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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교직생활 마침표

사범대학 졸업 후 발령대기하면서 선배들을 대신했던 중등 기간제근무를 제외하고

연금법상 명예퇴직요건인 20년 경력을 채우게 되어 2022년 2월 28일자로 나의 교직생활은 끝나게 된다.

교육부의 교사수급대책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교직경력이 30년이 넘었을 거고

연금수령액이나 명퇴수당이 훨씬 많아 나의 노후가 더욱 든든했겠지만

나와 반쪽은 금전운이 없는지 남들보다 손해보고 사는 인생인지라... 

내 월급에서 매달 적립한 금액에 더해진 연금은 명퇴 후 5년뒤에야 나오고

실제 받을 연금을 비교해봐도 똑같이 20년 근무하고 명퇴했는데

연금법 바뀌기 전 적용받은 반쪽의 연금보다

연금법 바뀐 이후를 적용받는 나의 연금이 60만원 적다. 

따지고 보면 적립금은 내가 더 많이 냈을텐데 말이다. 

명퇴수당은 정년퇴직까지 남은 기간이 5년 초과 10년 미만구간에 해당하여

'현재 호봉의 반액*68%*(60+(잔여개월 수-60)/2)'

이렇게 계산한다고... 그러니 30년 넘는 근무경력이라면 명퇴수당도 적잖았을텐데 ㅎㅎ

아들 집사는데 돈빌려주기로 했고 딸아이 6년간 대학등록금을 빌려줘야할 지금의 상황으로선 아쉽긴하다.

조용히 떠나오고자 했으나

교장이 간단한 퇴임식을 준비해줬다. 

동료들의 감성어린 편지와 깜짝공연, 그리고 나의 캐릭터를 그려넣은 케잌까지

아침일찍 교무실로 찾아 온 후배교사들의 마음담긴 편지는 퇴임식 전부터 나를 울렸다. 

한사람 한사람 작별인사를 나누며, 유별나게 정깊은 이는 더욱더 아쉬워했지만

어쩌랴 이제는 뒤엎을 수 없는 일을...

교감은 농담삼아 

"교육청에서 명퇴신청을 반려할 줄 알았는데.."라고 말한다. 

내 개인의 희망을 굳이 교육청에서 반려하기까지야 ㅎㅎ

사실 교육청에서 나의 명퇴신청서를 받고 한 사람쯤 아는체를 할 거라고 착각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기여한 것도 없으면서 나름 지역 교육발전에 조금은 애썼다고 착각했으니까...

저녁엔 오래전부터 찐친이었던 이들과 가볍게 술잔을 기울였다. 

퇴임이 만들어 준 찐친들과의 시간들이 고마웠다. 

힘들었던 시절, 서로 의지하며 교육운동을 했던 그들이 각자의 가정생활을 꾸리며 

더욱 힘들게 지내온 이야기들을 그동안 전해듣기만 했을 뿐

정말 오랫만에 만나 못다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찌보면 내가 참 무심한 사람이었지.

찐친들이 건네주는 응원과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하루를 마감하고 돌아오니

나의 반쪽은 나보다 더 허탈했는지 혼술로 소주 두 병이나 마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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