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차 서울에 있었다.

오후 네시 반쯤 아이로부터 보이스피싱 당하고 있는 거 같다는 문자를 받았다.

당했다가 아니라 당하고 있다길래 아직은 피해를 안당한 줄 알고 답문자를 보냈다.

무슨 일이냐고...

인터넷사이트 화면을 캡쳐한 사진을 문자로 보내왔다.

문무일검찰총장 서명이 들어간 문서다.

검찰사칭이니 상관마라 했더니 이미 돈을 건네줬다는 것이다.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문자로 할 이야기가 아니라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중이다.

아이가 아직도 범인과 통화를 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서둘러 112로 신고를 했다. 혹시라도 현재 통화유지상태이니 위치추적을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알고있는 내용만으로 신고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112에서 딸아이 위치추적을 한 게 아니라 신고한 나의 위치를 추적했나보다. 내가 있는 곳의 관할 경찰서라며 연락이 왔다. 피해를 당한 건 내가 아니라 아이이며, 그 아이가 지금 범인과 통화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아이와 찾은 후 통화를 해보라고 했다.

결국 경찰은 아이를 찾지 못하고 아이가 범인과 전화를 끊고 나서 나와 통화를 했다어디있냐고 물었더니 집앞에서 돈을 가져간 수사관을 기다리고 있단다. 불법자금이 아니면 돈을 가져다 준다고 했다며 기다리고 있다기에 얼른 집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혹시나 범인들이 아이를 어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해와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업무보던 중이지만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더 큰 일이 생기기전에 아이에게 가봐야할 것 같아서 택시를 잡으러 나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다 퇴근무렵이라 택시잡기가 쉽지 않아 마침 도착한 시내버스를 올라탔다. 차는 밀려들고 한참을 가야하는데 불안감을 씻을 수 없어 내게 연락했던 담당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경찰관을 보냈고 그 경찰관이 아이를 만나 피해조사를 하는 중이며 경찰서로 데리고 가야한다고 말하기에 내가 갈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아이를 만나 경찰관과 함께 범인에게 돈을 건네줬다는 장소를 가보았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을수록 왜 그렇게 순진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아무 의심을 하지 못한 영악하게 대처하지 못한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이 놀란 아이에게 나무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수업을 듣기위해 학교에서 있었는데 오전 1140분쯤 전화가 왔단다.

사건번호를 이야기하면서 비공개수사로 불법자금의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아이의 주민번호를 대고는 아이 명의로 불법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해명할 때까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 위치추적을 당할 수 있으니 휴대폰을 통해 위치를 알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꺼라, 그리고 수사관을 만나도 아무것도 묻지말고 휴대폰으로 이야기하는 지시사항만 따라라, 은행에도 불법자금관련한 조직원이 있으니 은행직원이 물어도 답하지 말라 등등 주의사항을 이야기했단다. 학교 수업도 빠지고 은행에 가서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현금으로 찾으라 했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라 했으며, 수사관을 사칭한 공범자에게 현금을 전달하는 과정동안 계속 휴대폰으로 아이에게 할 일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사가 끝나면 현금을 돌려줄테니 집앞에서 수사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면서 다섯 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나보다.

아이가 범죄조직의 일원일지도 모른다며 서울중앙지검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을 때, 얼마나 두렵고 놀랐을까 싶으면서도 자신의 신분증을 잃어버렸었기에 도용당했을 거라 생각하며 아무 의심도 못하고 불법자금이 아닌 걸 증명하려고 통장의 돈을 모두 인출해 낯모르는 사람을 겁도 없이 만났다는 사실에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를 보며 걱정이 많아졌다. 공부만 시킨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쉽게 당했는지, 그러다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현금다발을 찾아가는 아이에게 은행직원은 물어보기만 했을 뿐 경찰에 왜 신고해주진 않았을까 원망도 해봤다. 가끔 뉴스에 보면 은행직원이 기지를 발휘해 피해를 막았다고 하는데 전세금으로 준비해 둔 돈이라 적지않은 돈을 통장에서 남김없이 현금으로 인출하는데도 왜 은행원은 좀 더 적극적으로 막아주지 않았을까 원망도 했다. 적은 돈이 아니라서 현금으로 들고 다니다 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을텐데 왜 ?

신고를 했던 시각에 경찰관은 왜 긴급 출동해주지 못했나 싶기도 하고...

부질없이 누구를 원망하랴....

경찰서에서 피해진술서를 꾸미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현장조사 경찰관이 집가까운 경찰서에서 조사받는게 사건처리에 빠르다고 안내하기에 그러자 했다. 현장조사를 나온 경찰관은 내가 신고했기 때문에 신고지점관할 경찰서에서 파견나왔고 아이가 피해를 당한 사고지점은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다. 가까운 경찰서 민원봉사실에서 지능팀으로 가라고 말해줘서 찾아갔더니 보이스피싱 현금피해는 지능팀이 아니라며 강력계를 찾아가란다. 강력계를 찾아 만난 경찰관과 현장파견 경찰관 사이에 의견이 오락가락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다. 이런 피해가 더 생기기전에 막기 위해서 피해신고를 하려고 온 것인데 경찰관들끼리 어느 관할인지 놓고 의견이 갈렸다.

화가 나서 한 마디했다. 어차피 아이가 스스로 건네줘서 피해를 당한 현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빨리 피해조사를 해줘야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뭔가에 홀리듯 당한 아이를 집에 가서 빨리 쉬게 해주고 싶은데 이 나라 경찰이 시민을 앞에 두고 의견충돌을 벌이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

결국 현장파견 나왔던 경찰관은 돌아가고 찾아간 경찰서의 경찰관이 내가 신고했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설명하며 신고지 관할 경찰서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여 바쁜 퇴근시간에 도로를 메운 차들과 함께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또다른 경찰서에 도착했다.

이 경찰서에서 강력계 경찰관이 피해조사서를 작성하려는데 또 누군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조사해야한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일단은 피해진술서를 작성해보자고 우리를 만난 경찰관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돈을 받아간 여자의 캐리커쳐를 보여주고 통화녹음이야기도 했지만 별 도움은 안되었다. 아이는 나름대로 통화를 오래 유지하면 범인을 잡는데 도움이 될까 생각하여 범인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어차피 위치추적을 꺼두었던 때문인지 그런 노력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이 최근 이런 사례의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이십대가 많다고 한다. 예전엔 계좌이체로 당했지만 요즘은 이렇게 현금으로 건네받는 수법이란다. 그렇게 피해진술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여학생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현금을 줬다고 신고하러 들어왔다.

결국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아이가 확인을 마친 후 경찰관과 함께 돈 건넨 장소에 대한 현장실사를 한다며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 준 시각이 저녁 8시 반 정도였다. 신고한 시각부터 네 시간만에 절차가 끝난 셈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들을 찾아보았다.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고 아이의 경우와 유사한 사례가 한 건 올라와있었다.

저녁식사를 하는 아이를 보며 돈을 잃어버린 것보다는 아이가 안 다친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순진한 아이가 또 이런 일을 겪을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가끔 아들딸이 학교에서는 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안가르쳐주는지 답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살아내기 쉽지 않은데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는 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할 우리 어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MB정부의 어린쥐(Orange에 대한 MB식 발음)’발언에서 시작된 영어광풍!

초등학교마다 교사자격증을 가지지 않았으나 영어관련자격증을 가진 영어전문 회화강사가 배치되거나 원어민강사가 배치되었고, 초등학생 영어인증시험들이 난립했다.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길에, 커피숍에 앉아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리고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서 쉽게 들리는 몇마디 영어들. 아마 그 광풍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국민이 되고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제2모국어로 영어를 쓰자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유아들이 영어를 읊조리면 기특하고 뿌듯해하는 부모들의 맞장구치는 모습과 외국생활하다 왔는지 생김새는 분명 한국인인데 커피숍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가족의 모습, 걸핏하면 영어를 섞어쓰는 학생들과 방송인들의 모습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언어생활 현주소.

영어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러나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 꺼려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다른 나라의 언어로서 영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교육 아니 영어학력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은 건 아닐까!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구제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 금지 등)

 ①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여야 하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방과후학교 과정도 또한 같다.
② 제1항 후단에도 불구하고 방과후학교 과정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신설 2016.5.29] [[2019.2.28까지 유효, 2016.5.29 제14149호 부칙 제2조]]
1.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고등학교에서 「초·중등교육법」 제24조제3항에 따른 학교의 휴업일 중 편성·운영되는 경우
2.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중학교 및 고등학교 중 농산어촌 지역 학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 및 방법 등에 따라 지정하는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 등에서 운영되는 경우
③ 학교에서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6.5.29]
1. 지필평가, 수행평가 등 학교 시험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
2. 각종 교내 대회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
3.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6.5.29]

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던 방과후교육과정의 영어수강대상에서 1,2학년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고 한다.  그로인해 교육부도 갈팡질팡하는 것은 아닌지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이다.

언어교육은 평생 이루어져야하는 것임에도 유독 영어교육에 대한 과열만큼은 영어를 단순히 언어로서의 습득을 위한 목적이 아니고 대학입학과 취업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믿는 영어이기에 학부모들에게서 학력을 높일 수 있는 영어교육에 대한 정책은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이 특별법은 2016년에 신설되어 공교육현장에서 선행학습 또는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방과후교육과정으로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2018228일까지만 진행될 수 있도록 유예해왔다. 선행학습의 가장 대표적인 과정이 영어였고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20183월부터는 방과후교육과정의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이상이어야 수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수업이 금지될 것에 발맞추어 지난 11일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치원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법제화를 교육부에 제안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초등학교 1,2학년이 영어수강을 못하게 되니 초등학교 취학전 유치원학생들에게도 영어과정이 금지된다면 좋지않을까 싶어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유아나 초등학교 1,2학년의 학부모들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치원에서는 놀이중심의 영어수업이라 아무 문제없다는 식이지만 일상적으로 볼 때, 놀이와 흥미위주로 영어를 진행한다고해도 실상은 발달단계에 맞지않게 선행해서 수업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저렴한 비용 때문에 방과후교육과정의 영어수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방과후교육과정의 영어에 대한 수요는 1,2학년을 중심으로 높은 편이다. 방과후학교 영어강사들조차 1,2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하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1,2학년마저도 맛보기로 영어수업에 참여해보다가 방과후교육과정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되는지 결국 사교육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등학교 1,2학년위주로 진행되는 방과후 영어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시장을 더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학부모들은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이 제한받게 되면 사교육시장을 더 키우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사교육시장은 어차피 늘 그렇게 존재해왔던 것을...

내가 맡았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영어시간이 아니어도 짧은 단어라도 영어로 말하기를 즐겨하며 영어로 쓰기를 자랑스러워한다. 영어 동화책을 가져와 자랑스럽게 읽어댄다. 그러나 정작 우리말로 말하고 우리글로 쓰기는 싫어한다. 함께 책을 읽어도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말 독해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후 한글교육을 한다고 한글을 배우지 않고 들어온 아이들이 영어로 글씨를 쓰고 한자어를 술술 이야기하는 것은 또 어떤가!

학부모들이 학력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주어진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인데 학부모들은 문제풀이식, 주입식, 암기식 수업을 하지 않아서 학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에 초등학교에서의 일제평가가 사라진 것이 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점수가 매겨지는 평가지와 등수가 적힌 통지표를 받아보고 싶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볼 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한 경쟁위주의 학력지상주의가 많이 우려스럽다.

영어선행학습이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선택해서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 아이가 좋아서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한다면 시키면 될 일이다. 나 역시 아들이 영어를 좋아하기에 네 살 때부터 영어 사교육을 했다. 좋아하는 디즈니영화를 자막이나 더빙없이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여 비디오로 보여주었고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도 했다. 혼자서 영어말하기 대회준비하고 상을 받아 들고온 적도 있다. 그렇게 꾸준히 흥미위주로 영어공부를 해온 터라 어른이 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외국에서 1년이라도 살다온 친구들이 더 유리하더라고 한다. 아들이 영어를 좋아하기에 딸아이도 좋아할 줄 알았다. 딸을 임신했을 무렵, 영어사교육시장에서 일을 했던 터라 주변에서 모두들 딸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알파벳송을 부르지 않을까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 반대였다. 딸아이는 영어를 심하게 싫어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지면서도 사교육을 거부했고 혼자 나름의 방식으로 영어공부를 하긴 했지만 영어를 정말 싫어했다. 수능에서도 영어성적은 저조했다. 그러나 시험성적이 나쁘다는 것 뿐이지 살면서 영어로 인해 힘들어하진 않는다. 외국여행을 갔을 때, 나름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영어를 사용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나 미국본토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학회에 참석하여 프리젠테이션하는 용기를 보면 영어를 싫어한다고 해서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모든 영역이 마찬가지겠지만 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영어선행학습이 진행된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전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영어교육이 도입되었을 때도 중등 영어교사들은 초등영어교육이 영어교육을 망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흥미위주로 놀이를 중심으로 말하기 듣기교육에 집중한다고 시작되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사교육을 받고 온 학생과 받지 못한 학생의 격차가 보였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이 한글을 다 떼고 온 경우와 전혀 쓸 줄 모르는 경우로 나뉘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렇고 보니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이미 영어를 포기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생겨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앞서는 학생과 뒤처지는 학생이 생기게 마련이고 일찍 시작되면 일찍 시작될수록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인 선택에 맡겨두었을 때도 격차는 벌어지겠지만 공교육으로 진행되어 모두가 당연히 해야할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우와 사교육으로 진행되어 개인의 선택으로 맡겨지는 경우로 발생하는 격차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세대가 그렇지 않았던가!

학부모들과 상담을 할 때, 이 나라의 1%안에 드는 삶을 살 수 있을 만큼 경쟁에 내몰고 싶으면 맹모가 되어 강남의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서 그 곳 학부모들의 방식대로 키워야 할 거라고 말한다. 영어공부를 아주 잘하고 싶다면 외국에 가서 1년 이상 살다가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못해줄거면 그냥 지금 이대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게 사는게 좋다고 말한다. 어찌될지 모르는 미래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도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이 행복한 세상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학부모들이 내 말에 수긍하진 않지만...

학습량이 가장 많은데 공부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학학력을 가지고 있는데 수학을 싫어하며, 영어학력은 우수한데 영어로 일상대화나누기조차 두려워하는 모순들 속에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 바라보는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선행학습 금지는 당연한 일이라 하겠지만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를 볼 때,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자주 흔들리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전 정권에서 시행된 특별법이라 하여 또는 정권이 바뀐다고 하여 단기적인 정책으로 끝나버릴까 그것이 우려스러울 뿐.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선과 악, 아니 옳고 그름의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를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한 옳음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게 있다. 그러나 각자가 처한 문제상황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하게 다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서 보여주는 행보들은 잘한다고 박수 받을 일도 있지만 잘못한다고 욕먹을 일들도 있다. 촛불시민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함께 촛불을 들어 안하무인의 박근혜를 탄핵하고 막무가내로 권력을 행사하던 보수정권을 무너뜨려 문재인정부가 탄생하도록 모였던 시민들은 이제는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져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내 기준으로 잘했다고 생각되면 박수를, 잘못했다고 판단되면 따끔한 지적을 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나!

최근 동료 몇몇과 문제해결방식에 대해 의견충돌이 있었다. 그 동료들은 내게 서운하다고 한다. 왜 자신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난 조금이라도 객관적이고 싶었다. 객관적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한 쪽이 잘못된 생각(내 기준이겠지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설득을 하든 설득을 당하든 토론으로 결론을 정리한다. 토론을 하면서 상대방의 어떤 의견이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짚어주고 상대방도 나를 설득을 하든 내게 설득을 당하든 결론내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도 나와 똑같은 의견을 가질 수 없고 설사 같은 의견인 듯 보여도 세밀한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장면에서 무조건 공익을 위해 사익을 양보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사익이 존중받을 측면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막무가내로 목소리만 높이고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그런 문제해결방식이 싫기 때문이다.

지금껏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은 내가 그들의 편에서 관리자들과 싸워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못된 관리자가 아니라면 관리자들을 같은 교육자로 보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된 학교에서는 더욱 관리자들의 의견도 존중하는 편이다. 그들도 하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관리자라는 이유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 적절치 않은 낱말이다. 교장과 교감, 의견하나를 말하더라도 자칫 자신의 의견이 명령으로 내비칠까 걱정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교사들 스스로가 교장과 교감의 의견을 들으면 따라야하는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또한 교사인 우리가 넘어서야할 장애물이 아니겠는가!

업무경감차원에서 수업이 없는 교장과 교감이 업무를 더 가져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교사로 바라보는 교장과 교감은 책상에 앉아 결재문서를 대충 들여다보고 클릭질하는 일 외에는 일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업무를 더 가져가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아이들과의 수업현장에 들어와서 함께 참여해주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발짝 뒤로 물러서면 교장과 교감이 아이들과 수업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보인다. 권위가 무너질까 두려워서 혹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수업을 할 자신이 없어서..

요즘의 교장과 교감에게

좋은 시절에 교사 못해보고, 좋은 시절에 교장, 교감 못해본 불쌍한 사람들

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권위로 교사들에게 명령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교사들이 요구하는대로 다 들어주면 자신들의 권위가 떨어질까 염려스러운 그런 자리, 교장과 교감이라는 자리가 그래보인다. 이 또한 나의 생각일 뿐이다.

학교에서 교장과 교감과의 업무상 논의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장과 교감을 찾아가지 않는다. 예전엔 출근하면 꼭 들러서 인사하라고 명령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일도 없고 억지로 자리를 마련해서 교장과 교감이 부르거나 아니면 인사치례하러 찾아가지 않는 한 오다가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정도,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로 가는 급식실에서 만나는 정도. 딱 그 뿐이다. 하루종일 교장과 교감 얼굴 한 번 못 보는 날들이 더 많다.

회식자리에 가면 또 어떤가?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이 서로 붙어앉아있을 뿐 교사들은 그 옆자리를 꺼려한다. 가장 늦게 온 누군가의 몫으로 남겨놓고 가장 먼 자리부터 앉는 현상.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 교장과 교감을 회의석상에서 동료들과 한 편이 되어 무턱대고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들에게 잘못했다고 뭐라 할 수 있으나 내 판단에 그들의 잘못이 아닌 일에도 그들을 탓할 수는 없는 경우가 있다.

민주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서로 소통한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바꿔야한다.

가끔은 내가 그를 수도 있다. 바르게 보고자 하나 내가 보고있는 면과 상대방이 보고있는 면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함께 이야기나누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이다.

동양에서 바라보는 달 속엔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정겨운 모습이고 서양에서 바라보는 달 속엔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 우주에서 하늘에 있는 달은 하나인데 어찌해서 그런 다른 모습의 달이 보여졌을까?

(이미지출처 : 다음 백과사전)

가끔은 내가 틀렸음을 인정할 수도 있는 자세, 그런 자세가 필요한 요즘이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뉴스타파 최승호PD가 감독한 '공범자들'시사회에 참여했다.

퇴근하고 바쁘게 서울로 올라가는데 무궁화열차는 또 지연되었다.

7시 예약인데 발을 동동구르며 시사회 장소에 도착했다.

영화관에 도착한 시각은 6시 55분. 최승호감독이 포토존에 서있는 모습을 봤다. 영화관 들어가기 직전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서둘러 인증샷!

상영관으로 들어가는데 MBC 김민식PD를 스쳐지나가게 되었다. 인사를 하고 '어디서 봤더라'생각해보니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눈물흘리던 그 PD였다. 힘내시라는 응원을 하며 상영관으로 ...

이 영화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언론부역자들이 영화'공범자들'을 상대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었는데 법원에서 그 주인공들이 공인이라는 이유를 들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시켰다. 그래서 최승호 감독은 예정대로 17일에 상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상영전 뉴스타파 회원들과 펀딩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최승호 감독, 김민식 PD등이 영화상영전에 함께 인사차 들렀다.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했으니 시사회 끝나고 참석해주십사하는 부탁과 아울러 영화홍보도 함께...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서 승승장구했던 아니 지금도 여전히 혜택을 누리고 있는 MBC, KBS, YTN 경영진들의 모습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횡포 등. 그리고 그 정권 아래서 핍박받았던 언론인들과 구차하게 방송국에 몸을 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언론인들의 치열한 지난 십여년 세월을 엿볼 수 있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처참한 언론의 참상. 기레기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공영방송의 몰락을 보고야 말았다.

작년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거리에서 MBC나 KBS 취재기자들을 만날때마다 엠빙신, 케빙신 욕설을 퍼붓고 공정보도하지 않을 취재는 하지도 말라며 손피켓으로 카메라를 막아섰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언론의 부역자들을 경영진으로 만나 숨소리내기조차 힘들었을 그들의 언론정신을 보면서 이명박근혜의 영악하고도 추악한 짓에 몸서리쳤다. 

2008년 언론이 장악되지 않았더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도 없었을 것이고 2012년의 대선부정도 없었을 것이며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런 언론장악을 막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밀려왔다.

참담한 언론장악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숨죽여온 참언론인들의 처절한 시간들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인터뷰와 정권에 빌붙어 정권나팔수 노릇을 했으면서도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는 늘 도망자의 길을 걷는 언론부역자들을 대비시켜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언론인은 감시견이 되어야한다'

'파업은 승리를 얻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

'침묵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싸움의 의미가 있다'

시사회 티켓과 함께 나눠준 손피켓을 들었다. 참언론인들에게 힘내라고 진심어린 응원을 담아서...

나의 동료들이 몇몇 지역방송국과 방과후학교 조례 관련한 취재가 있었다고 알려왔다.

부당한 조례에 대해 우리가 침묵하지 않았음을 자랑스러워하며

올 여름이 가기전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스릴넘치고 박진감있는 블록버스터스러운 영화 '공범자들'을 강력히 추천한다.

영화 속에서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의 공범자는 과연 누구일지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이 나라 민주시민이라면 꼭 보시라. 살아있는 언론이 승리할 수 있도록 꼭 보시라. 최승호 감독의 역작 '공범자들'

'자백'에 이은 또하나의 야심작 '공범자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초등교사 임용 대란!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기사에서 퍼옴)

그동안 초등교사 임용에 별 무리가 없이 진행되어보였는데 갑작스럽게 올해 초등교사 선발 예정인원이 전국적으로 전년대비 40%가 줄었다고 시끌벅적하다. 서울지역만 놓고 보면 전년대비 80%의 임용 예정 정원이 줄었다니 심각한 일이다.

전국의 교대 졸업생들이 눈앞이 캄캄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맞물려 정부의 교사수급 정책에 비판을 쏟아냈다.

이미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초등교사 수가 3,5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2015년 합격자로 올해까지 3년을 대기하고 있는 임용대기자 수도 백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교원수급정책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정부의 교원수급정책실패는 전에도 있었다.

1990108.

국공립 사대졸업생들의 졸업 후 국공립학교 교원 우선임용이 위헌이라는 발표와 함께 국공립 사대졸업생 천오백명의 미래가 담긴 인사서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던 그 때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도 정부는 교원수급정책의 실패를 헌법재판소의 힘을 빌어 일거에 해결해버린 셈이었다. 국공립사범대 졸업생들만으로 교원수급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사립사범대 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생들에게까지 교직이수과정을 통해 중등 교원자격증을 남발하던 시기였다. 그로인해 국공립사범대 졸업생의 우선임용에 대해 불공정함을 지적하여 사립대 사범계열 졸업생과 교직이수자들에 의해 위헌소송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었으나 정부에서는 국공립사대졸업생들에 대해 임용의무를 부여해둔 상황에서 위헌심판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등 발령적체상황을 일거에 해소해버렸고 졸업 후 3년을 기다려왔던 나와 동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오르던 가파른 언덕에서 절벽을 만난 느낌이었다. 솔직히 부모님께서 무척 기다리던 상황에서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었다.

대학입학 당시에도 졸업정원제라는 대학정책으로 인해 졸업예정인원의 30%를 추가로 입학시켜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하나둘 대학을 떠나게 만들었었다. 그때문에 남자들은 졸업정원제를 피해 학기 중에 군입대를 자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졸업정원제가 실패한 정책이 되어버려 중도폐지되면서 결국 내가 졸업할 즈음에는 군대갔던 선배들과 함께 졸업하게 되어 입학정원보다 오히려 40% 더 많은 졸업생이 발생했고 곧바로 발령적체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 졸업정원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아무튼 임용고시 이전 국공립사범대졸업생들은 다른 직장에 취업하려면 교사임용포기각서를 써야했다. 그렇게 다른 직장에 취업하는 것도 포기한 채 3년을 기다렸던 결과가 임용고시로 돌아온 것이다. 그 임용고시가 당시 대기하던 천 오백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계획도 아니었다. 충남지역을 예로 들면 내가 졸업한 전공과목만 해도 대기자가 백 여 명인데 고작 세 명을 뽑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정부의 교사수급정책 실패를 해소하려던 수단에 불과했다고 판단되었다. 위헌소송으로 인해 공평성을 부여하고자 했다면 충분한 교원임용숫자가 나와야했지 않은가 말이다.

대기발령자에게까지 소급적용한 임용고시의 부당성을 알리려 집회현장에 쫓아다녔다. 나를 포함하여 미발령자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소송을 제기하고 이런저런 방안들을 모색해봤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 후 좌절과 탄식으로 십 여 년을 살아오며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을까?

1998년 어느날, 신문에서 도서벽지가 많은 강원도, 전남, 경북 등지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부족하다는 신문기사를 읽게 되었다. 내가 교사를 꿈꾸면서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 섬마을 선생님(아마도 당시 가요탓이었는지도)이었기에 또다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어디를 보내줘도 좋으니 나를 제발 교사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 이후 내게 길이 열렸고 대학졸업 십이년만에 교단에 서게 되었다. 당시 주변에선 내게 운이 좋다고는 말했으나 내가 고통을 받은 세월에 대해선 누구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지금 초등교사를 꿈꾸는 교대생들이 내가 섰던 그 임용절벽위에 서게 되었다니 그 때의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왜 그렇게도 정부의 교원수급정책은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것일까? 더구나 출산율이 줄어들어 학생수감소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꿈이 좌절될 교대생들에게 끊임없이 맞서 싸우고 지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이 땅의 젊은 세대가 꿈꾸지 못하던 지난 십여년의 세월동안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어줘서 미안했었다. 언제쯤 이 나라는 모두가 안녕한 사회가 될까...

교육은 백년지대계. 제발 옛말이지만 귀담아들어야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말이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기차을 타고 목포를 다녀왔다.

목포신항을 어찌 찾아갈까 궁리중이었는데 목포역에서 목포신항으로 연결되는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다.

항구가 가까워지자 버스 차창밖으로 보여지는 누워있는 배 한 척, 멀리서 봐도 세월호다. 가슴 한 켠이 저려온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몰해버렸던 세월호가 박근혜 탄핵과 함께 뭍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아직도 세월호 침몰의 진실은 떠오르지 않고 있다.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다섯명의 희생자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304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별이 된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고 많은 교사들이 백만원이상의 벌금형으로 재판중이다. 난 부끄럽게도 기소유예로 교육청감사실 조사로 그친 모양이다. 세월호참사 이듬해에 경찰조사 이후 검찰에서 아무 소식이 없었는데 교육청 감사실에서 연락이 왔다. 징계위에 회부할까 말까 고심했나보다. 참사가 발생한 지 삼 년이나 지났고 조사받은 지 이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더구나 우리가 외쳤던 그 박근혜가 탄핵을 당했는데 재판이라니, 징계위 회부라니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고 정치행위라고 한다. 어찌 그런 것인가!

곁에서 누군가 죽어가는데 그게 공권력과 관련되어있다면 못본 척 해야하는게 우리 교사의 의무라는 것인가!

버스에 나와 젊은 청년 두 사람뿐이었다. 같은 목적지에서 내려 그 청년은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 어인 일로 혼자 이곳을 찾아왔냐고 묻고 싶었는데 참았다.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 그저 세월호의 흔적을 찾고 싶은 것인지...

노란 리본을 다는 것도,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다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그런 세월을 살아왔다. 목포신항에 도착하니 추모 만장들과 노란리본들이 가득 했다.

비바람에 빙빙도는 노란 바람개비도 만났고 각양 각색의 문구가 적힌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경찰차에도 노란 리본이 붙어있다. 똑같은 나라안에서 정말 다른 풍경이다.

옆으로 누운 세월호가 보이는 울타리 밖에 아직도 찾지 못한 희생자의 사진이 들어있는 조형물이 있었다. 그리고 가슴아픈 글귀들...

 

빗줄기가 쏟아지다가 멈췄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하는 말.

"배가 침몰되었는데 어떻게 인양을 할 수 있었겠어"

"선장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배가 침몰했다잖아"

여전히 진실은 인양되지 않은 채 사람들이 어디서 들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도대체 세월호 침몰의 진실은 언제쯤 밝혀질까?

별이 된 304명의 억울한 죽음은 언제쯤 원한이 풀어질까?

언제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벌써 3년이나 되었다. 오늘은 광화문광장에 나가지 못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현장학습을 떠나는 2학년 학생들을 배웅하러 내려갔다가 세월호 침몰소식을 들었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원구조되었다는 뉴스자막을 보고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세월호가 침몰되었었는데 다행히 모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줬었다.  하지만 그 소식은 오보였음이 곧 밝혀졌다.

그리고 1073일째인 3월 22일 본인양이 시작되었고 온 국민이 가슴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3월 25일 오후 처참한 세월호 선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31일 목포로 이동했으며 1090일째인 4월 9일 세월호는 육상에 안착을 했다는 뉴스까지 세월호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저렇게 쉽게(물론 여러 가지 난관과 장애가 있긴 했지만) 인양이 이뤄질 수 있는데 '왜 정부는 그동안 인양을 미뤘을까'하는 의구심이 더 짙어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 세월동안 바다밑에서 무슨 짓을 했기에 미루고 미루다 박근혜탄핵이 결정되고 구속수사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각종 SNS 상으로 남겨진 세월호 승객들의 메시지를 바라보며, 구조 현장의 미온적인 태도들을 바라보며 숱한 시간들을 가슴아파하고 억울해하고 답답해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청와대 게시판과 신문을 통해 박근혜퇴진을 요구했던 동료교사들의 재판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그들에 대한 징계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으며 더욱 착잡해졌다.

검찰은 국가공무원법 제 66조(집단행위의 금지)위반으로 기소했다고 한다.

66조 1항에는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 공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는 것인가? 우리는 교육법 20조에 의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육이 공무외의 것일까?

며칠 전 학교에서 세월호 3주기 추모를 위한 행사를 기획하던 중 참교육학부모회에서 만든 노란리본 재료를 기증받을 수 있었다. 그 노란리본 기증현장을 목격한 한 전입생 학부모가 정치적목적을 위해 학생들을 동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표출했다. 어떤 이유로 정치적이라고 표현하느냐고 물었더니 세월호관련한 내용들은 정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게 왜 정치적인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게 왜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은 참교육학부모회원들의 활동이니 오해마시라 했다.

첫발령받은 신규교사는 대학2학년 때 세월호 참사소식에 별 생각이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일반 교통사고나 다름없이 그냥 사고가 났고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누구를 탓하랴!

한 아이가 전학을 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행사를 설명해주었더니 세월호가 뭐냐고 묻는다. 전혀 들은 일이 없었나 보다. 설명을 해줬다. 짧은 시간에 깊이 설명을 하지 못했지만 미수습자 중에 가장 어린 혁규이야기를 들려줬다.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늘에 있어서 괜찮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전혀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교통사고처럼 '몇 명 죽었구나' '나와 내 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야'하고 지나쳐버릴 일이었다면 다수의 국민이 세월호 침몰순간을 기억하고 세월호 인양순간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았을까!

아직도 미수습자 9명이 세월호 선체 어딘가에 남아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온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월호가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간 그 날, 안전컨트롤타워로서 자리했어야할 대통령은 무얼했으며, 선장은 왜 가만히 있으라 방송하고 제 한 목숨 살기위해 속옷차림으로 탈출했는지, 왜 해경은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못했는지, 왜 민간잠수사나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지않았는지 그리고 왜 세월호 선체 인양이 늦어졌는지 묻고 묻고 또 물어야할 진실은 여전히 인양되지 않았다.

애타게 기다리는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을 위해 그리고 위험천만한 선체 안에서 작업을 해야할 분들을 위해 하루빨리 미수습자를 찾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하련다.

그리고나서 나는 세월호가 인양되었듯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인양되기를 또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김제동. 요즘은 학생들 사이에 만민공동회 진행자 김제동으로 유명하다.

지난 토요일, 2회 세종교육공동체 한마당이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펼쳐졌다.

이 작은 학교 아이들이 두 팀 나가기로 신청이 되었었고 그 두 팀에 속한 우리 반 아이들이 전체 열 한 명 중에 아홉이라 내가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하루종일 현장학습으로 계획을 세워 6학년 아이들까지 모두 스물 여덟 명을 데리고 나갔다. 공연을 해야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 시골 아이들에게 김제동씨의 강연을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헌법 조항을 줄줄 외면서 대통령 박근혜의 헌법 위반사실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하던 김제동씨의 입담을 들으며 경탄하던 아이들에게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탓에 아침 9시부터 학교를 출발해 두 팀의 리허설을 하고 가장 앞자리에 앉도록 했다.

그런데 의자에 내빈석이라 쓰여져 있어서 혹시나 앉으면 안되나 싶었지만 아이들이 우선인 공연마당인데 뭐...

오프닝 공연을 하는데 의외로 객석이 썰렁했다. 김제동씨 초청한 주최측이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강연시간이 임박해지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제동씨 강연 직전이 우리 아이들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대기실로 나오는데 몇몇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김제동씨인 것도 몰랐다.

2006년에 아들과 딸이 어느 행사장에서 김제동씨 싸인받느라 줄을 섰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 본 김제동씨와 강연장에서 가까이 만난 김제동씨는 많이 달라보였다. 느낌 탓일까?

십여년 전 김제동씨는 그저 입담좋은 못생기고 웃기는 연예인이었으나 언젠가부터 고 노무현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사회를 보았던 멋진 사람, 촛불집회에서 만민공동회를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진다.

그런 생각으로 가장 앞자리에서 바라본 김제동씨는 정말 잘생긴 지식인이었다.

강연을 시작하는 김제동씨는 마을행사로 알고 관객과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로 생각하고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다짜고짜 질문부터 받겠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내게 질문을 하라하는데 일반인들의 질문이 더 효과적일 듯 하여 가만히 있었다.

학부모 한 사람이 김제동씨와 동갑내기라며 이 탄핵시국에 대해서 자녀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줄 것이냐고 첫 질문을 했다.

아직은 미혼이라 자녀가 없어서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더니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삼십분을 풀어나갔다. 저출산문제와 아이들을 위한 정책에 대한 견해를 깊이있게 밝혔다.

무대와 객석간의 간격이 너무 멀어서 불편했는지 김제동씨는 한발짝 한발짝 내려와 사람들이 앉아있는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뒤이어 초등학생이 친구의 심각한 중2병을 어떻게 고쳐줄 수 있겠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을 듣고 오히려 질문한 아이에게 해결방법을 찾게 하면서 그 아이의 대답을 가지고 또 삼십분을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그리고 통일이야기, 헌법이야기. 그렇게 90분의 이야기를 들려준 김제동씨의 재치있고 가치있는 저력에 감탄했고 감동을 받았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우리 두 번째 팀의 공연 준비를 위해서 무대 뒤로 가야했다. 강연을 마치고 무대 뒤로 내려온 김제동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며 기를 불어넣어주고 떠나갔다. 생각같아선 아이들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이 없이 바로 무대 준비를 해야했기에 아쉬운 작별을 했다.

김제동씨의 강연 중 통일에 대한 미래전망이 나와 비슷한 맥락에서 풀어내는 것을 듣더니 우리 아이들이 늘 내게서 듣던 소리라며 맞장구를 쳐댔다.

나의 소원은 통일 대한민국이 되면 캠핑카를 한 대 사서 광활한 만주벌판을 지나 차갑다는 시베리아를 거쳐서 유럽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비행기타고 유럽여행을 하는게 아니라 통일된 한반도에서 유라시아대륙으로 열차레일이 연결되고 도로가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를 꿈꾸고 산다.

이명박 정부 때 금강산관광길이 막히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개성공단마저 폐쇄되고 남과 북의 일반인이 함께 오갈 통로가 사라져버린 지금. 이 탄핵정국이 빨리 종결되고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길 소망하면서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비가 오만원을 부르며 어느 누가 이을건가 남누리 북누리를 애타게 되뇌어 본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대통령 탄핵을 논의하던 야당과 여당 비주류의 삐끄덕거림.

탄핵이 쉽지않음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주권을 가진 국민이 명령하는 건 국민의 대표로 일을 하는 국회에서 탄핵을 적극 추진해주는 것만이 헌법에 의해 대통령을 끌어내릴 헌법적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겨울날, 정치권을 꾸짖기 위해 촛불들고 길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이미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등의 검찰조사 결과 박근혜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드러났고 스스로 검찰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채 당당하게 나오고 있는데도 왜 국회의원들은 망설이는가? 더구나 곧 있을 특검에 의해 대통령의 범죄가 구체화될 전망임에도 왜?

헌법 제 84조의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라고 적고 있을 뿐이지 범죄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범죄사실만으로도 현재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헌법 제 65조 대통령.국무충리.국무위원. 행정 각 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헌법 제 65조에 따른 탄핵소추안 의결이다.

박근혜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가 있은 이후 일부 야당의원과 여당 비주류 의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탄핵소추안 표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탄핵소추 일정을 서두르라고 국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에 못이긴 야당은 12월 2일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여당 비주류와의 의견조율을 위해 일주일 뒤인 9일에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야3당이 합의해서 만든 탄핵소추안을 들여다보면 박근혜대통령은 헌법 제1조의 국민 주권주의와 헌법 제67조 1항의 대의 민주주의를 포함한 열한개의 헌법조항을 위반했다고 적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런 대통령이 이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해외순방을 하고 국정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말이다.

그런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데 넙죽 절하며 받아야 하고 그런 대통령을 보호하겠다고 차벽을 둘러쳐야하고 그런 대통령을 대변하는 입들이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내뱉는 것이 과연 어떤 가치관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나도 내가 옳은 지 그른 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박근혜대통령이 아무리  순박하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아무리 청렴하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단지 꼭두각시노릇했을 뿐이라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런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리는 아닌 것을 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알기 때문에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어느 상인은 촛불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다 일당을 받고 나온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느 소설가는 보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촛불집회에 나오는 국민들을 4500만 명 중 3%에 불과할 뿐인데 어찌 국민의 뜻이라 할 수 있으며 질서정연함과 일사불란한 통제를 통해 평양의 '아리랑 축전'분위기가 느껴지더라라고 말했다한다.

서로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난 이번 주말은 쉬어볼까 했는데 또다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뒤늦은 결정으로 좌석은 없었지만, 나하나쯤 안간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역사의 한페이지를 만들어야겠기에 가야했다.

서울역 도착하니 68일째 철도파업중인데 박근혜퇴진과 낙하산사장사퇴, 공공성보장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출입구마다 서있었다.

곳곳에 박근혜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보이는데 서울역 광장에서는 박근혜탄핵반대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서글픈 장면도 보였다.

그래. 탄핵찬성이 있으면 반대도 있는게 당연하겠지.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사람들 틈에 몸을 맡기고 저절로 올라선 광화문광장은 일찍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대 주변에선 자유발언을 하는 사람들, 국정농단과 관련한 갖가지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 다양한 문구를 적은 피켓을 나눠주는 사람들, 집회하는 동안 배고플까봐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나눠주는 사람들, 추위에 떨지말라고 핫팩을 나눠주는 사람들, 커피나 음료 등을 나눠주는 사람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노점상들 또한 북적북적거린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 돈을 받고 나온단다. 하긴 공짜로 나눠주는 저 물건들이 돈이긴 하지. 그래서 누군가는 문재인의 돈이 다 떨어지면 촛불은 꺼질 거라고 우스개소리를 한다.

나하나 간다고 박근혜탄핵이 처리될 것 같은 건 아니다.

내가 촛불을 들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건

친일의 행적부터 지금까지 기득권을 틀어쥐고 오만방자한 기세를 보이는 수구세력에 의해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안녕하지 못하다 하소연하는 대한민국의 젊은 아들딸에게 아픔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기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만 믿으며 순순히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약속했기 때문이다.

간다. 될때까지 촛불 아니 횃불 들러... 그래서 전국으로 들풀지피러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자 우리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살아도 죽어서도 앞을 향해 전진하라
저 순교의 피로써 조국을 물들이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뮤지컬 '레 미제라블' 민중의 노래

하필이면 2012년 대선이 끝난 직후 영화로 나온 '레 미제라블'을 본 기억이 있었다.

'좀 더 일찍 상영되었더라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장발장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우리 나라의 시국에서 비춰보면 좀 더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 '레 미제라블'에서 불려졌던 노래가 위의 민중의 노래다.

11월 26일 우리는 5차 범국민 촛불대회에서 가슴깊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서 부르는 민중의 노래소리를 듣고 말이다.

지난 10월 25일, 박근혜대통령은 1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그동안 모르쇠해왔던 최순실과의 관계를 스스로 털어놓았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채 사과랍시고 90초만에 녹화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다였다. 그로부터 한달의 시간이 흘렀다.

국민들은 점차 분노하기 시작했고 한달만에 전국적으로 190만의 촛불 아니 들불로 번졌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든 사람들의 행렬로 발디디기 어려웠다. 눈이 내려 바닥은 젖었고 앉을 틈도 없지만 그런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모차에 타고 있는 어린 아이부터 70이 넘는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촛불을 들고 서있었다.

그동안 취재기자들만 왔다갔다하던 공중파 방송사들의 차량도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었고 경찰버스만으로 모자란지 경찰이 대절한 관광버스들까지 차벽을 빽빽하게 차벽을 두르고 있었고 경찰버스 위에는 불쌍하게도 두명씩 올라가 앉아있었다.

떡, 커피, 초코바, 어묵국물 등 간단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지역봉사단체들의 손길. 차벽에 꽃스티커를 붙이는 사람들과 깨끗하게 떼어내는 사람들. 눈에 젖은 피켓과 각종 쓰레기들을 줍고 있는 사람들. 초와 컵을 나눠주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줄지어 가는 사람 등을 여기저기에서 만났다. 이 많은 사람들을 누가 이 길거리로 내몰았을까? 한 번의 집회를 통해 엄청난 비용이 낭비될 지도 모르는데 왜 이들은 이렇게 길거리로 나와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일까?

이렇게 많은 인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위에 떨며 배회하도록 한 자. 그는 어찌하여 홀로 고집을 부리고 있는건가!

벌써 한달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한달동안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쏟아져나온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해 벌어진 기상천외하고 황당무계한 일들이 온 국민을 분노케했다. 그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탄핵을 위한 절차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사정당국에서는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공소장에 넣기 위해 분주하다고 들었다. 분노한 국민들은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이 나쁜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 열심히 목청을 돋워 소리를 지른다.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지지율 4%를 자랑하며 청와대 구석에 들어앉아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있는 그 한사람때문에 1박2일간의 촛불집회를 진행한다고 했다. 폭력시위가 되지않도록 서로가 조심하면서 평화를 외치며 5차 범국민대회도 막을 내렸다.  

언제까지를 기약할 수 없는 퇴진의 평화적인 외침이 저 막무가내 수구세력에게 먹혀들어갈 지 가끔은 의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비폭력적인 시위가 나쁜 권력을 몰아내는데 과연 효과적일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백점짜리 국민의 평화적인 목소리에 빵점짜리 수구세력의 우두머리가 묵묵부답이니 말이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2016년은 저물어가고 있다.

'모두들 듣고 있는가? 분노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오천만의 심장박동이 요동치며 한반도 곳곳에서 북소리 울릴 때

우리의 희망찬 내일이 열리고 민주주의의 밝은 아침이 올 것을 힘차게 기다리련다'


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