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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 보육시설로?

유시민 전장관의 청원이 현실로 ?

교육계의 의견수렴없이 국회의원들의 발의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키로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려스러운 점들이 있었다. 그러다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좀 더 고려해볼 여지가 있겠다 싶었는데 지난 1212일에 유시민 작가의 청와대청원으로 인터넷에서 실시간 검색이 올라왔다. 나도 평소 여러 방송을 통해서 만난 유시민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논리력과 호소력을 갖춘 유시민 작가의 그런 청원을 바라보며 감히 짧은 지식으로 반박을 할 수는 없겠지만 초등교사로서는 조금은 불편했다.

초등학교에 대해서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가정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해 여름, 지역 의회에서 방과후학교 조례를 공표해 논란이었던 일이 있었다. 방과후학교에 대한 책임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사교육시장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인데 대한 결자해지차원의 해결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유시민 작가의 그런 청원 역시 불편하게 들려온다.

출산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초등학교 유휴교실?

실제로 초등학교에 유휴교실이 있는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지 생각해봤을까?

보육시설을 필요로 하는 부모들이 많은 지역에 유휴교실이 있는 초등학교가 얼마나 있을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국가에서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다. 그 중에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보장할 수 있는 육아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는 육아문제는 아동수당 지급하는 것과 육아를 대신해줄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뿐은 아니리라. 최근에 주변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에서 신혼부부가 임신을 하게 된 상황에서 겪는 갈등이 전개되고 있었다. 부부가 되기 전 결혼서약서 첫 번째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였다며 부부에게 찾아온 아이를 유산시킬 결심을 한 아내와 이미 생긴 아이니까 낳아서 키워야겠다고 생각하여 도시를 떠나서 지방으로 이사를 갈 결심까지 하는 남편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고 어차피 개인의 인생에 대해서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갈등이 전개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한다. 젊은층에서 딩크족이니 계약결혼이니 하는 용어들이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육아로 인한 부담이 크다는 사실이다. 나의 아들딸도 육아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각자의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성과 남성의 생각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사회활동을 참여하고 싶기에 육아로 인한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고 싶은 여성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까지 하다보면 다시 사회적 역할을 시작하기까지 엄청난 시련이 있는 건 분명하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직접 육아를 했던 탓에 육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사회적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었고 터울이 크게 태어난 둘째 아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를 해야했고 나의 반쪽과 주말부부인 상황이었기에 더욱 더 많은 고충을 겪었다. 당시에는 병설유치원 종일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재직하는 학교의 병설유치원에 보내기도 쉽지도 않았다. 그런 육아 경험의 어려움을 알기에 무턱대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교사로 바라보는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과 아빠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저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늘 가족간의 시간을 얼마나 보내고 있는지를 학부모들에게 묻는다. 사회활동을 하더라도 물질적인 풍요를 선물하기보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라고 상담을 하지만 이 나라의 노동환경은 가족의 시간을 많이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보낼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노동여건을 마련하거나 노동복지의 개선노력은 정부차원에서 어려운 것일까? 왜 자꾸만 어딘가에 아이를 맡겨놓는 대리보육환경만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것일까?

엄마아빠의 사랑을 더 받고 싶은 어린 나이에도 여러 아이들과 부딪히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함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물론 앞으로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초등학교에 유휴교실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인구감소국가에 속한다고 들었으니 초등학생의 수가 점점 줄어들기는 할거다. 그러나 그 유휴교실을 초등학생들의 공간으로 돌려줘야한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치공간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말이다.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보육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저출산국가를 극복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며 이 나라의 복지실현을 위해 효율적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