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학교의 관계는 어때야 할까? 가끔은 선배엄마로서 학부모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는데 요즘 학부모들은 내 어머니세대의 학부모와 많이 다르다. 우선 지적인 면에서 요즘 학부모들은 옛날 학부모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적능력이 전부가 아닌데 지금의 부모는 자꾸만 자녀를 잘 키우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아이의 미래 행복을 위해 아이를 희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미래는 도대체 언제 올까?

학부모 한 분이 SNS에 김규항씨의 글을 올렸다. 한 외고생이 엄마에게 남긴 유서를 모티브로 한 내용이란다. '이제 됐어?'하고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학생과 자식잃은 슬픔을 안고 회한에 한숨지을 엄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까? 그리고 얼마나 아이에게 허용할까? 학교에 하루만 안가게 해달라고 해도 억지로 학교로 떠민다는데 ...

다문화행사로 녹초가 되었다. 아이들이 운동회를 하고 싶다고 해서 준비했던 활동이 중간에 변질되어 커다란 행사가 되어버렸다. 프로젝트학습으로 아이들이 조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즐기면서 다른 나라의 전통 놀이를 배워보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던 의미가 조금은 불편해졌다. 행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참여인지 동원인지 의견들이 분분하다. 참여하고 싶어서 행사기획단계부터 의견을 제시하고자 했으나 참여인원이 적은 탓에 담당자의 독려가 있었나보다. 무튼 학부모들의 교육활동 참여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었다는 후문.

앞으로 기획할 굵직한 교육활동들도 있는데 조금은 걱정이다. 교사대부분이 어디까지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할 지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의견과 학부모 의견을 모아서 조절하는 건 교사가 해야하지 않을까?

전날의 행사로 피곤함에도 학부모가 참여하는 수업공개를 했다. 굳이 해야되는 건 아닌데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마음 터놓고 이야기나눌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오겠다는 신청서를 낸 학부모가 여덟분이기에 의자를 맞춰서 모둠별로 배치해두었는데 더 많이 참석했다. 모둠구성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각자의 자녀옆에 앉히기로 했다. 그래야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볼 것 같아서 말이다.

협동시를 쓰는 수업으로 계획했고 시의 주제 역시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선정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선정한 주제는 엄마, 아빠, 시험, 공개수업, 잔소리 등이었다. 선정한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카드를 고르고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낱말들을 모두 써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학생이 되어 아이들과 같이 수업에 참여했다.

그림카드를 가지고 주제와 연결시키는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이란 함께 있던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잔소리가 주제였던 모둠에서 아이는 아궁이에 불때는 그림을 골랐다.

" 왜 그 그림을 골랐어?"라고 물었더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엄마는 자꾸 잔소리를 해대서 장작이 잘 타고 있는데 자꾸만 장작을 더 넣으려는 느낌이 들어서 골랐어요."

시험이 주제인 모둠에서 아이는 시장에서 책을 쌓아놓고 파는 그림을 골랐다.

"시험을 보려면 책상위에 공부할 책을 죽 늘어놓고 있어야 해서 책이 쌓여있는 그림을 골랐어요."

엄마가 주제인 모둠에서 아이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그림을 골랐다.

"엄마는 커다란 나무처럼 나를 꼭 안아줘서 골랐어요."

더 많은 아이들의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함께 웃고 공감하고 생각에 잠기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들의 솔직한 표현에 당황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수업을 공개해야할 때 어떤 수업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한다. 그저 교사의 수업을 한시간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내 아이가 발표를 하는지 안하는지, 수업태도가 바른지 바르지 않은지 그런 관점만 가지고 보지 않았으면 해서 참여하는 수업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동료교사에게, 학부모에게 또는 관리자에게 연기하듯 보여주려는 활동이 아니라 배움과 가르침이 함께 하는, 그래서 삶과 앎이 연결되는 그런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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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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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5.10.22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부모가 교육의 한 주체가 아닌 구경꾼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가정교육은 실종되고 어머니는 내 아이 점수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토론 주제를 놓고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토론하는 철학 수업 한 번 어떨까요? 제가 철학수업 하겟다고 기획했다 무산 된 수업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