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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단순기억상실?

가끔씩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

며칠 전엔 손아래 동서의 친정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급히 일산에 다녀왔다.

반쪽 퇴근 후 KTX를 타고 올라갔다가 마지막 KTX로 돌아와야해서 동선을 잘 정리해야했다.

서울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탔는데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착각해버렸다.

당연히 내릴 곳에 내렸다 생각하고는 출구를 찾는데 우리가 나갈 8번 출구가 아예 안보인다. 

지도를 살펴보고 8번 출구 근처의 2번 출구로 나가봤는데 사방이 암흑이다. 

'아뿔사!' 

한 정거장 더 갔어야 했다는 걸 그제야 인지했다.

다시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지하철요금 다시 한 번 내고 한 정거장을 가는 바보같은 짓을 하면서 시간이 20분 지체되었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리했을까 정말 바보같은 기억력을 탓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스테이크를 구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에서

반쪽에게 스테이크를 잘라주면서 스푼으로 붙잡고 나이프로 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하아, 이러다 아무 생각없이 살게 되지 않을까?'

문든 떠오른 영화의 한 장면.

대학교수였던 주인공이 알치하이머에 걸려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을 것에 대비해 영상을 만들어 컴퓨터에 저장해두었다.

물론 기억을 잃으니 저장해 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영상을 발견하게 되지만... 

영화 'STILL ALICE'

(영화 포스터 캡처)

영화는 영화일 뿐이겠지만 결국 그렇게 기억을 모두 잃는 순간에 대한 상상을 해보니 끔찍하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가족이 알치하이머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남의 일만은 아닐 것 같은 생각에

난 오늘도 나의 기억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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