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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행복은 성적순?

공개수업 교사들의 수업나눔 시간을 가졌다. 1학기에도 수업협의회를 하면서 우린 행복한 경험을 했다. 이전의 수업자를 관찰하고 꼬투리잡기위한 방식이 아닌 학생중심으로 수업을 바라보고 경험을 나누는 시간들을 밤늦도록 진행하면서 유쾌했다.

2학기 공개수업을 모두 끝내고 수업나눔을 하는 시간, 교장도 함께 참석했다. 우린 학부모 참여수업을 진행한다. 난 시쓰기수업, 1학년교사는 자치기놀이를 통한 수학수업, 2학년교사는 나들이를 통한 통합수업을 학부모와 함께 진행했다. 뒤에 앉아서 참관만 하던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고 참관록에 적었다. 비록 한 두시간뿐이지만. . .

교장도 학생,교사,학부모가 따로 존재하는 공개수업만 보다가 학부모참여형 수업을 보게되어 새로운 경험이라고 감탄했다. 신규교사들이 그런 수업들을 많이 보고 고정관념들을 깨뜨리면 좋겠다고 했다.

신규교사가 말했다. "수요자요구를 충족시키려면 그런 수업을 하기 어렵다"
그러자 교장이"그 수요자라는 생각부터 깨야해"라며 배울게 아직 많다고 했다.

또다른 교사가 경쟁을 경험한 요즘 젊은 교사들은 그런 관념을 깨기 어렵다고 말하기에 "오히려 젊으니까 더 빨리 깨뜨릴 수 있는거 아닌가? 나역시 경쟁사회를 치열하게 뚫고 살아왔는데" 라며 대답했다.

오남매의 맏이였던 내게 부모님께선 좋은 성적을 요구하셨다. 초등학교3학년인가 4학년 때 학급석차가 5등밖으로 밀려나서 추운 겨울날 속옷만 입은 채로 대문밖에 쫓겨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깨동무'라는 어린이잡지를 성적이 오른 동생에게는 사주고 나는 구경도 못하게 한 기억도 있다. 성적을 유지하기위해 정말 고생많이 했다. 공부방이 따로 없어서 고등학교 땐 담임선생님께 부탁해 학교열쇠를 갖고 다니며 새벽네시에 등교하고 밤 열두시에 하교했다. 당연히 학원이나 과외공부를 할 여유도 없었고 참고서 살 돈마저도 부족했던 가난한 살림살이였기에 그 땐 정말 교과서와 공책필기한 것만 가지고 혼자 공부해야했다. 학교선생님들 도움받으며 말이다. 그 덕에 지금 내 앨범에는 우수상장,표창장, 메달 등이 꽂혀있다. 참 쓸모없는 것들인데. . .물론 누군가는 내게 그렇게 공부했기에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 때문에 행복할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 안에 여전히 꿈틀거리는 설레임을 주는 그런 것.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여학생이야기가 영화화되었던 적이 있다. 난 자살할 용기도 없는데 성적때문에 자살했다는 그 여학생이 부럽기도 했다. 그 여학생나이에 난 가족을 책임져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았으니까. . .고등학교 때 일년 반동안 일탈했던 적이 있을 뿐이었다. 곧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했지만...
아마도 교단에 곧바로 순탄하게 서게 되었다면 승진가도를 달리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 곧이곧대로 살았을테니까. . . 

그 여학생의 자살로 교육계는 술렁였고 비인간적 교육, 비민주적 교육, 주입식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각성이 전교조 출범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경쟁교육, 암기식교육, 주입식 교육, 국정교육의 표본으로 살아온 나를 바꾸기란 쉽지않았다. 일등만을 목표로 회초리맞으며 공부해 온 내 이야기를 들은 선배교사는 그런 우등생들이 자칫하면 업무지상주의로 빠질 수 있다는 충고를 해줬다. 그래서 내 스스로를 경계하며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씩 경쟁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준 영화 「세 얼간이」에 등장하는 주입식 암기식교육의 표본인 차투르처럼 융통성없고 창의적이지 못한 채 그저 누군가 써 준 연설문을 죽도록 열심히 암기만 하다가 망신당하는 그런 모습들이 이전에 내 모습이었다.이제라도 케케묵은 두터운 껍질을 벗어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노력을 아무도 모르리라.

그나마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행복한 삶을 찾게된 건 겨우 몇 년 전부터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게된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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