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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초등학교 1,2학년 3시 하교정책에 대한 생각 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무상급식 등의 복지정책 확대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혁신교육이 부진하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그 또한 어찌된 발상일까?

현재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혁신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이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행복도증진에 꽤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만족하는 혁신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우려하게 되는 것은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학력증진면에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대입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중고등학교로 혁신교육이 연계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혁신교육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데 위원회에서는 어떤 근거로 초등학교에서 복지에 신경쓰느라 혁신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않는다는 지적을 했을까?  

초등학교 1,2학년을 세시까지 학교에 붙잡아 두고 놀이학교를 운영한다고 가정해보자. 도시의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한 개 학년을 백명으로 보면 1,2학년이 이백명넘는 셈인데 그 많은 아이들이 놀 공간은 어떻게 마련할까? 그나마 현재 신설되고 있는 학교에는 한 학년에 한 곳 정도 놀이공간을 만들어두고는 있지만 백 여명의 학생들이 1.5칸 정도의 공간에서 모두 즐겁게 뛰어놀 수는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저학년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놀이를 하라고 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 교사들도 저학년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다. 놀아보지 못한 세대의 학부모들과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놀이를 경험하도록 돕고 싶다. 그럴 수 있는 교육환경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말이다.

몇 년 전 스마트교육을 하겠다며 교실마다 스마트환경을 구성한다고 엄청난 돈울 쏟아부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교실은 친환경자재를 사용하여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달라고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저학년이 오랜 시간 머물 돌봄교실만이라도 친환경자재를 사용하여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교실로 리모델링하려고 할 때, 자재를 선정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가구를 제작하려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행정의 투명성과 관리의 효율성을 이유로 조달목록에 있는 물품들로 채워야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공간으로 구성해주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돌봄교실 상황도 그러니 이런 사각형의 콘크리트 일반교실에서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더 오랜 시간을 학교에 머물라는 발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설명자료에서 발췌)

위원회측에서는 내년에 시범학교를 선정하여 놀이공간을 마련하고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2024년 신입생부터 적용하겠다는 구상인 모양이다. 과연 어떤 학교들이 ‘(가칭) 더 놀이 학교시범학교로 선정될지 모르겠지만 이 정책이 시행되는 2024년쯤에는 충분히 빈교실이 넘쳐날 것이고 유시민작가가 청원한 것처럼 유휴교실을 돌봄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학부모들에게 홍보하듯이 도시와 농촌 구분없이 유휴교실 활용이 놀이공간으로서 충분히 마련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자체가 참 답답한 생각이다. 이미 농촌의 많은 학교들은 폐교되고 있고 고령의 노인들만 남아있는 행정자치지역들이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며, 도심의 학교들은 학급당 학생 수 평균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도시의 아이들이 농촌의 빈교실에 마련된 놀이학교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지 않는가!

지금도 1,2학년 학부모들은 고학년 수업을 위한 특별교실을 저학년 방과후 수업을 위해 내어달라고 말한다. 학교마다 모든 학생들이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특별교실 또한 충분하지 않은데 그나마도 저학년을 위해 내어준다면 고학년이 특별교실에서 다양하게 체험하며 활동할 수 있는 교육은 교과서로만 간접체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별교실의 현황도 도시학교들에서는 고학년 학급수와 비교하면 부족한 실정일 것이다. 특히 놀이활동을 할 수 있는 강당은 고작해야 한 곳뿐일텐데...

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선진국 초등학생들의 세시하교 실태에 대한 근거제시는 또 어떤가? 그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교육내용에 대한 구체적은 언급은 생략하고 세시하교 현상만 내세우며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으니 우리도 하자는 식이다. 이런 식의 정책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늘상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보자. 아님 말고...

아이들이 공교육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 나라의 교육에 대한 반성과 고민을 충분히 하지는 않고 그저 남의 나라 형식을 베끼려고만 한다. 초등교육 현장에서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을 고민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대입이라는 종착지로 가기 위해서 학력위주의 초등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기존의 평가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을 설득해내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또 이렇게 형식만 선진국 흉내를 내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입으로는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말하며 교육정책을 제대로 세우겠다고 하지만 촛불정부마저도 내세우는 정책마다 1,2년 앞을 내다보는 근시안적인 교육행정으로만 보일 뿐이니 나의 식견이 부족한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