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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반쪽의 취업도전기(2)

(농장 설경)

나의 반쪽은 나무가꾸기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자신있어한다.

지나가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도 이름을 금방 알아맞추고, 나무에 얽힌 옛이야기들도 많이 안다. 

대학시절 애지중지 가꾸었던 분재들이 농장에 뿌리 내린 지 10년이 다 되었고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어날 수 있게 야생화와 나무들을 농장 곳곳에 심어두었다.

(애기사과)
(소나무)

나무가꾸기를 좋아하다보니 조경분야로 취업하려고 지난 10개월동안 열심히 필기시험공부했고

컴퓨터로 작업하길 싫어하는데도 캐드작업을 해야했기에 투덜거리면서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

사실 나의 반쪽은 컴퓨터로 그림그리는 것보다 손그림이 더 섬세하게 그려지는데 ㅎㅎ

그렇게 열공해서 얻은 조경산업기사 자격증을 받아들고는

자격증만 있으면 공원같은 곳에 취직해서 마음껏 나무를 가꾸리라 상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의 도전이 모두 씁쓸하게 끝나버려 지난 며칠동안 우울해했다. 

젊은 사람들도 힘든 취업을 60넘은 나이에 취업할 거란 욕심을 버리라 했건만 

나의 반쪽은 지금껏 도전해 온 일들에서 실패를 맛 본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이번에도 자신있게 생각했었나보다. 

사실 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나이 60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중년이 할만한 일을 찾기도 어렵더라.

나의 반쪽은 어떤 일 하나를 맡아 추진할 때 준비과정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 꼼꼼하게 잘 처리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선거 때 도와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선거캠프에 들어가는 것은 내가 결사 반대이기 때문에 참여하진 않는다.

맡은 일에 진심인 성격때문에 선거 때마다 여전히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정말 싫다.

일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에 아무것도 보지않고 일을 해서 가끔 "대충 하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나의 반쪽이 너무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성이 그런 걸 잔소리하는 내 입만 아플 뿐.

(연못가 식물들)

아무튼 취업하게 되면 정말 열과 성을 다하여 나무가꾸기를 하고 싶다는 나의 반쪽은

지금 계속 취업문을 두드릴 지 아님, 우리의 농장에서 나무를 가꾸어 나갈 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 중.

하릴없이 소나무 뿌리 공예에 열심이다. 솟대에 소망을 담아...

(뿌리공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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