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

교단일기 2018.03.04 19:00

2018년 3월 2일, 6학년 스물네명과 첫만남을 했다.

2010년 교장을 압박(?)해서 겨우 6학년을 맡은 지 8년만이라 무척 설레였다.

2008년 MB정권이 전국의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치르게 한 이후 난 6학년 담임을 맡을 수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일제고사형 수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에 겨우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교장은 내게 7시까지의 학력증진(?)수업을 하라고 했지만 그건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교장에게 부탁했다. 그 당시 많은 학교들이 캄캄한 밤까지 불밝히며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었다. 부진학생이 많으면 교육부에서 많은 예산을 내려보내 학력증진을 시키도록 학교에 요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담임을 하게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선택에 맡겼다. 매일매일 간식을 제공하며 학교에서는 문제풀이식 공부를 시키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업시간뿐만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방과후 시간에도 남아서 문제풀이하며 답을 외워댔던 옆반 학생들과의 평균차이는 점점 벌어져갔다. 옆반 학생들은 담임 앞에서 욕을 해대고 반항을 해도 시험이라는 무기로 담임은 꿋꿋하게 문제풀이를 시켰다.

일제고사가 치뤄지고 내가 맡은 학급에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그 탓에 이후로 교장은 내게 6학년을 맡기지 않았다. 학생들을 숨쉬게 하지 못하게 문제풀이만 시키던 그 교사에게는 계속 6학년 담임을 맡겼고 그 당시 일제고사때문에 6학년 담임에게는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그 때 그 옆반 교사는 지금 교감으로 승진하여 교사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문만 들려온다.

아무튼 MB정권이후로 맡지 못했던 6학년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사실 지난 2,3년간 몸이 부실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증상들이 보여 6학년 담임을 더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6학년담임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동료교사들 중 한 명만 6학년 담임을 신청하고 더는 아무도 안하겠다고 한다. 억지로 신규교사들로 6학년을 배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경력교사 중 누군가는 6학년으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서로 눈치만 보며 기피하는 모습들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결국 아무생각없이 회의석상에서 6학년 담임을 하겠다고 말해버렸다.

6학년 네개 학급, 경력교사 둘과 1,2년차 교사 둘(아들딸과 같은 나이다ㅋ).

3월 2일 첫만남을 위해 우리 네 사람은 한꺼번에 한 교실에 몰려들어가 앞에서 인사를 하고 뒷문으로 나와 다른 교실로 몰려가고 그렇게 6학년 모두와 인사를 했다.

담임학급 학생들과 인사를 간단히 하고 1학년 동생들을 맞이하고 입학식장으로 안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1학년 신입생들이 덩치가 큰 6학년 형아들을 보고 서슴없이 손을 잡는 경우도 있고 무서운지 손을 잡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입학식을 마치고 놀이 한마당으로 오전시간을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보냈다.

첫날을 이렇게 정신없지만 뜻깊게 보냈다.

첫 날이라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키고 동학년교사 넷이서 의기투합하여 6학년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참 뿌듯하다.

워낙 오랫만이라 6학년 교육과정이 낯설지만 함께 할 수 있으니 든든하다.

앞으로 2주동안 1학년과 6학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6학년만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서로 보살피며 배려하는 평화로운 일년살이가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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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