일정. 예-스-진-지 사실 버스투어하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무리라네. 한국인가이드가 안내하는 버스엔 한국관광객들이 주로 있었다. 첫 방문지인 예류공원, 대만북부해안에 있는 지질공원이란다. 지리가 전공인 난 대학시절 만난 자연지리 전공교수님이 떠올랐다. 인기많았던 총각교수님께서 답사다니며 지형과 지질에 대해 이것저것 열의있게 설명해주셨는데... '이제..
제국주의 흔적과 일몰 둥먼역에서 타이베이역을 지나 단수이역(종착역임)으로 갔다. 단수이역 주변에 볼거리들이 있다하여 오후에 바쁜 걸음을 재촉하게 되었다. 영화 속 풍광들이 있다며 단수이역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첫번째로 도착한 홍마오청 이 건물은 세월의 굴곡을 모두 담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1600년대 식민개척시대에 스페인이 대만북부를 점령하여 건물을 지었고 이후 네덜란드가 소유했다가 1800년대 영국이 차지했었던 일도 있고 지금의 대만이 되기까지 아픈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곳인 듯 하다. 빨간색 건물이 이국적인 이 홍마오청의 이름은 건물색깔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네덜란드인이 점령했을 때 네덜란드인들의 머리카락 색깔이 붉은 색이라 그렇게 불리워졌다고 하는데... 건물 곳곳에 제국침략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디저트 천국 융캉제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여행일정은 대부분 아들이 계획한다. 대만여행은 아들의 여자친구(지금은 며느리)가 사전답사해 온 경로를 바탕으로 계획한 것이었다. 대만지하철노선도는 색으로 구분되어있다고 한다. 빨강, 파랑, 초록 등으로 노선도가 그려져있어서 가고자하는 목적지의 노선색깔만 알아두면 편리했다. 물론 같은 색깔이라도 종착지는 확인하고 타야한다. 색깔만 보고 올라탔다가 반대방향으로 가게 되어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서 ㅎ 둘쨋날은 빨간 노선, 상산방향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중국어는 잘 모르지만 한자를 배워둔 세대이다 보니 한자로 읽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한자어와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조합이 다르긴 하지만... 사실 대만에 오니 한국말을 사용하는 대만사람들이 꽤 있어서 언어로 인..
타이베이 도착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조차도 맘놓고 다니지 못한 지 벌써 2년. 2019년 10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아들과 둘이 대만으로 여행을 갔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추석연휴와 맞물려 휴일이 며칠 더 있어서 4박 5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아마도 아들과의 여행은 마지막이지 싶어 다녀온 대만이었다. 대만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할 무렵 중국 본토내에서 중국공산당과 중국국민당의 내전이 있었고 우리가 대만이라고 부르는 타이완섬으로 중국국민당이 후퇴하여 설립한 중화민국 그리고 장제스. 이후 UN에서 중국대표권마저 중국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넘겨줘야 했다는 이야기 정도. 아무튼 그런 대만으로 가기 위해 추석연휴 마지막 날 서울로 올라와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대만여행에 이용..
코타키나발루 3일차-시티모스크, 썬데이마켓, 필리피노마켓, 탄중아루해변 아들이 새벽부터 서둘러야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이 있는데 오전에만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숙소 뒷편으로 나오니 즐비하게 천막이 쳐있다. 코타키나발루의 가야 스트리트에 펼쳐진 시장, 썬데이마켓. 우선 아침으로 먹을 바나나 한다발을 2링깃주고 샀다. 그리고는 과일을 통째로 갈아서 생과일주스를 파는 곳이 있기에 바나나값의 6배나 주고 파인애플 주스를 샀다. 전통시장답게 이것저것 만물상이 열려있었다. 맑은 종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돌려 찾아간 곳에서는 노인 두 분이 말레이시아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두 분이 잠시 고개를 돌렸을 때 사진을 찰칵. 깔링땅안이라고 하는 이 악기는 마치 우리나라의 징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9개의 악기를 두 개의 나무채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