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2년차.

2015년 혁신학교로 지정받아 작년 일년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다 구성원간의 관계맺기에 실패하여 혁신학교를 준비했던 동료들이 대다수 학교를 떠났고 새로운 구성원들이 합류하여 혁신학교를 이어가게 되었다.

많이 아팠다.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남아있어야하는 아픔과 새로이 합류한 동료들이 혁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답답함때문에 그저 조용히 지내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나를 배척하며 남아있던 동료 세사람이 새로 들어온 동료들과의 관계맺기에 실패하고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또 어떤 속임수로 나를 끌어들이려고 하는가 의심스러워 그들에게의 접근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지난 일년동안 나를 배척하려고 했던 세 명의 동료와 새로 들어온 구성원들이 마음을 맞추어 또다른 혁신학교를 만들어간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물러앉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작년과 동일한 형태의 동료간 관계맺기가 보이면서 나는 다시 동료들 곁에서 참견을 하게 되었다.

지난 몇년동안 동료들과 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머리를 맞대고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교육과정을 함께 준비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뿌듯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보겠다고 혁신학교 첫해의 목표를 교사혁신으로 정했었다. 그런데 그 교사혁신이 작년 일년동안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 정점에는 관리자가 있었다.

혁신학교의 실적쌓기에 욕심이 컷던 교감과 그런 교감의 뒤에 숨어서 사람좋은 척하는 교장이 있었다. 구성원간의 갈등이 있을 때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보다 오히려 갈등촉진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관리자 덕분에 동료들의 관계맺기가 산산조각났다. 물론 관리자들의 그런 행태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간의 강한 결속력이 있었다면 이렇게 쓰라린 상처를 남기진 않았을 것이다. 

중간평가단과의 면접에서 

"처음에 혁신학교 시작할 때, 새로 전입오는 동료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어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심때문에 실패했다"

고 대답했다. 

"교감선생님은 상처가 없을까요?"

"있겠죠."

교감이라고 상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감으로 인해 동료들이 받은 상처는 더 크다. 떠나야했던 동료 다섯 분의 상처, 행정사 두 분의 상처. 그리고 남아있어야 했던 다른 동료들의 상처도 있다.

사실 작년 3월에 새로 전입 온 세 명의 동료와 기존의 동료들이 함께 마음을 맞춰가며 교육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 쉬울거라고 오판했었다. 아무리 관리자가 변혁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해도 동료끼리만 마음을 맞추면 스스로 문제해결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문제가 보이면 개별접촉을 통해서라도 동료간의 갈등을 해소해보려고 했었다. 역부족이었다.

동료들의 관계맺기를 위해 나의 잘못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교감이 원하는 혁신의 모습을 갖추도록 나는 뒤로 물러나있으려고 했던 것도 잘못이었다.

중간평가단이 종합평가에서 말했다.

"이 학교의 구성원이 아프다"

그렇다. 모두 아프다.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교장도, 교감도, 부장들도, 동료교사들도 모두 아프다.

'왜'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관계를 맺어야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조심스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야 해결되는데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조직을 합리적으로 이끌 리더가 없다는 의견도 주었다.

중간평가단이 종합적인 의견을 주었다. 그러면서 모든 구성원이 두세발짝씩 뒤로 물러나서 서로를 바라보면 좋겠다고 했다.

평가단이 있는 자리에서 구성원들은 겨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일부 드러내기과정이 진행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평가단의 컨설팅이 진행되었다. 혁신학교 2년만에 처음 받는 컨설팅이었다.

앞으로라도 우리 서로 드러내기 과정이 필요하니 그런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동료들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시간에 또 교장과 교감이 참여하지 않았다. 관리자까지 함께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는 몇몇 의견들이 받아들여져 교장이나 교감이 있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내기를 진행하자고 했다.

일반학교라면 담당자 한 사람이 일을 추진하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시키는대로 따라하면 된다. 그러나 혁신학교이기에 주요한 논의들을 함께 하고 교육의 본질을 찾아 학교교육과정을 구성해가야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의견이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고 타협하고 조정해가는 과정이 있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누군가 그랬다.

일반학교에서는 교사가 아니라 공장에서 정해진 공정을 따라 일하는 직원이었다면 혁신학교에서는 상대를 설득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마치 정치를 하는 듯한 정당인이 된 기분이라고...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정치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일부임에도 우리는 자꾸만 삶에서 정치를 밀어내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혁신학교를 근무하면서 우리는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건강한 민주시민성을 가져야 학생들에게도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길러줄 수 있다고 본다.

혁신학교 2년차이지만 1년차나 다름없는 이 학교, 난 떠나야하는지 아님 유예를 해야하는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한달의 시간이 남아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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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