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의 평가와 평가결과는 중요할까?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6학년 담임을 맡고 3월, 진단평가를 치른 다음날이었다.

"선생님, 저희 아들이 이번 시험에서 한문제 틀렸다는데 맞춤법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냥 맞았다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만 6학년인데 맞춤법때문이 아니라 글씨를 애매하게 써서 맞았다고 할 수 없어요. 그리고 겨우 한 개 틀렸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올백을 자랑하고 싶은데 내가 글씨때문에 정답인정을 하지않으니 엄마가 직접 내게 사정하러 온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답으로 인정을 해달라는 엄마나 융통성없이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나 둘 다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평가통지표를 나눠주었다. 수치로 표현한 통지표는 아니지만 3단계 척도에 의한 통지표라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동료들의 합의에 의한 것이니 어쩌랴.

"야, 나 매우잘함 5개야. 넌 몇 개 야?"

"에이, 난 보통이 더 많아"

평가통지표를 받아든 우리 반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다. 1학기동안 상시로 진행한 수행평가를 3단계 척도로 매겨 통지표를 작성했다. 아이들은 그저 매우잘함이 몇 개인지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의 표준화된 시험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점수화 된 통지양식이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지 이야기해왔다. 또한 NEIS에 기록된 교과발달상황이나 종합의견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도 낮다.  그나마 최근엔 교육청의 지침에 의해 수량화된 통지표를 내보내지 않게 되었으나 척도에 의한 평가통지도 바람직하진 않다. 더구나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요즘에 말이다.  이러한 평가방식이 과연 학생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과별 영역 한가지를 선정하여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3단계 척도를 부여하는 것도 교사의 주관일 수 밖에 없다.  100일동안 500시간이 넘는 수업이 진행되는데 평가통지는 겨우 몇 십 가지의 내용일 뿐이다.  물론 500시간이 넘는 시간마다 기록하여 평가를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왜 가르치는 지를 늘 고민한다. 그리고 무엇을 가르쳐야할 지 고민한다. 어떻게 가르치면 행복한 배움이 될 지 고민한다. 그렇게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게 되는데 평가를 통해서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얼마나 근접했는지 내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고 나면 아이들은 100점짜리가 몇 과목인 지, 1등이 누군지, 부모로부터 어떤 평가를 들을 지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었다. 무엇을 틀렸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몰랐던 문제를 되새겨보는 등의 활동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저 교사만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부진아라는 이름으로 나머지공부를 시키고 있을 뿐이다. 평가는 그저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록해두는 자료로 존재하면 안되나? 우리는 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어른의 잣대로 재려고 하고 있는가!

책을 읽다 발견한 안도현시인의 시 한 편.

제비꽃 편지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 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도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지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사실 나라면 시드는 것을 보고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않아서 죽어가는구나'하며 가만히 있는 제비꽃을 캐온 나 자신을 책망했을 것인데 안도현 시인은 시들어 가는 꽃 그대로를 받아들인다고 시에서 적고 있다.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 아이들을 어른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정해진 틀안에 가둬놓으려 해선 안되는, 그저 맘껏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바라봐주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최근 핀란드교육이 관심을 받으면서 떠도는 동영상 하나가 주는 의미,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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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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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29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저녁노을* 2016.08.01 1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
    쉽진않네요.ㅎㅎ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