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사회교과서에 옛날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는 단원이 있다. 9월이라 추석이 있고 해서 주제통합을 역사로 정했다.

아이들이 모둠별로 역할을 나눠 각각 프로젝트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조사한 후 9월말에 발표하기로 했다. 첫 시간인 오늘, 함께 100년 전 생활모습을 살펴보기로 했다. 1915년이다. 일제강점기의 생활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알고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제강점기의 과정과 우리 민족이 수난, 그리고 지금의 분단 원인이기도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학년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순 없겠지만 사실만큼은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다. 

( 이미지 : 영화 '암살' 포스터)

백 년 전 오늘,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알아보자고 했다. 일제강점기였다는 이야기를 들고나서 상식이 밝은 한 아이가 "일본은 나쁜 나라고 일본 사람은 다 죽여야한다"고 말했다.  그 아이에게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일본이 우리 나라에 대해 잘못한 일은 그들이 죽어서도 갚을 수 없겠지만 잘못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사죄를 해온다면 우리는 넓은 마음으로 감싸줄 수도 있어야한단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 나라를 36년간 짓밟아놓고도  사죄는 커녕 자꾸만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고 친일파로 일본을 도와주고 재산과 권력을 얻었던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 이 대한민국 땅에서 여전히 큰소리치고 살고 있단다." 고 말해줬다.

일주일 뒤에 2년동안 가족이 함께 일본으로 가서 살다 오게되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1학기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끝내고 난 직후, '독도는 일본땅'이라며 개사를 해서 부르고 돌아다니기에 혼낸 적이 있다. 그 아이 엄마는 아이를 혼낸 사실에 대해서 서운하다며 "아이가 그렇게 장난으로 말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기에 최근 일베 아이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들려줬다. 그랬더니 "아직 그럴 나이가 되려면 멀었는데 선생님의 기우인 듯 싶네요."라고 답한다. 과연 그럴까?

최근 일베라고 부르는 보수단체 아니, 보수라고 보기보다는 수구 아니, 그저 무조건 조롱하고 비난하고 보는 그런 세력들이 아주 어려서부터 형성되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일베학생들과 언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그들의 잘못된 역사관과 비뚤어진 사회관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SNS상에서 자랑스럽게 드러나기도 한다. 나이나 계층, 직업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베로 인해 곳곳에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런 일베로 성장하기까지 시간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3학년이 어리다 생각될 수 있지만 역사의식만큼은 바르게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역사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조금씩 들려주는 것이다.

 

( 이미지 : 영화 '한반도' 포스터)

먹거리를 사러 농협마트에 갔다가 누군가 "선생님, 반가워요."하고 달려오는 것이다. 4년 전 담임을 맡았던 아이의 엄마였다. 암으로 고생한다 들었었는데 좋아졌단다. 보기에도 건강해보여 안심이었다.  한참동안 손을 붙잡고 예전의 추억을 나눴다. 아이는 축구를 무척 좋아했으나 적극적이지 못했고 오히려 곱게 생겨서 공주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을 만큼 얌전했다. 잘 울기도 하고 소극적이라 조금은 염려스러웠던 그 아이가 벌써 중3이란다.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할 나이가 되었단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음의 결정을 했기에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 엄마는 " 선생님께서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가르쳐주셔서 역사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며 당시 내가 역사수업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기억을 떠올려줬다. 너무 반가워하는 그 엄마가 고맙기도 하고 그다지 잘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고마워하는지 미안하기도 한데 오랜동안 손을 꼭 잡고 놓치를 않는다. 기다리던 아이의 아빠가 다가오니 나를 또 소개시킨다. 아이 아빠가 학교온 일은 없어서 얼굴을 모르고 있었기에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아버지들도 학교에 관심을 좀 가지면 좋으련만 돈버느라 바쁘다고 교육에 대해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다음에 또 보마 하고 헤어졌다.

역사, 특히 우리 나라 역사를 난 무척이나 좋아했다. 중학교 때 역사선생님께서 너무 맛깔나게 역사수업을 해주셨고 고등학교 때는 잘 생긴(?)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덕택에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할 때 역사를 선택하려 했는데 우리나라 역사 연구의 대부분이 일본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있어서 일본어 공부해야한다는 말에 포기해버렸다. 그때만해도 무조건 반일감정이 깊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아무리 우리를 괴롭힌 천인공노할 나라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알고 받아들일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젊을 땐 그저 일본이라면 치를 떨고 증오했었다. 일제강점기의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 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듣고 울화통이 치밀었던 이유로 역사전공을 포기하는 대신 그저 혼자서 이런 저런 책을 찾아 읽어보고 공부했다. 이전에 학교에서 배운 많은 역사들이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되었고 정치적 이유로 미화되거나 숨겨진 역사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물며 근현대사의 비밀은 말해 무엇하리.

아무튼 역사수업을 즐겁게 그리고 사실대로, 그러나 판단은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게 나의 원칙이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최근 여권의 주장과 관계없이 역사적 사실만을 가르칠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설이나 이어도 논란, 일본이 동해와 독도기에 대해 일본해와 다케시마로 표기하도록 다각적인 국제적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한 정부여당의 대처는 보이지 않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만 혈안이다. 이 대한민국이 자주독립국임을 천명한 이래 자주독립을 위해 여전히 노력이 필요함에도 우리의 국방을 지키는데 우리의 자주적 노력을 다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한 외교적 노력은 하고 있는건가? 이나라,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 자리잡게 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 저들은 과연 알고 있는지...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늘 가슴깊이 새겨두고 오늘도 아이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련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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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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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3 2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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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9.03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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