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에 해당되는 글 31건

  1. 2018.03.04 6학년 담임 (2)
  2. 2016.07.28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자 (2)
  3. 2016.07.24 뭣이 중헌디 (1)
  4. 2016.07.09 서승호 셰프의 요리이야기 (2)
  5. 2016.07.03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1)
  6. 2016.05.23 독서토론-'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1)
  7. 2016.05.10 토끼집짓기
  8. 2016.05.02 독서토론-'정정당당 선거' (1)
  9. 2016.04.23 아이의 변화
  10. 2016.04.08 새로운 가족, 토끼

6학년 담임

교단일기 2018.03.04 19:00

2018년 3월 2일, 6학년 스물네명과 첫만남을 했다.

2010년 교장을 압박(?)해서 겨우 6학년을 맡은 지 8년만이라 무척 설레였다.

2008년 MB정권이 전국의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치르게 한 이후 난 6학년 담임을 맡을 수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일제고사형 수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에 겨우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교장은 내게 7시까지의 학력증진(?)수업을 하라고 했지만 그건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교장에게 부탁했다. 그 당시 많은 학교들이 캄캄한 밤까지 불밝히며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었다. 부진학생이 많으면 교육부에서 많은 예산을 내려보내 학력증진을 시키도록 학교에 요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담임을 하게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선택에 맡겼다. 매일매일 간식을 제공하며 학교에서는 문제풀이식 공부를 시키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업시간뿐만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방과후 시간에도 남아서 문제풀이하며 답을 외워댔던 옆반 학생들과의 평균차이는 점점 벌어져갔다. 옆반 학생들은 담임 앞에서 욕을 해대고 반항을 해도 시험이라는 무기로 담임은 꿋꿋하게 문제풀이를 시켰다.

일제고사가 치뤄지고 내가 맡은 학급에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그 탓에 이후로 교장은 내게 6학년을 맡기지 않았다. 학생들을 숨쉬게 하지 못하게 문제풀이만 시키던 그 교사에게는 계속 6학년 담임을 맡겼고 그 당시 일제고사때문에 6학년 담임에게는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그 때 그 옆반 교사는 지금 교감으로 승진하여 교사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문만 들려온다.

아무튼 MB정권이후로 맡지 못했던 6학년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사실 지난 2,3년간 몸이 부실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증상들이 보여 6학년 담임을 더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6학년담임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동료교사들 중 한 명만 6학년 담임을 신청하고 더는 아무도 안하겠다고 한다. 억지로 신규교사들로 6학년을 배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경력교사 중 누군가는 6학년으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서로 눈치만 보며 기피하는 모습들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결국 아무생각없이 회의석상에서 6학년 담임을 하겠다고 말해버렸다.

6학년 네개 학급, 경력교사 둘과 1,2년차 교사 둘(아들딸과 같은 나이다ㅋ).

3월 2일 첫만남을 위해 우리 네 사람은 한꺼번에 한 교실에 몰려들어가 앞에서 인사를 하고 뒷문으로 나와 다른 교실로 몰려가고 그렇게 6학년 모두와 인사를 했다.

담임학급 학생들과 인사를 간단히 하고 1학년 동생들을 맞이하고 입학식장으로 안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1학년 신입생들이 덩치가 큰 6학년 형아들을 보고 서슴없이 손을 잡는 경우도 있고 무서운지 손을 잡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입학식을 마치고 놀이 한마당으로 오전시간을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보냈다.

첫날을 이렇게 정신없지만 뜻깊게 보냈다.

첫 날이라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키고 동학년교사 넷이서 의기투합하여 6학년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참 뿌듯하다.

워낙 오랫만이라 6학년 교육과정이 낯설지만 함께 할 수 있으니 든든하다.

앞으로 2주동안 1학년과 6학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6학년만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서로 보살피며 배려하는 평화로운 일년살이가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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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초등학교에서의 평가와 평가결과는 중요할까?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6학년 담임을 맡고 3월, 진단평가를 치른 다음날이었다.

"선생님, 저희 아들이 이번 시험에서 한문제 틀렸다는데 맞춤법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냥 맞았다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만 6학년인데 맞춤법때문이 아니라 글씨를 애매하게 써서 맞았다고 할 수 없어요. 그리고 겨우 한 개 틀렸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올백을 자랑하고 싶은데 내가 글씨때문에 정답인정을 하지않으니 엄마가 직접 내게 사정하러 온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답으로 인정을 해달라는 엄마나 융통성없이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나 둘 다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평가통지표를 나눠주었다. 수치로 표현한 통지표는 아니지만 3단계 척도에 의한 통지표라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동료들의 합의에 의한 것이니 어쩌랴.

"야, 나 매우잘함 5개야. 넌 몇 개 야?"

"에이, 난 보통이 더 많아"

평가통지표를 받아든 우리 반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다. 1학기동안 상시로 진행한 수행평가를 3단계 척도로 매겨 통지표를 작성했다. 아이들은 그저 매우잘함이 몇 개인지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의 표준화된 시험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점수화 된 통지양식이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지 이야기해왔다. 또한 NEIS에 기록된 교과발달상황이나 종합의견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도 낮다.  그나마 최근엔 교육청의 지침에 의해 수량화된 통지표를 내보내지 않게 되었으나 척도에 의한 평가통지도 바람직하진 않다. 더구나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요즘에 말이다.  이러한 평가방식이 과연 학생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과별 영역 한가지를 선정하여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3단계 척도를 부여하는 것도 교사의 주관일 수 밖에 없다.  100일동안 500시간이 넘는 수업이 진행되는데 평가통지는 겨우 몇 십 가지의 내용일 뿐이다.  물론 500시간이 넘는 시간마다 기록하여 평가를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왜 가르치는 지를 늘 고민한다. 그리고 무엇을 가르쳐야할 지 고민한다. 어떻게 가르치면 행복한 배움이 될 지 고민한다. 그렇게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게 되는데 평가를 통해서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얼마나 근접했는지 내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고 나면 아이들은 100점짜리가 몇 과목인 지, 1등이 누군지, 부모로부터 어떤 평가를 들을 지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었다. 무엇을 틀렸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몰랐던 문제를 되새겨보는 등의 활동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저 교사만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부진아라는 이름으로 나머지공부를 시키고 있을 뿐이다. 평가는 그저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록해두는 자료로 존재하면 안되나? 우리는 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어른의 잣대로 재려고 하고 있는가!

책을 읽다 발견한 안도현시인의 시 한 편.

제비꽃 편지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 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도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지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사실 나라면 시드는 것을 보고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않아서 죽어가는구나'하며 가만히 있는 제비꽃을 캐온 나 자신을 책망했을 것인데 안도현 시인은 시들어 가는 꽃 그대로를 받아들인다고 시에서 적고 있다.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 아이들을 어른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정해진 틀안에 가둬놓으려 해선 안되는, 그저 맘껏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바라봐주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최근 핀란드교육이 관심을 받으면서 떠도는 동영상 하나가 주는 의미,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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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뭣이 중헌디

교단일기 2016.07.24 19:00
방학을 맞이하면서 엄마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밖으로 내보낼까 궁리중이다. 집에서 데리고 있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집에 있기싫단다.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단다. 차라리 학교나 학원에 있는게 낫단다.
왜 이지경에 이르렀을까?

방학전 마지막 활동으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 책내용을 주제로 만화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했었다. 아이들이 고른 책은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 엄마에게 할 말들이 많은가보다.

물론 책에서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용구성을 하면서 각자가 가지고있던 엄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 중에 가장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엄마를 죽여버리자"라고 말한다.

작년에 논란이 되었던 잔혹동시가 생각나게 하는 이 아이의 말.

학원가기 싫은 마음을 시로 표현했던 초등학생이 시를 통해 엄마를 잔혹하게 대하는 시어들때문에 상처를 입었던 사건.

그래서 시의 제목은 '학원가기 싫은 날'인데 잔혹동시로 더 많이 알려졌고 시에 담긴 마음에 대한 이해보다는 시어의 선정적 표현만을 문제삼았던 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실제로 자존감 낮은 이 아이는 엄마를 미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엄마의 사랑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부정적인 표현을 써서 잔혹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의 사랑을 실컷 받고싶은 탓에 조그만 자신의 실수도 용납하지않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욕을 하고 스스로에게 자해를 가하기도 하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그래서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늘 칭찬에 목말라있고 늘 더 큰 칭찬을 받기를 원하며 눈꼽만큼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으려하다보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또는 학교생활에서 적응이 어려운 모습이다. 담임교사인 나와의 관계에서 또는 친하고 싶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 아이의 마음과 반대되는 말을 쏟아내어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편이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줘야하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의 엄마와 상담을 할 때마다 엄마는 내게 그 아이를 칭찬해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 아이는 칭찬에 목마른게 아니다. 작은 실수라도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나게 되는 상황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것이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그랬어?"라고 물어보면 다른 아이들은 변명이라도 늘어놓지만 그 아인 자신을 학대하고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반응한다.

그 아이뿐만은 아니다. 사실 엄마에 대한 불만이 많은 요즘 아이들이다. 옆집 아줌마와 수다떨다가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데 엄마들끼리 약속 정해서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불만이 없을리가...

열 한 명의 우리반 아이들 중 8명의 아이가 맏이다. 그것도 다둥이집안에서의 맏이.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심한 편이다. 엄마가 맏이에게 기대하는 기대치를 감수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의무감때문에 학교에서조차도 동생들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그 아이들은 힘겨워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다툼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우습게도 맏이들끼리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원래 맏이는 그런거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더라. 사실 나도 오남매의 맏이로 자라나 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시대가 좀 다르긴 하지만...

다행히 우리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많고 내가 과제를 제시하지 않아 여유시간이 있는 편이나 엄마들에 의해 이뤄지는 사교육으로 인해 가끔 투덜거린다. 그러니 신축건물의 위해성을 알면서도 방학동안 학교에 나오고 싶다고 볼멘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오죽 할말이 많았으면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책을 골랐을까!

요즘 유행하는 말이란다. 

도대체 아이를 키우면서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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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셰프 서승호.

라미띠에 오너셰프, 원테이블 레스토랑, 해피스쿨 교장 등의 화려한 경력이 인터넷으로 검색된다.

그와의 만남은 2년전 서울에서 전학온 학부모의 소개로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의 학교버스 운행에 대한 요구사항이 무리하다싶어 몇몇 학부모를 만나게 되면서 알게 된 서승호 셰프의 카페 드모모그의 농장은 섭골농장이라고 부른다.

작은 저수지를 바라보는 그저 한적한 곳에 운치있게 카페를 지어놓고 고급스럽게 손님을 맞이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커피를 포함해 모든 음료의 가격이 당시 만원. 그리고 곁들여지는 셰프의 수제 디저트(처음 맛본 디저트들의 맛은 환상적이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커피 한 잔말고 얻어지는 게 많다. 그래서 가끔 아는 이들을 그 카페로 데려간 적이 있다.

멋지게 손수 가꾸는 정원에는 이야기를 담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알지 못했던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들려준다. 체험관을 지어 지역의 학생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단다. 그래서 내게는 아이들에게 체험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또 한사람일 뿐이었다.

물론 서승호 셰프는 지금 그 카페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또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단다. 가르치는 일과 책쓰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를 아이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 오랜만에 찾아갔다. 미리 전화를 했더니 바쁜 일정을 쪼개어 흔쾌히 오라하기에 조퇴를 내고 찾아간 카페는 많이 바뀌어있었다. 이제는 제자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한단다.

레스토랑 이름이 ’. 이름에 담긴 의미는 그의 블로그에 적혀있다.

주방기구들로 가득했던 벽면에 책들이 꽂혀있었고 메뉴판도 바뀌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 시청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공무원들의 경직된 업무문화와 이런저런 을 끌어대며 무턱대고 친한 척 하려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답답해했다.

맛난 차와 프랑스식 디저트를 선뜻 내준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문외한이라 그저 맛있다는 평가 외에 할 말이 없다.

타임꽃과 명이나물 이야기를 신비롭게 들려주는 그에게 내가 찾아간 이유, 아이들을 위한 체험거리에 대해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이들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든, 요리에 대한 이야기든 좋은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과 그의 명성에 걸맞는 강연료를 드릴 수 없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는 흔쾌히 와주마했고 아이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그저 이렇게 함부로 부탁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로선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셰프로서 이야기하는 요리에 대한 철학은 나처럼 요리를 즐기지 않고 그저 살기위해서 먹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요리에 대한 생각을 그로 인해 많이 바꾸게 되었다. 우리말 속담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에 담긴 의미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은...

아이들은 그를 위해 환영의 현수막을 그리고 우쿨렐레 연주를 준비했다.

그는  아이들의 환영에 감동받았다며 전날밤 책을 번역하느라 세시간밖에 못잤다는 말로 이야기를 열었다. 아이들에게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 가지 맛의 수제마카롱을 맛보고 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저 달기만 한 마카롱이 아니라면서 마카롱에 담긴 이야기를 해주고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 이야기를 통해서 소금이 이뤄내는 균형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프로로서의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힘겨움까지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그의 요리나 어록들이 담긴 엽서를 선물했다. 우리반 아이들은 덤으로 싸인받기까지....

서승호 셰프의 프로다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었겠지?

이 열악한 컨테이너 교실 속에서 60분 강연을 해준 서승호 셰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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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이거 향기 맡아봐요."

아이가 내미는 꽃, 자귀나무 꽃이다. 요즘 한창 피어있는 꽃.

"흠~ 향기 좋네!"

"그쵸. 향기가 정말 좋아요."

또 다른 아이도 꽃을 들고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자귀나무를 알려주고 자귀나무 꽃에 대해서 설명해줬었지만 정작 꽃향기는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내게 자귀나무꽃 향기를 전해주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함께 나들이를 갈 때마다 발견하는 자연의 여러 가지에 대해 아이들은 재잘재잘 설명해준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들을 말해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알았어?"

"책에 다 나와요. 선생님은 그 책 안 봤어요?"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어른이 보는 아이들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된다.

봄에 실개천에 떠있는 도룡뇽의 알들을 아이들때문에 알게 되었고, 텃밭에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개구리와 곤충들. 아이들의 입에서 그들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난 개구리의 생김새와 곤충의 생김새를 보고 이름을 구분하지 못한다. 부화한 도룡뇽을 꺼내들고 귀엽다며 손바닥에 올려놓는 아이들과 무슨무슨 개구리라며 손 안에 넣어 내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아이들. 그러나 난 여전히 아이들처럼 개구리와 곤충들을 만지지 못한다. 그저 신기한 듯 바라봐줄 뿐이다.

뒷산으로 나들이나갈 때마다 여기저기 매달린 나무 열매를

"먹어도 돼요?"라고 묻는다.

아카시꽃을 따먹으며

"꿀맛이예요"  "에퉤퉤"

벚나무 가지를 찢어가며 벚을 따먹을 때도 "새콤해요" "으악, 맛없어요."

입술이 까맣게 되도록 오디따먹으며 또 재잘재잘. 손바닥까지 보라색 물이 들어도 마냥 좋다는 아이들

"정말 잘 익었어요." 내미는 손바닥엔 예쁜 산딸기. 가시에 찔려가며 산딸기 따먹겠다고 앞다퉈 산을 오르는 아이들.


토끼가 먹을 수 있는 풀이 무엇인지 알고 토끼를 위한 풀베기도 서슴지 않는 예쁜 아이들이다.

"찾아봤는데요 칡넝쿨 잘 먹는대요"

"동네아저씨가 알려주셨는데 박주가리 넝쿨도 잘 먹는대요"

"제가 먹여봤는데 망촛대도 먹어요"

"씀바귀를 좋아한대요"

이런 아이들 덕분에 토끼들은 날마다 포식한다. 난 이 아이들에게서 또 배워가고 있는 중이고...

왜 나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고만 했을까 반성해본다. 내가 가진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뭔가를 넣어주려고 했던 나의 착각.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굳이 교사가 아이들에게 뭔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운 것을 어떻게 삶에 활용할 수 있을 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가 되어야할 지 교육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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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 잎싹은 양계장에서 알을 낳는 닭이었다. 잎싹은 양계장이 아닌 마당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했고 엄마가 되고 싶어했다. 잎싹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양계장을 탈출했고 족제비의 공격을 피해가며 어렵게 자유를 지켜나간다. 그러다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어 자신의 알은 아니지만 초록이라는 오리새끼를 헌신적으로 키워냈다. 그리고 철새 '초록'이는 떠나버리고 잎싹은 족제비 새끼를 위해 먹이가 되어버리는 이야기.


이 책을 5월의 독서토론교재로 선정하여 가족에 대한 의미, 부모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다.

독서토론 주제를 선정하는 시간, 아이들은 또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고 결국 찬반이 팽팽하게 나뉘어진 주제는 책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제시했던 의견들은 '잎싹이 양계장을 탈출하여 자유를 찾아 마당으로 나오려고 했던 것은 옳은 행동일까?' '농장주인이 청둥오리를 잡아 가두고 날지 못하게 날개깃을 자르려고 한 행위는 옳은 것일까?' 잎싹은 족제비의 새끼를 위해 자신을 족제비의 먹이로 희생한 것이 옳을까?’ 등의 주제들 중에서 마지막 주제로 찬반이 팽팽하게 나뉘어지면서 토론을 시작했고 아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게 되었다.

찬성측의 대표적 주장은 어차피 자연의 섭리로 죽을 수 밖에 없기에 차라리 족제비의 새끼를 위한 희생이 옳다는 의견이었고 반대측의 대표적 주장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길러낸 청둥오리 초록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지켰어야한다는 의견이었다.

잎싹은 철새인 초록이를 떠나보내면서 이듬해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이야기하는 것이다. 약해지면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라는 찬성측 논리와 어떻게든 살아남아 약속을 지켰어야했다는 반대측 논리. 주어진 시간이 짧다.

잎싹을 약육강식의 동물사회 일부로 보는 경우와 사람사는 세상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우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아이들은 토론을 이어갔다.

사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부모의 헌신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낳아준 엄마든 키워준 엄마든 또는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알아줬으면’ 하는 의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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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집짓기

교단일기 2016.05.10 19:00

토끼집을 짓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4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토끼집을 짓기로 약속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오전수업을 실과와 자율활동으로 바꾸어서 토끼집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늦어져 오후수업까지 토끼집을 짓는데 다 써버렸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토끼집을 지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토끼집을 지을 아이들과 토끼가 뛰어놀 울타리를 지을 아이들을 나눠서 일을 시작했다. 토끼가 새 집에 빨리 입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과 나는 서둘러야했다.

이미 아이가 졸업해버린 이전 학부모의 목공재능을 도움받아 함께 토끼집을 설계했고(아이들이 설계했었는데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토끼집을 짓기는 어려울 듯하여 부탁했다) 목재와 각목, 철망 등 준비된 재료로 아이들과 함께 뚝딱뚝딱 바쁜 하루였다.

톱으로 각목을 자르고 판자를 잘라내면서 아이들은 자를 사용하여 길이를 재야했고 직각을 맞춰야했다.  망치를 두드리며 리듬을 맞추고 뜨거운 햇볕아래 땀을 흘리며 일을 하면서도 마양 즐거워하는 아이들. 전동드릴의 전율을 느끼며 조심조심 나사못을 박아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게 교육이 아닐까 싶다.

교과서에 나온 활동 또는 교사가 강제로 시키는 활동이라면 이렇게까지 즐기면서 하진 않았을텐데 아이들은 힘들어하면서도 서로 더 해보겠다고 야단이다. 토끼를 키우겠다고 스스로 결정하고 나서 쉬는 날마다 당번을 정해 토끼밥을 주려고 학교에 오고 아침저녁으로 민들레를 캐거나 토끼가 먹을 만한 풀을 찾아 들판을 헤매면서도 좋아라한다.  토끼집을 짓겠다고 의견을 모으고 이렇게 나서서  집짓기에 열중하다 보니 너무 무리하다 손가락을 다친 아이가 있긴 했지만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을 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함께 해주신 학부모께서 목공 공방을 운영하지만 토끼집을 지어본 적은 없는데 직접 해보니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노동의 가치를 알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동의 가치와 땀의 가치를 통해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

왜 교육을 하고 있는것일까 또는 교육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아이들에게 자꾸만 배우게 되는 건 아이들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무궁무진하고 하고싶은 활동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 아이들의 생각과 체험활동들을 교육과정에 접목시켜 즐거운 교육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교육이 아닐까?

놀면서 배우는 아이들. 몸으로 배우고 익히며 삶을 알아가는 아이들.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연을 벗삼아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이 너무 늦었다는 것에 대해서 후회스럽지만 이제라도 열심히 삶과 앎이 따로 놀지 않는 교육을 하고 싶다.  삶의 경주로에 서서 경쟁을 통해 앞서 나가는 것만 배워버린 아이들이 함께 하는 삶이 즐겁고 교과서 밖의 지식이 더 많은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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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의외의 선거결과가 나왔다.

세월호 분향소 지킴이를 하던 4월 16일 오후 6시. 출구조사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직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인가? 이번 총선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한 쪽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도가 반영된 듯한 선거결과를 보고 조금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20대 국회에서 제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정책들을 펼쳐주기를 바라는 설레임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온 '정정당당 선거'. 이제 4월이 끝나는 마무리단계에서 책 내용 중에 토론주제를 뽑아야 했다. 

"투표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투표는 꼭 해야하는 건가요?"

"학교에서도 규칙이 있지만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왜 지켜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법이나 규칙은 꼭 지켜야 할까요?"

"책에서 보니까 이승만대통령이 독재를 하려고 해서 4.19혁명이 일어났다는데 그렇게 나쁜 권력에 대해 혁명이 일어나는 게 옳을까요?"

"투표를 통해서 국민의 뜻을 대신해줄 대표를 뽑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초등학생도 투표하면 안될까요?"

"이승만대통령이나 박정희대통령이 독재를 했다고 하고 북한에서도 독재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는데 독재로 나라를 다스리면 안될까요?"

아이들이 각각 자신의 의견을 내서 토론주제를 정하고 찬반토론을 하는 것인데 위의 다섯가지 주제는 신호등토론을 해본 결과 한 쪽으로 의견이 치우치게 되어 토론주제를 다시 정해야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학교상황에 맞는 주제로 제시하게 되었다.

"선생님 마음대로 시간표를 정해서 여러분에게 따르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라는 주제로 토론을 해보자했더니 5대 4로 찬반이 나뉘어지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두 친구는 찬반토론을 지켜본 후 마지막에 입장을 정해보는 것으로 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자신들은 아직 생각이 부족하니 선생님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야한다는 의견과 우리 스스로 시간표를 정해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왔다갔다 진행되었다. 

토론이 끝나고 민주주의의 세 가지 기본이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받아야한다는 것',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누구나 동등하게 대우받을 평등' 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손바닥 헌법책을 함께 읽었다.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또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우는데 이 선거를 통해서 나라의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결정들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함께 참여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선거를 끝냈다고 나몰라라 할 게 아니라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봐야한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제발 이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의 대한민국은 헌법에 기초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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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변화

교단일기 2016.04.23 19:00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되는 아이 S가 나를 감동시켰다.

전에는 습관을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때

"전 못 고칠 거 같아요."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좀 보여주면 좋겠는데..."

"싫어요."

이렇게 대답하던 아이. 자신의 행동이 맘에 안들면 벌을 달라던 그 아이가 자신의 뺨을 때리는 행동을 하기에

"선생님의 너의 그런 모습 안보고 싶은데...뺨 때리는 거 안하면 안될까?"

"알았어요. 그럼 선생님 볼 때만이라도 때리지 않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대답해주었다. 고마웠다. 조금이라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뻤다.

나의 웃는 모습을 본 S는 "선생님도 웃네요?"

그랬다. 이 아이 앞에서 웃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늘 말투며 행동이 나를 슬프게 하는 아이였기에 별로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반성할 일이 많은 교사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영어수업시간에 S는 단어시험에서 한문제를 틀리는 바람에 만점을 못 받아 울고 있었다. 일단은 모른척했다. 영어끝나고 체육시간인데 도저히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나보다. 체육 안하겠다고 한다. 그럼 하고 싶을 때 하라고 말해주고는 혼자 교실로 돌아와 S에게 편지를 썼다. 좀 더 느긋하게 자신있게 살아줬으면 싶은 마음을 담아 글을 썼다. 나의 어린 시절, 완벽하려고 했던 강박관념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적었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 무척 힘듦을 알려주고 싶었다.  편지를 써서 가방에 넣어놓고는 체육관으로 갔다. 결국 S는 체육수업을 하지 못한 채로 급식실에서 점심먹는데 한 아이가 영어시험이야기 꺼내는 바람에 또 눈물을 보였다. 참 안타깝다. 나의 편지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동아리수업을 다녀와서 S는 카네이션 코사지를 만들었다고 내게 내민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S에게 가슴에 달아달라고 했다. 스승의 날이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미리 달고 스승의 날에 자랑할거야." 하고 가슴에 달고는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아이의 표정에서 뿌듯함을 느꼈고 그동안 그 아이가 내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아이의 1학년 입학해서부터 지켜보았을 때 그 아이의 자존감이 부모에게서 기인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부모의 억압적인 양육방식이 아이를 숨쉬지 못하게 하진 않았을까?

아이가 선택하기 전에 항상 부모가 먼저 선택을 하고 아이가 잘 해주기를 바래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이는 조금의 칭찬은 통하지 않는다. 항상 인정받고 싶고 남들보다 뛰어나야했고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며 살아왔기에 자신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려 하지 않았고 부정적으로 말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아이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마음먹은 듯 보여 다행이었다.

나 역시 그 아이의 긍정적인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보다는 자존감있는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면서 S와 함께 뿌듯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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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에서 토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토끼를 수업에 활용하려고 키우던 교사가 다른 학교로 이동하면서 그 토끼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그 학교에 새로 전입한 교사가 토끼키우기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예산이 전혀 배정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토끼를 맡게 되었단다.  토끼장 주변에 야채라도 심어서 토끼먹이를 마련하려고 곡괭이로 땅을 팠더니 파는 곳마다 아기토끼 시체가 묻혀있더란다. 알고보니 그동안 토끼를 키우면서 아이들은 관찰한다가 토끼집 안으로 들어가 갓낳은 새끼를 빈번하게 만졌었단다. 귀엽다고 자꾸만 만져대니 어미토끼가 물어죽였고 담당했던 교사는 처리할 방법이 막막하니 가까운 곳에 그냥 묻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었단다. 올해는 저경력의 젊은 여교사가 토끼키우기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토끼를 만지는 것도 싫어하고 토끼냄새도 싫다고 했단다. 아이들은 토끼를 만지고 쳐다보고 싶어서 토끼집을 찾아오지만 학교가 텅비는 주말이나 공휴일, 방학 등을 생각하면 도저히 토끼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하여 결국 내가 데려오게 되었다. 사실 토끼가 살 곳도 마련하지 못한 채 대책없이 데려와버렸다. 그 학교의 토끼담당 교사 역시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토끼를 다른 곳에 보내버렸으니 그 학교 아이들의 실망이 참 클 것이 뻔하다. 둘 다 미리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엄마토끼와 아빠토끼를 데리고 왔더니 우리학교 아이들이 아침부터 토끼근처를 맴돌고 풀한포기 뜯어서 먹이느라 바쁘다. 아이들에게 말해줬다. 아기토끼를 잃은 부모토끼라고...(이렇게 말하고 나니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이 떠올랐다)

"선생님, 왜 아기토끼를 잃었어요?"

"어느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꾸만 귀엽다고 아기토끼를 만져서 아기토끼가 스트레스 받아서 죽었대."

"그리고 먹이를 너무 많이 주면 어떻게 될까?"

"배가 터져요"

"배가 터지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겠지? 그러니까 먹이는 조금만 주자"

아이들을 달래고 오전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이 금요일이다. 주말동안에 창살로 이루어진 좁은 공간에 두 마리 토끼가 사흘을 지내도록 그냥 둔다는 건 못할 짓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아이들과 상의를 했다. 

"저 토끼를 어떻게 할까? 주말동안 저 좁은 곳에서 지내기 힘들텐데..."

"오후 수업시간에 집을 지어요."

"무엇으로 짓지? 나무판이나 목공도구가 지금 있는 것도 아니고 ..."

"그럼 찾아봐요. 저희가 구해올게요."

그렇게 해서 미술시간에 토끼집을 짓게 되었다. 토끼집을 지을 자리를 찾다가 급식실근처 쓰레기장 옆에 토끼풀이 많아 그곳에 짓기로 하고 마침 공사중이라 뜯어낸 학교 울타리와 아이들이 어디서 주워온 과학실판넬, 다 썩어가는 나무판, 빨래 건조대, 고추지지대용 막대 등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다가 집을 지었다.

겨우 다 지어놓고 토끼들이 밖에 나와 맛있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데 출장갔다 돌아온 영양사가 절대 급식실 근처에 안된다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조리사에게 허락받았는데 영양사는 죽어도 안된다고 노발대발이다.

하는 수없이 다른 곳을 찾아보자 하여 학교 옆 산기슭으로 토끼집을 옮겨 짓기로 했다. 지어놓은 집을 다시 뜯어 산으로 옮겨가서 집을 지었다. 허수룩해보이는 토끼집이었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지은 집에 대해 뿌듯해했다. 서로 토끼를 안아보겠다고 하기에 한번씩만 안아보고 들여보내주라고 했다. 자꾸 만지면 스트레스 심해서 죽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하양이와 검둥이라고 이름을 짓고는 간판을 그렸다.

아이들에게 가족이 된 토끼를 사랑하는 법과 동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책임감 등을 일러주었다. 주말에는 학교 앞에 사는 두 아이가 와서 토끼 먹이를 주기로 했다.

한가지 걱정은 산기슭에 엉성하게 지어진 토끼집이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것.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면서 주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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