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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자유인 2일차

3월 1일은 공휴일이었으니 자유인 첫날이라고 말하는게 어울리겠다.

2월 28일자로 명퇴수당은 입금이 되었으니 이젠 정말로 자유인이다. 

그동안 챙기지 못한 지인들에게 전화로 수다를 떨었다.

한결같이 내게 묻는 질문,

"뭐 할거예요?"

아무 계획없다는 대답에 모두들 의아해한다.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온 내 모습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할 때

상상불가!

학교에 남은 동료들 중 일부는 말한다. 

진보교육감이 선출된 지 8년인데도 여전히 학교는 제자리 걸음이고 관리자는 보수적이란다. 

물론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에선 덜 하겠지만 일반학교는 그렇다. 

그동안 뭘 교육한 것인지 뒷통수를 때리며 반성하고 다시금 교육적 고민을 하도록 이끌어 줬던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난 새로운 교육, 즐거운 교육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2008년, 동료 너댓명이 모여앉아 책을 읽고 간단한 토론을 하며 함께 꿈을 꾸었다. 

당시 근무하고 있던 지역의 학교들에선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관리자만의 학교운영이 일반적이었기에

부당한 일에 대한 저항과 충돌은 있었으나 교육적 고민은 좀 부족했었다.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에서 알게 된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그제서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비록 책에 나온 학교들은 작은 학교들의 이야기이고,

폐교위기에서 학교를 지켜내려는 노력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일반학교에서도 고민해볼 수 있는 시사점을 주는 교육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이듬해인 2009년 MBC PD수첩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작은 학교들의 교육적 성과가 조명받게 되었다. 

그 후, 함께 공부하던 지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김형윤PD를 모셔 강연을 듣게 되었고

강연을 들으며 나도 그런 즐거운 교육을 하고 싶었다. 

그 즐거운 교육을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논의하며 선택하게 된 학교.

그렇게 선택해서 옮겨갔던 그 학교에서 관리자의 횡포와 맞서 써우느라 지칠대로 지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아이들과의 즐거운 교육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교육운동이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지는 판단하지 않겠다. 

다만, 아직도 20여년 전의 교육이 이뤄지고

문서주의와 실적주의는 감사와 징계를 빌미로 관리자들이 평교사에게 여전히 요구하는 실정이란다. 

교육과정의 슬림화를 제안하고 학교자치를 이뤄보자고 교육청에서 화두를 던져놓지만

자율로 맡겨놓으니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과연 몇이나 될까!

관리자가 보수적인 형식을 요구하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든

교사 스스로 교육을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교육현장은 20여년 전 모습과 크게 달라질 수 없다. 

동료들과 통화를 하고보니 또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명퇴 소식에

어떤 이는 축하 또는 부러움을 전한다.

어떤 이는 응원을 하며 새로운 계획을 궁금해한다. 

어떤 이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딱 좋은 시기에 난 명퇴를 선택했다고 스스로 위로와 찬사를 보낸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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