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교단일기 2016.07.24 19:00
방학을 맞이하면서 엄마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밖으로 내보낼까 궁리중이다. 집에서 데리고 있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집에 있기싫단다.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단다. 차라리 학교나 학원에 있는게 낫단다.
왜 이지경에 이르렀을까?

방학전 마지막 활동으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 책내용을 주제로 만화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했었다. 아이들이 고른 책은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 엄마에게 할 말들이 많은가보다.

물론 책에서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용구성을 하면서 각자가 가지고있던 엄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 중에 가장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엄마를 죽여버리자"라고 말한다.

작년에 논란이 되었던 잔혹동시가 생각나게 하는 이 아이의 말.

학원가기 싫은 마음을 시로 표현했던 초등학생이 시를 통해 엄마를 잔혹하게 대하는 시어들때문에 상처를 입었던 사건.

그래서 시의 제목은 '학원가기 싫은 날'인데 잔혹동시로 더 많이 알려졌고 시에 담긴 마음에 대한 이해보다는 시어의 선정적 표현만을 문제삼았던 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실제로 자존감 낮은 이 아이는 엄마를 미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엄마의 사랑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부정적인 표현을 써서 잔혹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의 사랑을 실컷 받고싶은 탓에 조그만 자신의 실수도 용납하지않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욕을 하고 스스로에게 자해를 가하기도 하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그래서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늘 칭찬에 목말라있고 늘 더 큰 칭찬을 받기를 원하며 눈꼽만큼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으려하다보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또는 학교생활에서 적응이 어려운 모습이다. 담임교사인 나와의 관계에서 또는 친하고 싶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 아이의 마음과 반대되는 말을 쏟아내어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편이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줘야하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의 엄마와 상담을 할 때마다 엄마는 내게 그 아이를 칭찬해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 아이는 칭찬에 목마른게 아니다. 작은 실수라도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나게 되는 상황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것이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그랬어?"라고 물어보면 다른 아이들은 변명이라도 늘어놓지만 그 아인 자신을 학대하고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반응한다.

그 아이뿐만은 아니다. 사실 엄마에 대한 불만이 많은 요즘 아이들이다. 옆집 아줌마와 수다떨다가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데 엄마들끼리 약속 정해서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불만이 없을리가...

열 한 명의 우리반 아이들 중 8명의 아이가 맏이다. 그것도 다둥이집안에서의 맏이.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심한 편이다. 엄마가 맏이에게 기대하는 기대치를 감수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의무감때문에 학교에서조차도 동생들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그 아이들은 힘겨워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다툼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우습게도 맏이들끼리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원래 맏이는 그런거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더라. 사실 나도 오남매의 맏이로 자라나 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시대가 좀 다르긴 하지만...

다행히 우리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많고 내가 과제를 제시하지 않아 여유시간이 있는 편이나 엄마들에 의해 이뤄지는 사교육으로 인해 가끔 투덜거린다. 그러니 신축건물의 위해성을 알면서도 방학동안 학교에 나오고 싶다고 볼멘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오죽 할말이 많았으면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책을 골랐을까!

요즘 유행하는 말이란다. 

도대체 아이를 키우면서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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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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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6.07.26 0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교육의 정상화는 엄마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이고 자기중심의 인간을 기르겠다는 고집으로 아이들을 힘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사와 학부모가 바뀌는 일에서부터 교육개혁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공부한 엄마들이 더 그렇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과보호 정말 심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